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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May 19. 2018

어느새 나도 꼰대가 되었나?

상대방에게 내 생각을 강요하고 있던 나

[관련 글 : 송도 공유사무실 3호점]

  세 번째 공유사무실을 오픈하면서 뭔가 일이 많아지고, 일도 생각한 대로 잘 풀리는 거 같기도 하고 점점 어려워지는 거 같기도 하고 그럽니다. 정확히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벌써 가장 큰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회사와 개인이 있는 등 결과는 나빠 보이지 않지만 아직은 변곡점을 지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사용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서 저도 이것저것 신경 쓸게 많고, 재미도 있습니다. 


요즘 신경 쓰는 것 중에 하나가 공유사무실에 벽을 세워 공간을 분리하는 겁니다. 아래 사진처럼 오픈된 공간에도 자리가 있는데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독립된 공간을 원하시기 때문에 공사를 해서 개별 공간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당장 비용은 부담스럽지만 공사만 완료되면 바로 사용하실 분들도 계시고, 당장 사용자가 없더라도 조건이 나쁘지 않은데 공간도 독립되어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사용하실 분들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왼쪽(창가)과 오른쪽 중에 어디에 벽을 세워야 될까요 ㅠ.ㅠ

그런데 생각지 못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기존 사용자 분들과 저의 생각이 달랐다는 점입니다. 


벽을 세우면 빛을 차단하기 때문에 답답해질 거 같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분명 맞는 의견이었습니다. 공사하려는 공간이 18평 정도 되는데 공사를 통해 창문이 있는 5평과 8평의 독립된 공간이 새로 생기는데 이때 나머지 5평 정도 되는 공간은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공간이 되어 버립니다. 벽 때문에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빛까지 차단되어 버리니 이 공간이 죽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전면 유리로 벽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의견이 나왔습니다


어차피 유리로 할 거라면 창가가 아닌 쪽에 벽을 세우는 게 좋지 않을까요? 창가를 다 막아 버리면 환풍도 안되고 눅눅해질 거 같다. 


음... 이것도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계속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처음에 제 생각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공간을 분리한다는 건 그 공간을 누군가가 사용한다는 건데 다른 모든 공간은 창가인데 이 공간만 창문이 없다는 건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고, 관리자인 제 입장에서도 창문이 있는 공간을 수익적인 면에서도 더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세입자인 기존 사용자분들은 그분들의 입장에서 의견을 내놓은 것이고, 관리자인 저는 제 입장에서 의견을 내놓은 겁니다. 제 입장에서는 비용을 더 들여서 유리벽으로 하는 것도 나름 배려한 거였지만 세입자 분들께 모든 걸 다 맞춰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러다가 오늘 TTimes에서 글을 하나 읽다가 지금의 제 상황과 너무 똑같은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세입자 분들이 저의 직원은 아니지만 분명 저도 누군가와 함꼐 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직원이든 세입자이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소속감과 신뢰를 가질 겁니다. 저는 제 공간을 함께 사용하시는 분들과 서로 윈윈하며, 친구와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공사를 독단적으로 하지 않고, 기존 사용자 분들과 의논을 했으며, 비용이 더 들더라도 그분들의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나온 창가를 끼고 공사를 할 거냐 말거냐에 대해서는 제 의견을 고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위의 글을 읽고 다시 생각해 보니 저만 이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면 분명 그럴 이유가 있을 겁니다. 물론 관리자와 세입자라는 입장의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비용을 지불하면서 공유사무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쪽은 제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은 무조건 제 의견을 고집할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창가를 끼지 않고 공사를 하게 되면 그 공간만 창문이 없는 곳이 되어 버리고, 분명 사용하시려고 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그 점이 찝찝할 수 있습니다. 대신 기존 사용자 분들에게는 창가와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는 기쁜을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창가가 없는 그 공간은 마냥 답답한 공간이 될까?


여기에서부터 다시 생각을 해봤습니다. 기존 사용자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쪽으로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애초에 이쪽으로는 방법을 생각해 보지 않고, 무조건 제 생각대로 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분명 기존 사용자 분들은 그대로 사용은 했겠지만 새로 생긴 벽을 볼 때마다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최악의 경우 그분들과 제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길 수도 있을 겁니다.


생각해 보니 창가 없는 쪽에 벽을 세워도 그 공간에 빛이 들어오지 않는 게 아니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그 공간도 반대편에 있는 창가를 통해 빛이 도달할 수 있었고, 게다가 벽은 유리이니 결국 처음처럼 모든 공간에 빛이 들어올 수가 있었던 겁니다. 대신 비용이 더 들기는 합니다. 그리고 공간적으로도 깔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용하시는 분들이 원하기 때문에 충분히 가치가 있는 선택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아직 공사 자체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공사를 하게 된다면 현재로써는 저와 함께 하려고 하는 분들의 의견을 따를 생각입니다. 추후에 결과는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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