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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ul 06. 2022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것

짝사랑

 같이는 할 수 없는 그것.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것. 그건 바로 짝사랑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짝사랑이라는 걸 해본 적이 있지 않을까 싶다. 짝사랑만 하는 사람도 있고 짝사랑이 이루어진 사람도 있고, 짝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마음을 전했다가 끝나버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그 단어는 참 따뜻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들지만 사랑이라는 단어에 짝이라는 한 글자가 붙음으로 정말 슬픈 단어가 되어버린다. 글자는 한 글자가 더해졌는데, 왜 마음은 그만큼 더해지고 채워지지 않고 오히려 비어버리는 것만 같을까.


 어렸을 때는 짝사랑도 참 열심히 많이 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짝사랑을 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에너지 소모도 크고, 어떤 사람을 그토록 좋아하는 그 마음과 감정이 쉽게 생겨나지도 않게 되고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드는 느낌이랄까... 그때의 그 떨림과 그 설렘이 너무 좋았고 너무 예뻤다. 왜 좀 더 사랑하지 못하고, 왜 좀 더 표현하지 못하고, 왜 좀 더 솔직하지 못했었나 후회가 남았다. 그때의 나는 나의 감정을 드러내고 솔직해지는 것이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사랑이란 그 감정을 다 표현하면 멀어지게 되진 않을까, 날, 내 감정을 부담스러워하진 않을까 많은 고민과 생각에 사로잡혀서 오히려 더 감정을 밀어내고 사람들을 밀어내기도 했던 것 같다.


 내 짝사랑이 이루어져 본 적은 아직까진 없지만 내 마음을 전해 본적이 있긴 하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그 사실 하나로 내 감정이 너무 날뛰어서 이 감정을 잠재우고 끝내기 위해서는 이 짝사랑을 끝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지만 이 마음을 전했다가 괜히 더 어색 해거나 이 관계를 잃게 될까 봐 두려움이 커서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래도 그 사람이 과연 나와 같은 생각일까 같은 마음일까 궁금했고 물론 이 마음이 전해지고 그 사람과 내가 같은 마음이라면 정말 좋겠지만, 혼자 끙끙 앓고 있는 나도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결국 짝사랑을 짝+사랑이 되게 하고 싶어서 결심을 하고 내 감정과 마음을 솔직하게 전했다.


 내 인생에서 두 번의 고백이 있었는데, 한 번은 정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자신은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고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날 이상한 애 취급을 하더라.. 사실 그때 정말 나름대로 고민도 많이 하고 생각해보고 어느 정도는 그 감정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생각해서 고백한 거였는데 나 혼자만의 감정이라고? 너무 비참하기도 하고 상처도 받았다. 두 번째 고백에서는 조금은 더 차분한 반응이었는데, 아마 내 마음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던 걸로 예상이 된다. 정중하고 솔직한 거절에 마음이 많이 아프고 슬프긴 했지만 그래도 금방 훌훌 털어냈고, 컨트롤이 안되던 심장이 말을 듣기 시작했다.


 나도 다른 사람의 고백을 받아보고 누군가가 날 좋아하는 걸 느끼게 되었을 때 내 고백을 받고 거절했던 사람들의 감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긴 했다.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라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걸. 두 가지 양쪽의 입장을 다 경험한 입장에서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면 그냥 짝사랑은 짝사랑으로 혼자 좋아하고 사랑하는 걸로 간직하는 것이 아름다운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결론이지만, 오히려 후회가 되는 것은 내가 내 마음을 표현하고 솔직하게 전했던 그 모습이 아니라 그 두 번의 고백 이후에 더 많은 사랑과 표현과 솔직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결과는 잘 되지 않아서 멀어지게 되는 경우가 되었었는데,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내 감정에 더 충실하지 못했고 나를 살피지 못했다. 사람들이 내 마음속에 들어오게 될까 봐 가까이하지 못하고 더 밀어내고 막아내기도 했었다.


 내 감정과 내 모습과 내 사랑과 내 기분에 더 솔직한 내가 되고 싶다. 여전히 이 마음과 이 감정을 누군가에게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전하는 것이 참 서툴지만 폭풍 같은 내 감정을 혼자만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 짝사랑도 사랑인데 어쩔 수 없는 감정인데 이게 잘못된 게 아니고 창피한 일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을 독자들과, 나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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