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하는 것들은 다 마지막.....
학부모공개수업일
평소엔 잘 입지 않던 똑 떨어지는 정장을 입은 내 모습에
"선생님, 근사하게 하고 오셨네요."
"선생님, 뭔가 컴퓨터를 잘하는 회사에 다니시는 분 같아요."
아이들 눈에 오늘의 내가 뭔가 좀 낯선가 보다.
수업시작 20분 전부터 한 분씩 두 분씩 복도에서 서성거리시는 분들이 계신다.
얼른 하던 수업을 마무리하고
공개수업 차시의 교과서를 준비시키고 아이들에게 마지막 단도리를 하고
부모님들을 교실로 모신다.
정작 이때부터가 어색한 시간이다.
부모님들은 아이들 작품도 돌아보고, 자녀와 정겨운 눈인사도 나눈다.
그 눈동자에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기대와 설렘이 가득 차있다.
학부모 대상 공개수업이라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할 학부모님들을 위해
교사의 개입은 최소한으로 하고,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하는 모둠발표 수업을 계획했다.
아이들은 늘 기대 이상으로 잘한다.
등뒤로 느껴지는 부모님의 시선과 기대에 부응하듯
자세는 바르고, 목소리는 또렷하다.
순서대로 한 명씩 앞에 나와서 자신이 준비한 슬라이드 자료를 발표하는데, 얼굴이 시뻘게지기도 하고, 손 끝이 파르르 떨기도 하고, 잘하던 인사말도 까먹기도 했지만 그 모습마저도 예쁘다.
필요한 부분마다 보충설명을 살짝 보태면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약속된 40분은 금세 흘러갔다.
아이들을 교실 뒤쪽으로 돌아서게 하고
학부모님들을 향해 인사를 시켰다.
"사랑합니다!"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에, 부모님들의 따뜻한 박수가 이어지고,
다시 한 분 두 분 교실을 나서면
들뜬 설렘의 기분은 사그라들고
교실 공간은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다.
나는 조용히 교과서를 덮는다.
내 평생의 마지막 공개수업이 그렇게 끝났다.
2025.10.28.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