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취미이자 일과 일상의 일부인 삶을 살고 있지만, 정작 독서의 역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한 <독서의 역사>는 그래서 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책이다. - 이 책의 저자 알베르토 망구엘은 현재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으로 재직 중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독서가이자 장서가로 평가받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다양한 국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십 대 후반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다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만났고, 시력을 잃어가던 그에게 4년 동안 책을 읽어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 총 459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알베르토 망구엘의 개인적인 독서만을 담고 있지 않다. 인류 최초로 문자를 남겼던 수메르인 농부에서부터, 책 분류의 역사, 금지된 책읽기를 통한 자유에의 갈망,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독서까지 끝나지 않는 독서의 역사에 대해 다룬다. - 처음에는 책의 두께만 보고 덜컥 겁이 났지만, 책을 읽다보면 유려하고 정갈한 문체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 아주 오래전부터 책을 기록하고 읽어온 무수한 사람들과의 연대로 마음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