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고치며, 마음을 비우다

무소유의 한 시간

by 소소

누군가의 의미 없는 낙서 같기도 한, 불규칙하게 구불구불한 천장의 작은 무늬들을 오늘도 멍하니 바라본다.

에어컨에서 풍기는 냄새인지, 지하 공간의 특성 때문인지 알 수 없는 퀴퀴함이 따라온다.

오늘도 역시 마스크를 챙기지 않았고, 나는 이 특유의 냄새와 함께 딱딱한 물리치료실 14번 베드에

누워 있다.


목디스크와 라운드 숄더로 인해 어깨가 좋지 않았던 지는 꽤 오래되었다.

그럭저럭 참을 만할 때도 있었고, 견디기 힘들 만큼 아픈 날도 있었다.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 선생님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셨다.

나는 그저 회사원이었다. 매일같이 야근을 하며, 하루 12시간 이상을 컴퓨터 앞에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영혼 없이 일하던 그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면서 어느 정도 상태가 좋아졌지만, 2~3년 전 회전근개염이 생겼고 최근 들어 그 통증이 다시 심해졌다. 게다가 팔꿈치에 엘보까지 생기니, 이제는 또 어디가 새롭게 아플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의사 선생님은 아직 수술할 단계는 아니며, 주사 역시 자주 맞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셨다.

대신 약을 처방해 주시며 시간이 날 때마다 물리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했다.


직장을 그만둔 지금, 나는 거의 매일 같은 시간에 병원 지하 1층 물리치료실에 누워 있다.

치료는 늘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통증 부위에 고주파 램프를 켜고, 이어서 뜨거운 찜질을 한 뒤 전기치료로 마무리된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간다.


그 한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똑바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것뿐이다.
의도치 않게 휴대폰으로부터도 완전히 자유로운 한 시간. 그저 할 수 있는 건 머릿속의 생각들 뿐이었다.

회사를 그만둔 뒤로 여러 가지 복잡한 고민들이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물리치료를 받는 그 한 시간 동안 수많은 생각의 탑을 쌓고,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육체를 치료하는 동안, 정작 내 마음은 더 아파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르렁드르렁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지 알 수는 없지만, 침대마다 드리운 커튼 사이로 자주 들려오는 소리다.

따뜻한 찜질에 몸을 맡기다 보면 누구든 잠에 빠져들 만하다.

차라리 나도 잠을 자자.
그렇지 않다면 머릿속을 온전히 비우고, 천장의 불규칙한 무늬를 눈으로 따라가 보자.

이 시간을 무소유의 한 시간으로 만들자.
그리고 몸도 마음도 가볍게, 집으로 돌아가자.


잠시 잠들었던 나는 전기치료의 찌릿함에 눈을 떴다.
불규칙한 파동에 팔이 저절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 느낌은 아프지도 불쾌하지도 않았다.

잠시 후, 치료가 끝났음을 알리는 기계음이 울렸다.

무소유의 한 시간이 그렇게 끝났다.


생각이 많은 편인 나는 늘 수많은 걱정과 불안에 치여 살아왔다.

불안한 마음에 계획을 수없이 세우고, 또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생각을 멈추고 싶어도, 그것을 떨쳐내는 데는 언제나 큰 노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금 이 물리치료실에서의 시간은 내 모든 생각과 걱정,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몸을 치료하는 한 시간, 결국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