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를 협력자로!
예전에 비하면 개인으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고, 영향력도 커졌습니다. 1인 창업이 늘어나는 이유가 있는 걸 겁니다. 하지만 그러한 개인이 모이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개인의 성향이나 하고자 하는 일의 특성상 혼자서는 한계가 있기도 합니다. 지금 제 상황이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와 갑자기 동업을 할 수도 없고, 친한 사람이라고 무턱대고 같이 일하자고 할 수도 없습니다. 직원을 고용하는 건 더욱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종종 혼자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들이 있고, 비용과 시간을 들여 해결하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면 한숨부터 쉬고, 해결하고 나서 다시 한번 한숨을 쉽니다. 뭔가 벅차다는 느낌? 한계? 이런 걸 느끼는 겁니다. 그러다가 오늘 문득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모든 걸 혼자 해결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 일을 겪고 나니 알게 모르게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공유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주말마다 카페에 가서 일을 합니다. 가끔 적당한 소음이 그립기도 하고, 일하는 환경을 바꾸면 집중이 더 잘 되기 때문입니다. 오전에 카페에 앉아 있는데 사무실 사용자 분 중에 한 분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사무실에 에어컨 리모컨이 없다는 겁니다. 이 더위에 에어컨을 사용 못한다 건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에어컨 리모컨을 제가 사용하고 제자리에 두지 않고 카페에 왔던 거였습니다. 그런데 리모컨 둔 곳이 열쇠로 잠겨 있어서 결국 제가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또 다른 사무실 사용자 분에게 전화가 왔고, 마침 그분이 열쇠를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제가 다시 사무실로 가는 수고를 덜게 된 겁니다. 원래는 오늘 사무실에 나오시지 않는 분인데 일이 있어서 나오셨다가, 제가 에어컨 리모컨 때문에 다시 사무실에 와야 되는 상황을 인지하시고 먼저 저한테 전화를 주신 겁니다.
생각해 보면 이 분도 비용을 지불하고 제가 운영하는 공유 사무실을 사용하시는 분입니다. 그런데 그분은 관리자인 저만 가지고 있어야 하는 열쇠를 가지고 계셨고, 그로 인해 제가 많은 도움을 받아 왔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네요. 생각해 보면 그분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해주셨고,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일을 먼저 도와주겠다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다른 공유 사무실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청소를 해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휴지가 떨어지면 문자로 알려주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택배를 대신 받아주시는 경우도 있었고, 제가 힘들 때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세 군대의 공유 사무실을 운영하다 보니 신경 쓸 것도 많고, 신경 쓰이는 것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함께 사용하다 보니 발생하는 당연한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조용히 넘어가고 있습니다. 솔직히 관리하는 입장에서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고 싶지만 관리자가 아닌 같은 사용자이고 싶어서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름 잘 참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용자 분들도 사용자로서만 공간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용자이지만 관리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도와주고 있었던 겁니다. 이런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지금까지 공유 사무실을 유지해올 수 있었고,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토요일 하루가 더 기분 좋은 주말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