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을 기다려왔는데 심란한 이유는......
드디어 그날이 왔다.
공문함에서 명예퇴직 신청하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드디어 왔구나!"
서류는 복잡하다. 굳이 자필로 써야 할 서류, 증빙자료, 제출할 양식이 빼곡히 적혀있다.
기분이 이상하다.
오랫동안 이 날을 기다려왔다. 10여 년 전부터 55세를 데드라인으로 정했다. 이때쯤이면 미련 없이, 아쉬움 없이 정리하기 좋은 나이라 생각해 왔다. 그런데 막상 기분이 이상하다. 아무런 일손도 잡히지 않는다.
홀가분함과 시원함 보다는 왠지 모를 심란함 더 크게 밀려온다.
이 서류 몇 장이 나의 30년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는 마침표라니....
힘겹게 시간에 맞춰 일어나서 씻고 닦고, 차 안에서 멍 때리며 습관처럼 출근을 하고, 아침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어느새 즐거운 퇴근을 맞이하는 일상이 이제는 진짜 끝이구나 싶다.
오늘은 그냥 이렇게 충분히 심란해하련다.
억지로 긍정적인 미래를 생각지도 않고
약간의 아쉬움이나 후회도 갖지 않고
그냥 정성스레 마침표를 찍기 전에, 잠깐 생각을 멈춰보자.
행복했다.
지겨웠다.
성취감도 맛봤다.
따분하다.
보람도 있었다.
벗어나고도 싶었다.
이 모든 마음은
지금까지로 충분하다.
이제 직장인으로서의 나는 졸업이다.
자연인 나로서의 시간이 시작되나 보다.
휴..... 숨을 고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