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의 힘을 빌리는 시간
결혼 후 1년을 시댁에서 살았다.
그 후, 분가를 하면서 2인용 식탁을 샀다.
25년 전이다.
작은집의 거실 겸 부엌 한 구석에 간신히 식탁을 놓았다.
그리고 여러 번의 이사가 있었고,
10년 전, 지금의 이 집에 이사를 오면서 조금 더 큰 4인용 식탁을 샀다.
그 식탁이 딱히 어디가 틀어지거나 못쓰게 되진 않았지만,
너무 올드한 디자인이었고, 조금 큰 식탁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의 집으로 이사를 하는 만큼
새것을 사고 싶었다.
그래도 멀쩡한 걸 차마 버리지 못해 식탁은 파란색 물고기 무늬가 있는
리넨천을 씌워 주방용품을 올려놓는 테이블로 사용하고 있고
의자 2개는 베란다 한구석에 놓았다.
살림이 많지 않고, 또 그 흔한 화초 하나 없는 집이다 보니
작지 않은 베란다에는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 의자 두 개뿐이다.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날,
나는 가끔 그 낡은 의자에 다리를 감싸고 웅크리고 앉아
고개를 젖히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한참을,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온몸 한가득 받는다.
마치 눅눅한 이불을 볕 좋은 날 밖에 널어두면 보송해지는 것처럼,
어릴 적 엄마가 손바느질로 꿰매준 풀 먹인 이불 홑청에 뒹구는 것처럼.
개운치 않은 내 머릿속의 생각들이 그 햇살을 받아 개운해진다.
그래서 베란다의 낡은 의자에 앉아 있는 그 시간은,
어린아이가 반성의 시간을 갖는 생각하는 의자가 아닌,
쉼 없이 살아온 내가 지치지 않고 또 힘을 내기 위해 햇살의 힘을 빌리는 시간이다.
지금은 베란다의 한 구석이지만,
어디라도 좋다. 온몸 감쌀 수 있을 만큼의 햇살만 든다면 충분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햇살을 받기만 하면 된다.
햇살의 따뜻한 힘을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