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상해서 명퇴하는 거야?
노안이 왔다. 36인지 86인지, 17인지 19인지 미간을 찡그려야만 제대로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젠 돋보기의 도움을 받아야만 책도, 모니터도 볼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릎도 한 번씩 시큰거린다. 격한 운동은 아예 하지 않고 중등도의 운동도 몸을 사리며 무릎을 보살피며 살살 이어간다. 건강하게 살아남기 위해 신체의 변화에 본능적으로 적응해 가고 있다. 그래서 내 몸을 위해 점점 포기하는 것들도 늘어난다.
그런데 내 마음은 왜 몸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걸까? 젊은 날 날아올랐던 내 모습, 주변의 칭찬과 인정이 싫지 않았던 그 당시의 꼿꼿한 자존감을 내려놓는 것이 쉽지 않다. 점점 움츠러드는 나를 스스로 다독이기가 쉽지않다. 40대 후반 으로 접어들면서 내 운신의 폭을 조금씩 좁혀왔다. 그게 자연스러운 변화이고 내가 가야할 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는 자발적으로 조직의 작은 귀퉁이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몸과 마음의 속도는 많아 다른가보다. 몸은 이미 스러져가는 현재의 나이지만, 마음을 아직도 그때 그 시절에 머물러 너무 천천히 현재로 오고 있나 보다. 몸은 이미 포기를 배워가는데, 마음은 아직 꼿꼿하고싶나 보다.
이제는 스러져가는 마음에도 적응해 보자. 돋보기를 써야 하고 무릎을 아끼는 것처럼 내 마음에도 돋보기를 씌우야겠다. 귀퉁이에서라도 묵묵히 내 할 일을 성실하게 다하고 있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소중히 여겨야겠다. 약한 무릎 덕분에 천천히 걸으며 세상을 더 따뜻하고 세밀하게 살피듯이, 내 자존심의 자리를 덜어내며 더 낮은 자리에서 다른 사람을 보다 너그럽고 친절하게 바라봐야겠다.
돋보기를 쓰고 있어도, 느릿느릿 걷고 있어도, 앞장서 나아가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