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해결해야 될 문제의 연속
오늘 함께 사무실을 사용하시는 개인 사업자 분과 이야기를 하다가 매일매일 해결해야 될 문제만 발생한다는 푸념 섞인 말이 나왔습니다. 회사에서도 매일 해야될 일의 연속이었는데 퇴사를 해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겁니다. 회사와 차이점이 있다면 이 문제들은 제가 해결하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간지를 모르겠습니다.
[장애물 #1 : 퇴사]
솔직히 사업을 시작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제 사업을 하기 위해 퇴사를 하는 것부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회사와의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제가 하던 일의 정리와 마무리가 필요했고, 제가 나가도 제가 하던 일이 제대로 돌아가길 원했으며, 무엇보다도 저 자신을 설득시키기가 제일 어려웠습니다.
내일부터 고정적인 수익이 없어도 너 버틸 수 있니?
객기 부리는 건 아니니?
결국 첫 회사 입사 5년 만에 생각보다 깔끔하게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계획보다 반 년 정도 앞당겨진 퇴사라 스스로도 좀 당혹스럽기는 했지만 어쨌든 올거 같지 않았던 퇴사의 날이 기어이 올고 말았습니다. 월급이라는 달콤한 열매와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싫은 귀차니즘, 그 외 찾으려고 하면 엄청나게 많은 이유들 때문에 제 일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퇴사라는 건 제 앞을 가로막는 커다란 벽과 같은 장애물이었습니다.
[장애물 #2 : 해외 공급처]
퇴사 후를 나름 미리 준비 하겠다고 회사 다니는 동안 계속 이것저것 시도를 해봤습니다. 그 중에 퇴사 후에 해볼만한 것들이 한 두개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중에 하나가 해외직구입니다. 그리고 해외직구로 시작한 일이 지금은 구매대행이라는 형태로 바뀌어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이겠지만 구매대행업도 이미 많은 선두주자들이 있었고, 제가 취급하려는 상품도 이미 많은 업체에서 팔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제일 궁금하고 답답했던 점은 도대체 저 업체들은 어디서 어떻게 저런 가격으로 공급을 받고 있는건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기존에 제가 공급 받고 있는 가격으로는 도저히 그들과 경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시작했기 때문에 취급하는 액수와 수량 모두 많지 않았고, 당연히 저한테 좋은 조건으로 물건을 공급해줄 곳이 있을리 없었습니다. 정말 해외에 가서 직접 업체를 뚫어야 되나 싶어 해당 상품을 생산하는 국가로 갈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직접 가서 업체를 찾아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공급 받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겠지만 한번도 가보지 않고, 언어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 나라로 가본들 좋은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에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얻었고, 그 실마리를 쫓아 가다 보니 국내에서도 충분히 해외 공급처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업체에서 저한테만 물건을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다 보니 그나마 해볼만한 가격이었지만 여전히 경쟁이 치열한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결국 직접 생산 국가로 가서 공급처를 찾아 내든가, 아니면 내가 직접 공급처가 되든가... 결국 좋은 업체를 찾는 쪽이 현실적으로 맞다고 생각했고, 계속 알아본 결과, 국내에 있으면서도 처음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좋은 조건의 업체를 찾았고, 또 계속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공급처를 찾아내본들 이미 국내의 다른 경쟁업체에도 공급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절대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었습니다. 가격과 상품의 질은 상품 차별화의 요소가 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직접 생산하는 상품이 아니고 이미 제작된 상품을 구매대행 하는 것이므로 질은 누구나한테 동일하고 가격은 저에게 독점적으로 제공해주지 않는 한은 결국 모든 업체가 비슷한 가격대를 이룰 것이며, 그 가격대를 맞추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려나게 될 겁니다. 결국 저만의 무엇인가가 있어야 되는 겁니다. 그건 마케팅이 될 수도 있고, 배송이나 서비스, 인맥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장애물 #3 : 외환이체]
투자를 해서 국내 소비자 분들에게 팔수 있을만한 조건의 공급처를 찾았어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돈입니다. 웃긴 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은 있지만 해외 공급처에게 지불하는 방법이 문제였습니다. 저는 해외 공급처에게 돈을 줄 의향이 있고, 돈도 있지만 다른 나라 간의 돈의 이동이 국내에서처럼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외환이체는 건 별로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액수에 액수가 적다고 해서 외환이체 수수료가 낮아지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 주문을 받을 때마다 외환이체를 하는 것보다는 미리 한번에 큰 액수를 공급처에게 외환이체 해놓는 것이 수수료 면에서는 유리합니다. 하지만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그리고 처음 거래를 트는 입장에서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고, 누군지도 모르고, 다른 나라에 있는 그 누군가한테 거금을 보낸다는 게 쉬운 결정이 아니니다. 그 업체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오직 그 업체가 좋은 곳이기만을 바라면서 사업을 할 수는 없는 겁니다. 해외 계좌를 만드는 것도 마냥 쉽지만은 않고, 페이팔을 통해 결제를 해보려 했지만 공급처 입장에서는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건 별로 결제를 해주면 정산/인보이스 처리가 많이 번거로워 진다고 선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장애물 #4 : Unknown]
이러한 사업 상의 장애물은 앞으로도 계속 제 앞에 갑자기 막 치고 들어올 거고, 저는 그때그때 잘 대응을 해서 어떻게든 버텨야 되는 상황입니다. 위에 것들은 제 상황에서 발생하는 장애물들이고, 서로 다른 분야에서 발생하는 장애물들은 더 다양하고 더 골 때리는 상황들이 많을 겁니다. 누가 봐도 본인이 억울한 상황이지만 자신이 가해자가 되는 상황도 있고, 학연이나 지연에 막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법적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상황에 맞닥드리리 수도 있을 겁니다. 제가 위에서 말한 장애물들은 정말 사소한 문제들입니다. 어쩌면 크게 사업하시는 분들에게는 눈에도 보이지 않는 사소한 문제들일 겁니다.
가끔 일을 하다 보면 한숨을 크게 쉬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내 일을 한다는 점과 고정적인 월급이 없다는 점 빼고는 회사다닐 때와 크게 차이점이 없는 거 같기도 합니다. 물론 몰랐던 건 아닙니다. 그리고 제 일을 하고 있고, 소소하지만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회사를 다닐 때보다 훨씬 만족감이 큰 하루하루입니다. 단지 이러다가도 갑자기 다가오는 막막함과 답답함, 그리고 조급함 등으로 인해 한 순간에 무너질 거 같은 순간들이 종종 찾아 오고, 그때가 너무 힘들 뿐입니다. 회사에서처럼 동료나 선후배들과 푸념이나 한풀이를 할 수도 없고, 저 대신에 누군가 대신 해결해줄 사람도 없으며, 내가 안하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버티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