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무면허 수면 전문가

그 시절이 그립구나.

by 소소러브

어릴 때부터 누군가 깨우지 않으면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는, 전형적인 안 아침형 인간으로 오랫동안 살아왔다. 엄마는 아직도 나를 키우며 대학생 시절까지 무려 15년간 아침마다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며 깨워서 학교 보낸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고 하소연을 하실 정도니 말이다.

지금 살고 있는 남편을 인사시켜드리고, 결혼을 약속한 이후로는

“자네가 이제 전화로 아침마다 깨워주게” 라고 바통을 넘기던 엄마였다. 그날 이후로 엄마는 나의 인간 모닝콜로부터 해방되었다. 엄청나게 성격이 급한 엄마와는 달리 그 사람은 충청도 토박이 특유의 느긋한 성격이라 아침마다 전화를 해서는

“일어나~ 일하러 가야지~”

한마디 쿨하게 하고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내가 진짜 일어났는지, 안 일어났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말이다. 잠귀는 어두워도 눈치 하나는 빠른지라, 이 남자가 나를 제대로 깨워주진 않을 요량이라는 것을 얼른 간파했다. 그래서 전화가 오자 마자 가능한 얼른 전화를 받고는, 일터에 지각할세라 벌떡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했다.

내가 얼마나 잠귀가 어두운지 초등학생 때 밤사이 난동이 있었는데 혼자 잠만 쿨쿨 자고 있더라며, 너는 잘 때는 업어 가도 모른다고, 그런데 그게 참 부럽다고 말씀하시던 엄마 이야기가 떠오른다. 밤에 잠을 자다가 엄마 귀에 웬 벌레가 들어갔는데, 그 벌레 딴에는 동굴 같은 길을 찾아 나오다가 엄마 귀 속을 긁는 바람에 고함을 쳐서 온 가족이 깼더란다. 그런데 나 혼자만 미동조차 하지 않고 끝까지 자고 있더라는 얘기였다. 다행히 귀에 한참을 후레시를 비추자 집게벌레 한 마리가 기어 나와 난동이 끝이 나고 온 가족이 다시 잠자리에 들었는데, 다음날 아침까지 나는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고.

그때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너무 웃기기도 해서, 미안함과 웃음기가 섞인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 얘기를 들었는데, 지금은 그랬던 과거의 내가 너무 부럽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잠이라면 바닥에 머리를 대면 골아 떨어지던 내가, 거대 난소낭종 수술 이후로 여성 호르몬을 낮추는 치료를 받으면서 온갖 후유증을 겪은 것이다. 호르몬 치료는 강제로 몸을 마치 갱년기가 온 것처럼 만들었다. 추웠다가 더웠다가 하는 건 기본이고 감정 기복이 심해져 스스로 컨트롤 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게다가 밤에는 쉽게 잠을 들지 못했다. 예전의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다행히 호르몬 주사 치료가 끝나고 약물 치료로 바꾸면서, 그리고 그 약에 몇 달간 적응하는 기간이 끝나면서 불면증 증세는 많이 좋아졌다. 대신 매일 밤 깊은 잠을 자기 위해 매일 아침 한 시간 반 동안 운동을 한다. 40분 정도는 걷고, 20분 정도는 스트레칭, 나머지 20분은 스쿼트를 하며 오늘 하루 역시 햇빛도 쬐고 운동도 했으니 밤에 잠 좀 잘 자게 해달라고 나지막히 읊조리게 된다.

잠을 잘 자는 것도 유전인지, 아들은 나를 닮아 잠 하나는 기똥차게 잘 잔다. 그냐말로 3초 컷이다. 졸려서 누워 눈을 감으면 3초만에 잠이 드는 그 아이를 보며


‘너도 좋은 복을 타고 났구나' 하며 미소 짓게 된다.

얼마 전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라는 책에서 '잘 먹고, 잘 자면 우선 정상입니다.' 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아직은 그래도 잘 먹고, 잘 자고 있으니 극도로 예민한 사람은 아닌 걸로. 약을 먹으며 예전과는 다르게 너무도 예민해진 나를 잘 받아주고 이해해주는 가족들이 유독 고맙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덧.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는 면으로 된 부드러운 감촉의 잠옷과, 은은한 조명이 있다면 좋습니다. 머리맡에 달력이나 스케줄러 같이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물건들이 있다면 책상이나 화장대 같은 다른 곳으로 배치해두는 것이 더 좋아요. 여기에 더해 자다가 목마를 때 마실 수 있도록 물 한잔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요. 제가 매일 단잠을 잘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몇 가지 꿀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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