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상실에 대하여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차 신체적인 기능의 상실을 느끼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었다.
감정의 상실.
감정의 상실은 더욱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매일매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똑같은 시간이 흘러갔다.
마치 맹물과도 같은 일상이었다.
그리고 습관처럼 휴대폰에서 유튜브를 스크롤하던 얼마 전, 하나의 영상이 내 손끝을 멈추게 했고,
상실했던 내 감정을 다시 부활시켰다.
'배우 양조위,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차 부산 방문'
홍콩과 홍콩영화 그리고 그 배우들을 사랑하며 설레어했던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다시 살아났다.
홍콩누아르 영화부터 영상미 넘치는 왕가위의 영화까지, 우리 모두가 홍콩에 매료되었던 그 시절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중 장국영을 너무 사랑했던 나는, 장국영의 대사를 자막으로 읽고 싶지 않아서
중국어 학원 새벽반을 등록해서 다니기도 했다. 물론 광둥어가 아닌 북경어를 배웠지만
그래도 아주 모르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그리고 1997년 홍콩반환 즈음 두 번의 홍콩출장은 내 마음을 더 그 도시에 묶어 두었다.
출장기간 동안 짬을 내어 영화 속에 나왔던 장소들을 여기저기 혼자 찾아다니던 그 흥분을 잊을 수 없다.
'열혈남아'의 유덕화가 피워 올리던 담배연기,
'아비정전' 속 장국영의 맘보춤,
'중경삼림'에서 왕페이를 바라보던 양조위의 눈빛,
'해피투게더'의 택시 안, 양조위에게 기대던 장국영.
나는 너무나 많은 것을 감정의 소용돌이와 함께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홍콩에 빠졌다.
신체적인 기능의 상실과 달리 감정의 상실은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건 나 스스로 만들어낸 무감각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이제는 다시, 맹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
조금은 느려도, 그러나 더 깊게 다시 느끼며, 설레며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