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의 횡포
제목만 보고 오해하실 수 있는데 저는 건물주가 아닙니다. 하지만 임대를 하면서 세입자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저 또한 세입자입니다. 복잡하죠?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저는 상가와 오피스텔을 월세로 계약한 후 그 공간을 다른 분들에게 전대를 하고 있습니다. 전대라고 하면 뭔가 불법이 아니냐?라는 시선이 많고,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대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건물주의 동의 없이 전대를 하는 경우입니다. 건물주의 동의를 얻으면 정당하게 전대를 할 수 있는 겁니다.
저는 건물주의 동의를 얻어 전대로 공유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즉, 저는 임차인(세입자)인 동시에 임대인입니다. 그러다 보니 임차인처럼 건물주에게 매달 내는 월세의 압박을 느끼는 동시에, 임대인처럼 월세를 더 받거나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동시에 임대인과 임차인으로서의 고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세입자이지만 전대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또 다른 저의 세입자로 받아 공유 사무실을 운영하다 보니 건물주로서는 저의 사업 형태가 조금은 불편할 수가 있습니다. 세입자로 받아 놓았더니 이 놈이 다른 사람들을 임대 계약서와 전대 주인 동의서까지 작성하면서 세입자로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가 전대로 들어온 분들의 보증금을 들고 도망가면 이 보증금은 건물주가 배상해야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계약하기 전에 주인 분에게 제 사업 형태와 전대를 받을 거라는 걸 꼭 말씀드리고 사전에 동의를 얻은 경우에만 계약을 합니다. 숨겼다가는 나중에 제가 더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특약으로 아래와 같이 자진해서 작성합니다.
1. 전대 시 사업장 등록은 x명까지만 받겠다
2. 전대 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받지 않겠다.
3. 전대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임차인(저)이 책임진다.
지금까지는 전대를 하기 때문에 계약을 거부당한 적은 없습니다. 계약 기간 동안 몇 번의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위의 내용만 잘 지키면 크게 문제가 될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에서 발생을 했습니다.
뉴스나 신문에서는 항상 건물주나 임대인의 갑질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저하고는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전대로 들어온 사람들이 저에게 횡포를 부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극히 일부의 경우이지만 이런 경우가 일단 발생하면 굉장히 신경 써야 할 일이 많고, 스트레스도 장난이 아닙니다.
잠수 타는 세입자
공유사무실을 사용하는 분들은 대부분 사업자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서 공유사무실 주소지로 사업장 등록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주인 분과 계약했던 인원수만큼만 사업장으로 등록을 해드릴 수 있기 때문에 사무실을 사용하고 싶어 하시는 분이 계셔도 사업장 등록을 해드릴 수 없어서 못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사업장 등록을 많이 할 수 있다면 제 입장에서는 수익이 더 좋아질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일부 세입자의 경우 사업장 등록만 해놓고 비용도 지불하지 않으면서 연락까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말 미치고 팔짝 뜁니다... 더 웃긴 건 그런 경우에 대해서 임대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갑질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월세를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계약서에 명시한 비용을 받으려고 하는 것뿐인데 그것도 안 주고, 연락도 피하는 겁니다. 이런 경우 강제 폐업이라는 것을 시킬 수 있는데 무조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어야지만 강제폐업을 할 수 있습니다.
1. 계약기간이 지난 후 무단으로 사업장을 사용하는 경우
2. 세입자가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
3. 세입자가 해당 사업지에서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 경우
3. 해당 세입자의 세무서 담당자가 강제폐업을 해주는 경우
강제폐업을 몇 번 문의해본 입장에서 작성한 강제폐업 기준입니다.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계약기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세입자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그 세입자를 계속 사업장만 무료로 빌려주는 경우가 되고, 그만큼 손해를 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해당 세입자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다른 곳에서 계속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세무서에서는 강제폐업을 해줄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일단 해당 세입자의 세무서 담당자가 강제폐업을 진행해 주지 않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강제폐업을 시킬 수가 없습니다. 방법은 민사로 소송을 거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뭐 법이 그렇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만 임대인 입장에서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 당시 깨달은 건 임대인이라고 무조건 갑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임대인이라고 하면 굉장히 독하고 매몰차며 인정이 없다는 이미지가 강한데 이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수밖에 없는 구조더라고요. 꼼짝없이 당할 수는 없으니깐요. 정말 그 당시 저는 민사로 소송을 거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착하고 잘해주고 양심껏 하는 건물주라도 세입자가 저래 버리면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 후의 건물주가 하는 행동들만 보고 주변에서는 건물주들의 갑질 혹은 횡포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보증금
결국 이러한 일을 몇 번 겪은 후 저도 다른 임대인들처럼 보증금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경험을 통해 왜 보증금이라는 것이 필요한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대부분의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은 굉장히 부담이 되고, 마음에 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일부 세입자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증금이라는 것을 받게 되었습니다. 받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보증금이 없으면 좋은데 재미있게도 저는 그 보증금을 세입자들 때문에 받기 시작한 겁니다. 물론 일부 세입자만 그렇고 대부분은 계약 내용을 잘 지켜 주십니다. 하지만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고, 개념 없는 일부 세입자들 때문에 선량한 세입자 분들도 보증금을 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된 겁니다. 이제는 보증금이라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같이 작게 사업하는 사람도 이런 일을 겪는데 더 많은 사람들과 더 큰돈으로 엮이는 일을 하는 분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마냥 착한 것도 좋은 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 그대로 악독하게 할지언정 그것이 계약과 약속, 신뢰에 기반한 것이라면 절대 잘못된 모습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세입자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