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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Apr 18. 2022

어른이가 돼버렸다.

어른이
‘어른’과 ‘어린이’를 합친 말

애늙은이
생물학적으로는 어린이, 청소년, 20대이지만 말투, 행동, 외모, 생각하는 것이나 가치관, 또는 정신 연령이나 취미 등은 또래들과는 다르게 중년 이상의 나이대와 비슷한 사람을 일컫는 말


 나는 지금 어른이다.

어렸을 때는 애늙은이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더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 되고 있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맞벌이시고 항상 바쁘셨고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뭔가 다 내가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고, 뭐든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밥도 혼자 챙겨 먹고, 집안일도 엄마가 오기 전에 미리 해놓고, 공부도 참 열심히 했던 아이였다.


 그때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오히려 하다가 안 하면 혼이나기도 했어서 어린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많은 경험들이 쌓이면서 성장하고 성숙한 어른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지금의 나는 어른이 아니라 어린이 같은 모습이다. 신체적인 나이는 어른이지만 왜 마음과 정신은 반대로 나이를 먹어가는 느낌일까...


 어릴 때는 사회에 나가 있는 모든 어른들이 아주 멀고 크게 느껴졌었고 정말 멋진 분들이라고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나 고등학생 때는 블로그를 하게 되면서 많은 언니 오빠들과 관련 담당자분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나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성인이 되고, 회사에 취직을 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성숙한 어른은 많지 않았다.

 

 어릴 때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많이 하는 말들을 생각해보면 '떼쓰면 안 돼, 인사 잘해야지, 편식하면 안 돼, 말 예쁘게 해야지, 공부 열심히 해야지' 등이었는데, 실제로 성인이 된 지금 주변을 둘러보면 이 사람이 초등학생인가?? 싶게 무논리로 무장해서 우기고 떼쓰는 사람과, 매일같이 먼저 인사를 해도 무시하는 사람, 같이 밥 먹을 때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다며 편식하는 사람, 말을 예쁘게는 안 해도 말답게 했으면 좋겠는데 아무렇게나 뱉어내는 사람, 몰라도 절대 공부하지 않고 모르는 게 당연한 사람들이 아주 많다.


 물론 나도 해당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도가 심한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나이가 들수록 생각도 바뀌어 가는 것 같다. 예전에는 많이 배려하고 챙겨주고 바른 언행이 무조건적으로 맞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는데, 착한 사람을 이용하고 배려가 당연한 사람들을 많이 보다 보니 참고 있는 나 자신이 더 바보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나도 참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살고 있는데 사실 이 모습이 편한 것도 맞고, 남들도 솔직하게 말하고 부당한 것에 참지 않는 게 부럽다고도 말하지만 마냥 또 편하기만 하지는 않다.


 막상 못 참겠으니까 말해놓고 왜 그랬지 후회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잘못된 상황 속에서 참고만 있지도 못하겠고 정말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겠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고 상대방이 왜 그러는지도 모르겠고 요즘 세상이 왜 이렇게 각박할까 생각해보면 다들 이 리치이고 저리 치이고 그러면서 순수한 친절과 마음이 많이 사라졌고, 많이 상처받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진짜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 일단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은, 모든 상황에서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고 감정 때문에 이성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잘 돌보며, 자기 자신 또한 방치하지 않는 사람. 내가 진짜 원하는 모습인데 난 이런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매일을 살고 있다...ㅎ


 그렇다고 어른이 같은 내 모습이 싫기만 한건 또 아니다. 가끔은 이런 솔직한 마음을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기도 하고 좋고 싫음이 확실하기 때문에 중간에서 애매한 감정 때문에 흔들리는 상황도 적은 편이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데 있어서 두려움보단 기대감이 더 큰 편이고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너무너무 많기 때문에 이런 나도 괜찮다. 그래도 사람이 발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내 단점에 있어서는 앞으로 조금씩 고쳐나가고 싶긴 하다.


 어렸을 때 내 나이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해보지 못하고 그땐 너무 성숙한 아이였기에 지금의 내가 순서에 맞게 크지 못하고 반대로 자라고 있었던 걸까...? 어쩌면 어른이가 된 모든 사람들이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아야 할 때 그러지 못해서 이제야 진짜 속마음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걸 통해서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내가 솔직하게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걸 듣고 내 마음과 생각을 누군가 알아주고 공감해줬으면 좋겠어서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요즘은 친구들이나 주변 지인들과 만나서 진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경우가 꽤 있었는데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문득 든 생각이 실패했을 때 나 자신을 탓하지 않고, 그렇다고 잘못된 부분을 무조건 내가 맞다고만 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는 건강한 자존감을 갖출 수 있도록 그런 사람이 되도록 내가 나를 더 살펴보고 사랑해줘야겠는 것. 좋은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멈춰만 있는 사람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고, 내가 이렇게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고 날 생각해주는 사람들에게 더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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