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쁨
예전에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를 참 좋아했다. 여러 가지 공예를 배우기도 하고, 배운 것을 토대로 액세서리, 생활소품 등 여러 가지 것들을 만들고 그걸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나누곤 했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만들기를 하고 만들다 보니까 많아져서 나누게 되었는데, 점점 나이가 들고 직장인이 되면서 직접 만든 선물보다는 좋은 브랜드, 좀 더 가격대가 있는 선물을 많이 받기 시작하면서 나도 이런 선물들을 주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직접 만든 선물에 직접 쓴 손편지를 함께 주곤 했는데 아무래도 선물도 직접 만들기보단 누가 파는 것을 사서 주고 기프티콘 같은 것들이 많이 생겨나다 보니까 편지도 잘 안 쓰게 되었다.
얼마 전에 친구를 만났을 때 친구가 내가 몇 년 전에 써줬던 편지를 읽고 눈물까지 흘릴 정도로 감동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편지와 함께 작은 선물을 집 앞에 두고 왔는데, 너무 감동이라면서 사진을 몇 장을 찍었는지 모르겠다며 좋아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내 노력과 정성이 담긴 작은 편지 하나가 비싸고 좋은 선물보다도 더 그 사람의 마음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사실을 나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사는 게 바쁘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치이다 보니까 사람들을 멀리하게 되기도 하면서 따뜻한 마음과 고마움이 많이 사라지고 있었나 보다.
최근에 여행을 가서 예쁜 소품샵들을 구경했는데, 너무 예쁜 키링들과 비즈 액세서리가 있길래 오랜만에 직접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료들을 주문하고 이것저것 디자인도 찾아보다가 재료가 도착한 날 열심히 만들었다. 오랜만에 복잡한 생각들을 내려놓고 열심히 만들다 보니까 또 많아졌고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 만든 소품들을 포장하고 편지를 써서 전달했다. 크고 비싼 선물은 아니지만 작은 선물을 주었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큰 기쁨과 감동으로 다가왔나 보다. 오히려 더 비싸고 좋은 선물을 건네주었을 때보다 밝게 웃으며 해맑게 좋아하는 모습들을 마주하고 뿌듯하기도 하면서 의아했다.
이 작은 선물에 이 정도로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걸까? 정말 어린아이처럼 웃는 사람들을 보면서 왠지 모를 울컥함이 올라왔다. 나의 작은 노력과 재능으로 정말 큰 즐거움과 행복을 전해줄 수 있다는 그 사실이 날 더욱더 쓸모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이 세상에 정말 착하고 순수한 사람은 이제 없는 줄 알았는데, 별거 아닌 것에 이토록 좋아하는 순수함을 다 간직하고 있었구나 그런데 이런 면을 꽁꽁 숨기고 살아갈 수밖에 없을 만큼 너무나도 씁쓸한 현실 속에 살고 있구나 라는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는 나를 생각해주는 그 마음과 행동 자체에 너무 고맙고 감동도 많이 받았었지만 확실히 성인이 되고 나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순수하게만 받아들이지 않게 되는 부분들이 많아진다. 갑자기 나에게 선물을 주면 이걸 왜 주지? 그리고 상대방의 선물과 내 선물을 가격으로 비교하게 된다거나 선물을 한다라는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기도 한다. 선물하는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정성이 담긴 선물을 하는 것도 받는 것도 많이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을 이번에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다시금 찾게 되었다. 중요한 것을 잊지 않도록 이제부터는 내 마음과 진심을 전할 수 있도록 해보려고 한다. 나의 이 작은 실천으로 점점 주변이 따뜻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작고 소소한 기쁨들이 모여 큰 기쁨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