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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Nov 05. 2020

퇴사한 회사에서 외주를 받아 일을 하면 알게 되는 사실

신나게(?) 개발 일을 하던 회사를 퇴사하고, 하고 싶은 일들만 하면서 사업을 하며 돈을 벌고 있습니다. 3년이 조금 넘은 거 같은데 요즘은 좀 자리를 잡은 거 같아서 뿌듯합니다. 퇴사는 했지만 다니던 회사에서의 개발 경험과 기술, 지식의 도움이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예 이것들로 직접적인 수익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퇴사했던 회사의 요청으로 외주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고 있는 일이 있기 때문에 절대 매일 출근할 수 없고, 약속된 날짜 이외에는 출근은 어려우니 원격이나 재택근무가 아니면 어렵다고 했는데 그럼 그렇게 하라고 하네요. 와우... 이게 그 말로만 듣던 프리랜서의 외주 작업과 재택근무의 시작이었습니다.


[역시 출퇴근은 지옥]

그렇다고 아예 출근을 안 할 수는 없었습니다. 작업을 위해서라도 회사를 가야 작업을 하기가 더 수월하고, 회의도 참석을 해야 합니다. 처음에 말한 것처럼 정기적인 출근은 곤란하지만, 약속된 시간의 출근이나 회의는 괜찮으니깐요. 그래서 고객사에서 원하는 일주일 중의 하루는 무조건 인천에서 명동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이게 오전 9시까지 가서 저녁 6시에 퇴근하는 보통의 출근 개념은 아니고, 약속된 시간에 가서 필요한 이야기만 하고 바로 끝나는 회의입니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다시 도보로 10분을 걸어야 되는 과정까지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통념적인 출퇴근 시간대가 아니기 때문에 훨씬 편하기는 했지만 퇴사하고 3년 동안 단 하루도 출퇴근을 하지 않았던 제 입장에서는 그 하루도 너무너무 힘들었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한 시간도 안 되는 회의를 위해 왕복 네 시간을 지하철과 버스에서 멍 때리고 있어야 된다는 거 자체가 너무 견디기 어려웠고, 제가 본업으로 하고 있는 업무들도 그 날은 거의 손을 떼고 있어야 했습니다. 물론 이런 대가로 외주 비용을 받기는 하지만 돈 말고는 남는 게 전혀 없는 일이었고, 지속적이지 않은 일회성의 소모적인 업무였으며, 무엇보다도 제 스스로한테 남는 게 없고, 재미도 없었습니다. 그 출퇴근 시간에 원래 제가 해야 했던 일을 했다면 그 일들은 그 하루만 놓고 보면 미비했겠지만 지속적으로 제가 하는 일들의 탄탄한 발판의 일부가 되었을 겁니다. 다 떠나서 나이를 먹으니 출퇴근 자체가 너무너무 힘이 드네요...


[내가 하는 일은 생각보다 값어치가 높다]

어떤 일을 할 줄 아는 자신이 봤을 때는 그 일이 별 거 아니고, 조금만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할 줄 안다는 그 자체로 나에게는 일종의 상품성이 생기는 겁니다. 직원으로서 회사를 다닐 때는 월급이라는 고정된 돈만을 받으며, 그 대가로 회사에서 하라는 일을 모두 해야 했지만 프리랜서로서 외주를 받으면 그 일만 하면 되는데도 단 기간에 월급보다 더 큰 금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수익은 일시적이지만 월급은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익이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외주를 하면서 월급보다 큰돈을 받는다고 해도 한 두 달만 일이 없어도 그 장점은 금방 희석됩니다. 


하지만 만약 내가 그 일만 하는 게 아니고, 다른 일도 하면서 수익이 있어서 이런 일시적이지 않은 일을 부업 정도로 접근할 수 있다면 정말 시간 대비 이보다 좋은 알바는 없을 겁니다. 게다가 출근도 안 하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형태의 일은 책이나 TV에서나 봤지 직접 하기에는 내가 너무 평범하고, 이 일을 할 줄 아는 사람도 너무 많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회사라는 곳에서 한창때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익힌 나의 그것은 절대 그렇게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생업이 아니고 부업으로 외주를 받을 수 있는 상황]

처음 말한 것처럼 저는 외주 제안을 받았을 때 출근은 절대 못하고, 원격으로만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었던 건 당연히 당장 이 일을 하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 세게 말하면 솔직히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당장 오늘내일하는 상황이어서 선택의 여지없이 그 일을 하겠다고 결정을 했으면 지금도 아마 명동의 한 사무실에서 열심히 남의 일을 하고 있었을 거고, 내일도, 그다음 날도 계속 그렇게 일을 했을 겁니다. 지금처럼 카페에 앉아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을 수도 없었겠죠. 


저에게는 생업이라는 게 없습니다. 그저 여러 가지 부업이 있을 뿐입니다. 이번 외주도 그런 부업의 하나로 받았던 거고요. 개발 회사에서 외주만 받아서 먹고사는 프리랜서였다면 죽으나 사나 이런 일은 무조건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거 아니면 수익이 없다면 거부권은 있을 수가 없으니깐요. 회사를 다니고 있어도 안 되겠죠. 회사 일 하기 바쁜데 어떻게 외주로 다른 일까지 하겠습니까... 자신을 어떻게 그렇게 만들 건지는 본인이 직접 고민을 해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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