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회사를 다녀도 나의 가치가 내려가는 느낌
9년의 대학생활, 7년의 회사 생활, 그리고 사업을 한 지 3년이 조금 넘은 30대 중반의 미혼 남자. 지극히 평범하지만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사람과는 좀 달랐고, 지금도 여전히 다른 상황. 예를 들면 회사생활 2년과 대학생활 2년이 겹친다는 점, 남들 열심히 연봉 올릴 시기에 퇴사를 하고 사업을 한다는 점. 어떻게 보면 그렇게 많이 다른 것도 아니지만 그런 상황이 되도록 선택을 하기는 쉽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또래의 대부분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으니깐, 남들이 가는 길을 똑같이 가면 적어도 평균은 하니깐.
전역 후부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쉬쉬하는 선택을 좀 많이 했었습니다. 대학 졸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2년 동안 휴학을 했고, 그 선택의 결과가 좋지 못해서 복학한 후에도 취업 준비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삼촌이 경영하는 IT 회사를 학교와 병행을 했고, 퇴사 후에 회사에서 했던 것과는 전형 상관없는 일을 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업은 하지만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고, 가족과도 만나지 않습니다. 쉽사리 제 상황을 이해해주고, 잘 아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그렇지 않은 삶을 사니깐.
뭘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저것 하면서 돈 버는 고집 덩어리
한 명의 사람으로서는 저는 주변의 평가가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그런 평가에 대해서는 체념하기도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도 않는 성격입니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스스로 만족이 되면 그걸 최고라고 여기기 때문에... 그러다 오늘 오후에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동네 친구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인생 컨설팅 요청'이라는 표현을 봤을 때는 장난으로 생각을 했었는데 두 번째 메시지를 받고 바로 약속 잡고 보기로 했습니다.
돈 적인 거 보단 나의 가치 가만히 있음 내려가는 느낌
평소에도 문맥, 맞춤법 모두 엉망인 친구라서 표현이 저렇지만 무슨 느낌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한 집안의 가장, 코로나로 인한 외벌이, 자식, 새로 집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 불확실한 회사 상황 등등... 최근에는 거의 만난 적이 없지만 오래 알고 지낸 친구라서 현재 그 친구의 상황은 대충 다 압니다. 그런데 저는 미혼남, 연애 안 함, 개인사업, 공유 오피스텔 생활(월세) 등등 이 친구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 말의 의미는 알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저 친구보다 훨씬 빨리 저런 생각을 가졌던 적이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되기 싫어서 대학, 취업을 모두 부정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남들처럼 대학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면 결국 나중에는 지금의 제 친구와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게 될 거라고 결론을 내렸던 겁니다. 위의 메시지를 받고, 이런 제 생각을 이해해 줄 거 같아서 내심 기분도 좋았지만 곧 걱정이 되어서 바로 약속 잡고 이번 주말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 친구한테는 뭐가 맞을까?
친구의 성향 상 회사는 계속 다닐 겁니다. 지금 원하는 건 회사 이외의 뭔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단기적으로는 나를 채울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그 '뭔가"가 필요한 겁니다. 친구 입장에서는 그런 거에 대해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학생 때부터 이것저것 찔러보면서 다른 길을 찾고 지금도 그러고 있는 제가 가장 적합했을 겁니다.
고마우면서도 걱정이 됐습니다. 어차피 내 인생 걸고 저는 이러고 사는 거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하는 건데, 제가 맞다고 생각하고, 하고 있는 것들이 친구한테도 똑같이 적용이 될 거란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내가 아는 거 위주로 말을 해줄 건데 그게 나한테는 맞겠지만 남한테는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높을 겁니다. 친구는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만 저는 어렵게 사귄 친구들도 지금 뚝뚝 떨어져 나가는 상황이고, 친구는 결혼해서 자식이 있고, 조만간 한 명 더 계획을 하고 있는데 저는 결혼 계획도 없습니다. 저는 집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공유 오피스텔에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곧 전세 계약이 끝나면 새 집을 알아봐야 되는 친구.
어쩌면 이렇게 다르니깐 저한테 연락을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를 따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정말 똑같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서로 비 전공자로서 같은 IT 개발 회사를 5년 넘게 함께 다녔고, 술도 많이 마셨고, 그래서 서로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연락을 하게 만든 걸까? 아니면 정말 절실하게 필요성을 느껴서 본인한테 맞지 않는다고 해도 해보려고?
원래는 그 친구한테 추천해 줄 것들을 지금 이 글에 정리해 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쓰고 있는 건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만 쓰고 있네요. 솔직히 이미 한 집안의 가장인 친구에게 너무 늦게 사춘기가 온 친구가 해줄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을까 싶습니다. 저는 남들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원하는 걸로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따라 항상 뭔가를 열심히 했던 거 같습니다. 그러면서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이 술자리에서 푸념하고, 체념하는 소리를 들으면 속으로는 '아니 그렇게 싫으면 그만두고, 그러지 않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지...' 이렇게 답답해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결과는 정말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제 친구들은 결혼을 해서 자식이 있고, 집도 있으며, 회사를 다니고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족도 없고, 집도 없으며, 매일 사무실에서 제 일만 합니다. 그리고 이건 제 친구도 너무나도 잘 압니다. 친구를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