파리에서 만난 말들

by 목수정

by 소소러브

무려 18년 전쯤에 파리를 가 본적이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고 낳게 되면 해외여행은 꿈도 못꿀것 같아서 대학원 방학 3주간 기숙사 룸메이트 언니들과 함께 다녀온 서유럽 여행이었다. 말로만 듣던 꿈에만 그리던 파리. 파리는 서울의 자유로움과 유럽 특유의 옛스러움을 동시에 가진 묘하게 매력적인 도시였다. 상젤리제 거리는 말로만 듣던 브랜드의 쇼핑몰이 즐비했고, 빵집은 어디를 가도 실패가 없었다. 제목의 '파리' 라는 단어 하나에만도 충분히 이끌려 손에 담은 책이란 뜻이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20년동안 살아온 작가가 각별한 인연으로 만든 '말'들을 엮은 것이다. 34개의 단어를 목차로 하고 있는 이 책 중에서 '항상성'이라는 단어에 눈과 마음이 꽂혔다. 작가가 '오메오스타지'라는 우리나라 말로 항상성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곳은 자연의학을 가르치는 학교의 한 수업에서였다고 한다. 우리 몸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환경 변화에 적응해 평형과 조화를 이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몸이 지닌 항성성이라 부른단다. 그녀 역시 처음 듣게 된 개념어였지만 '아!'하는 감탄사와 함께 검증과 재고의 여지가 없는 진리로 흡수되는 단어였다고.


나 역시 나이가 들수록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하루 반짝 스파트를 올리는 것도 좋지만 늘 일정 속도대로 체력과 생산성을 유지하는 삶이 더 효율적이고 좋다고 느낀다. 직장 생활은 적어도 일주일 단위로 혹은 한달, 일년 단위로 장기 레이스를 달려야 하는 영역이고 살림도 마찬가지다. 오늘 수라상을 차렸다고 해서 내일부터는 한 하고, 안 먹을수도 없다. 내가 삶에 일정한 루틴을 가지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유. 바로 지속 가능한 항상성에 있는 것이다.


'자연의학은 몸이 하는 말을 경청하고, 증상을 통해 스스로 표현하고 해결하도록 오히려 응원해 몸이 지닌 자연 방식대로의 해법을 도모한다. 이런 방식은 몸속 의사가 스스로 항상성을 강화해 나가도록 돕는다고 한다.'


'현대 사회에 급격히 늘어난 만성질환은 급성 증상들을 반복적으로 제거한 결과라고 한다. 증상을 없애는 일에 몰두하는 현대의학이 우리 몸의 항상성을 반복적으로 약화시키면서, 결국 만성질환을 키우는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중략) 그리하여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우리 몸 속 의사는 길을 잃거나 고장 상태에 놓인다.'


'오메오스타지' 개념의 창시자이자 의사였던 클로드 베르나르의 항성성의 정의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모든 생명체의 메커니즘은, 그것이 무엇이든 단 한가지의 목표, 즉 생명체 내부 환경에서 생활 조건의 조화를 유지한다는 목표만을 가지고 있다. 외부환경의 끊임없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유기체의 능력을 항상성이라 부른다.


덧. 댓글에서 책의 목차와 저자의 정보를 더 확인하실 수 있어요.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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