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의 연애세포 깨우기 프로젝트

돌싱글즈 4, 이대론 널 못 보내.

by 소소러브

어느날 절친과 통화를 하다가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너 돌싱글즈 봐?

“아니~”

“그거 진짜 진짜 재밌어~”

“정말?”


그렇게 시작되었다. 내 인생 최초의 ‘연애 프로그램 사랑’이 말이다. 물론 10대 시절에 짝대기를 날려가며 짝을 찾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본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 특집편에서 가수 이석훈이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라고 한다.)



근래에 싱글들의 연애 프로그램이 판을 쳤다. 나는 솔로, 환승 연애, 하트 시그널. 모두 다 싱글들의 연애사이다. 15년차 유부녀에게 싱글들의 연애는 뭔가 너무 먼 나라 얘기 같았다. 한마디로 공감이 안되고 감흥이 없었다. 아마 그건 나이차에서 오는 괴리감, 삶과는 조금은 동떨어진 어떤 면에서는 판타지 같은 사랑같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이미 결혼한 유부녀에게는 말이다.

그런데 ‘돌싱들의 연애’는 달랐다. 한번의 결혼과 또 한번의 이혼은 그들을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시련 없이 깊어질 수 있을까. 그들은 싱글들의 연애보다 훨씬 신중했고 상대를 배려했다. 그런 가볍지 않은 연애 스타일이 마음에 와 닿았다.


매주 이성에게 자신의 정보를 매주 하나씩 공개하면서 이 연애 프로그램은 진행된다. 이번 돌싱글즈 4편은 미국편이라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인 자신의 거주지를 첫째 주에 밝혔다. ‘롱디’는 한국에서도 힘든 일인데, 미국에서는 오죽하랴. 동부에서 서부까지 하자면 그건 뭐 애인 한번 보러 가는 길이 세계 여행 하는 수준이 되어버린다.

매주 ‘나이’, ‘직업’이 하나씩 공개되었고 맨 마지막 주에는 ‘자녀유무’가 공개되었다. 아이를 낳아보고 키워본 자로서 이미 그들의 표정이 자녀의 유무를 말해주고 있다고 느껴졌다. 돌싱이어도 아이가 없는 이들은 정보 공개를 앞두고 편안해 보였다. 하지만 유독 불안해보이고 초조해 보이며 심저어 눈물까지 글썽이고, 결국엔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 때는

‘아...저 사람은 자녀가 있구나... 한 명이 아니겠구나...’하고 마음이 아려온다. 몇 명의 자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혼이라는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방황이 있었을까.

내가 여자라서 어쩔 수 없이 싱글맘에게는 마음이 더 아려온다. 아이가 몇이든 간에 싱글맘은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게다가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책임까지 혼자 짊어져야 한다. 이런 무거은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닌데, 이혼이란 그런 것이다. ‘돌싱글즈’라는 제목이 조금 가벼운듯도 하지만 절대 가벼운 연애 이야기만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몇 달간 이 연애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어느새 출연진들에게 애정을 갖게 된다. 그리고 나만의 원픽도 생긴다. 이건 뭐 아이돌 덕질도 아닌데 말이다.


나의 원픽은 ‘니키’였다. 그는 잔잔한 호수 같은 남자였다. 웬만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몇 명의 여자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나타냈지만 자신이 바라보는 한 여자에게 집중하느라 그것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때로 남자의 무심함과 무던함은 이런데서 빛을 발한다. 적어도 여자가 보기엔 그렇다.

남편의 원픽은 ‘베니타’였다. 베니타는 성격이 워낙 털털하고 모든 출연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신중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여유가 있었다. 남편이 고를만한?! 여자였다. 어디서나 잘 어울리고 무던한 여자를 남편은 좋아했다. 제시 같은(제니 아님) 쎈 여자 스타일은 유독 싫어했기에 내가 보기엔 너무도 매력적인 소라같은 여자 스타일은 고사했다.


애니웨이. 이 프로그램의 핫 커플은 누가 뭐래도 ‘니키’와 ‘하림’ 커플이었다. 남자 중에서, 여자 중에서 가장 많은 호감도를 받은 둘이 서로 좋아서 커플이 되었다. 하지만 니키는 아이가 한 명 있는 돌싱남이었고, 하림은 아이가 무려 셋이나 되는 돌싱맘이었다. (아이 셋 엄마가 그렇게 군살 없이 예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건 뭐 싱글도 저 정도로 예쁘기 쉽지 않다 싶었다.)


이 프로그램 마지막편의 화룡점정은 과연 니키와 하림이 앞으로도 서로의 만남을 이어가겠다는 선택을 하느냐 마느냐였다. 나무같은 니키와 갈대같은 하림, 재혼을 한다면 네명의 아이로 시작될 가정. 그 연애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드라마도 잘 안보는 내가, 무슨 드라마를 보듯이 두 손을 움켜쥐고 말했다.

“하림아~ 니키같은 남자가 어딨어~ 그냥 선택해~~~ 그런 남자 다시 없어~~”


거의 절규하듯이 외쳤다. 알수 없는 표정을 뒤로 하고 결국 하림은 니키를 선택했다. 자신이 줄게 없는 연애를 하는 게 힘들 것 같다는 말에 마음이 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남자를 선택하는 하림이 당당하고 행복해 보였다.



누군가는 말한다. 남의 연애사를 보는게 뭐가 재밌냐고.

나는 말한다. 이제는 굳어버린 연애세포를 되살리는데 그만한 게 또 없다고.

앞으로 ‘돌싱글즈 5’가 나올 때까지 내 연애세포를 어떻게 유지시킬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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