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소 Aug 14. 2020

사이코지만 괜찮아 2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용기

tvn 드라마〈사이코지만 괜찮아〉,  2020

자신을 가둔 문을 열고 나가기 위해 다시금 용기를 낸 당신에게 보내는 응원

문강태와 문상태, 그리고 고문영의 이름에는 모두 ‘문’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다. 문은 이 작품의 중요한 상징이다. 강태는 상태가 마음의 문을 닫을 때마다 그에게 혼자 있을 시간을 주고, 문밖을 서성이며 다시 상태가 직접 문을 열고 나와 주기를 하염없이 기다려왔다. 그리고 그와 상태에게서 어머니를 빼앗고, 계속해서 도망치는 삶을 살게 만든 원인이 자신의 어머니인 도희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직후 문영이 강태에게 마음의 문을 닫았을 때도, 그는 따뜻한 밥을 지어 문밖에 둘지언정 억지로 문을 열고 들어가 문영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렇듯 문밖을 서성이며 기다리는 강태의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에게〈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상태를 통해서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다.


“과거 속에 계속 갇혀있으면 안 돼. 나처럼 돼.”

“갇혀? 문 열고 나가면 되잖아.”


어느 날 우연히 버스 안에서 필옹과 만난 상태가 그의 아픔을 마주하기 전, 서로 주고받은 말이다. 필옹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후 죄 없는 사람들, 맑은 눈이 예뻤던 아이들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평생 시달려왔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을 과거에 가두고,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을 포기했다. 그런 그에게 어린아이처럼 맑고 순수한 눈을 가진 상태가 말한다. 문을 열고 나가면 된다고. 그리고 자신이 했던 말처럼 상태는 벽화에 나비를 그리며 그림을 완성함으로써 자신을 괴롭히던 과거로부터 해방되어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상태를 보며 필옹 역시 문을 찾아볼 용기를 얻게 된다. 자신이 스스로 가두었지만, 이제는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게 된 것이다. 이제 전쟁 속 피 묻은 군화를 벗고 오지왕이 선물한 새 구두를 신은 채 문을 찾아 나서는 필옹이 언젠가 반드시 자신을 가둔 문을 열고 나아갈 것을 믿는다.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용기

강태와 상태, 문영. 세 사람은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선 자신과 타인을 향한 솔직하고 진실한 마음, 용서할 수 없는 타인 혹은 자신을 용서하는 긍휼,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함을 깨닫는다.


“잊지 마. 잊지 말고 이겨내.”


상태가 문영의 동화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의 한 구절이다. 상태가 이 책을 보며 위로받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동화가 문영의 진심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영 역시 자신의 어머니가 나오는 악몽을 꾸며 자랐다. 그리고 그 악몽을 이겨내고 싶은 마음에 동화를 썼다. 문영이 동화 작가가 된 것은 유일하게 좋은 추억으로 남은 아버지와의 어떤 기억 때문이다. 부모로부터 무수한 상처를 받아왔지만, 자신을 위해 동화책을 읽어주던 다정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은 문영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극의 후반, 어두운 과거에 갇혀 ‘영혼이 자라지 않은 어린아이’로 살아오던 세 사람은 서로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위험 속에 뛰어든다. 그리고 그들 중 가장 자기만의 세계가 강하고 과거를 두려워했던 상태가 동화 속 마녀를 상징하는 도희재를 동화책으로 응징하고, 동생들을 구한다. 상태의 공격에 맥없이 쓰러진 도희재는 이제 더는 그들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지 못한다. 그렇게 마녀가 사라진 후 세 사람은 그동안 자신을 옭아매던 과거 위에 치유의 그림을 덧그리며 온전한 어른으로 성장해간다.


사람은 누구나 양면성이 있다. 선과 악, 유약함과 강인함, 사랑과 증오, 위선과 위악까지. 이중적인 모습 속에서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나로서, 너를 너로서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최종화에서 “나는 내가 제일 좋아.”라고 말하는 강태를 보며 우리는 그와 함께 충만한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


비록 우리가 살면서 생기는 수많은 상처를 완벽하게 지울 순 없지만, 그 상처 위에 아름다운 그림을 덧 그리는 것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영은 자신의 어머니인 도희재와 다른 선택을 한다. 도희재는 오랜 시간 문영과 세상 앞에서 자신을 숨기기 위해 여러 차례 성형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선택에 의해 사람들이 알고 있던 자신의 얼굴과 전혀 다른 얼굴로 살아가며 자신의 진짜 얼굴을 잃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강태와 상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 배부름과 온기에 대해 알게 된 문영은 자신의 진짜 얼굴을 찾아가는 긴 여정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실한 사랑의 가치에 대해 깨닫는다.


이렇듯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나와 당신이 만나 때로는 독립적으로, 때로는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연약한 인간이 강인 해지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하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준 이 작품으로 인해 다사다난했던 2020년의 여름은 진짜 진짜 행복했다.


조금 이상하고 유별나지만 무척이나 따뜻했던〈사이코지만 괜찮아〉라는 한 권의 동화책을 모두 읽은 지금,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다시금 일상을 살아가게 될 나와 같은 이들의 평안을 위해 기도한다.


어둡고 아픈 기억 위에 더해질 아름답고 좋은 기억으로 인해 우리 모두 행복해지기를.

Everybody be happy!


* 드라마에 대한 넘치는 애정으로 인해 분량 조절에 실패했어요. 이 글은 첫 번째 리뷰와 이어진 두 번째 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이코지만 괜찮아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