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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Sep 19. 2021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개발자

[관련 글 : 대기업/중소기업/스타트업에 취업한 개발자 3인 이야기]

지난주에 스타트업에 다니는 개발자 친구 1과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개발자 친구 2를 만나서 정말 개발자다운 대화를 개발자들끼리 신나게 나누고 왔습니다. 저는 퇴사하고 사업을 하고 있지만 얼마 전에 스타트업에서 계약직 PM으로 4~5개월 정도 일한 경험(관련 글 : 일주일에 두 번만 출근하는 회사 생활) 덕분에 세 명의 개발자 모두 스타트업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780825?e=24159724

하지만 저는 억지로 끼워 맞춘 거고, 현 스타트업 개발자와 예비 스타트업 개발자 두 명의 대화가 메인이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이렇게 대화를 한 다음 날 친구 2가 다니는 대기업에서 후배 한 명이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다고 하네요. 개발자 몸 값이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이제는 제가 신입이었을 때 연봉으로는 비 전공자 신입 개발자가 아닌 이상은 구직자들의 관심도 끌지 못할 겁니다. 경력 개발자이면 더 말할 것도 없고, 정말 실력 있는 개발자이면 회사도 골라서 갈 겁니다. 이런 상황인데 대기업 개발자가 굳이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이유는 당연히 연봉 때문이겠죠. 대기업의 안정성, 성과급, 인지도 등을 다 포기할 정도의 연봉을 스타트업에서 제시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말만 하다 끝나는 게 아니고 실제로 이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당연히 친구 2도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팟캐스트를 통해 "전공 아니고, 경험 없어도 일단 개발 회사에 지원해봐라", "개발자 할 일 정말 많다"라고 예전부터 이야기했었는데 저는 대기업을 뺸 중소기업을 한정해서 했던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이미 대기업도 스타트업의 영향을 받고 있었네요. 친구 두 명의 대화를 듣다 보니 지금이라도 다시 개발 회사에 취업을 해야 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앞으로 최소 30년은 더 일해야 되는데 좀 더 개발 관련 일을 하면서 새로운 경력과 기술을 쌓아 보는 것도 꽤 괜찮은 투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퇴사한 지 4년이 조금 안되었는데 이미 제가 가지고 있는 개발 기술도 옛날 기술이 되었고, 지금처럼 잘 활용할 수 있는 시기도 얼마 남지 않은 거 같아 고민이 됐었는데 그런 점에서 잠깐 개발자로 복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물론 생각으로만 끝나겠지만 그만큼 지금의 개발자는 실력과 경력만 있으면 취업 시장에서 고용하려는 회사보다 더 위의 군림하고 있는 거 같아 보여서 저도 거기에 합류하고 싶었나 봅니다.


하지만 현재 스타트업에서 5년 넘게 일하고 있는 친구의 말을 들어 보면 스타트업의 또 다른 면이 보이기도 합니다. 임원까지 포함해서 전 직원이 5명일 때부터 지금의 회사에서 일을 하기 시작해서 50~60명의 회사로까지 성장했고, 얼마 전에는 200억 원이 넘는 투자까지 받은 회사를 다니고 있는 친구입니다. 그 사이에 본인이 메인으로 담당하고 있던 임베디드 사업부는 없어지고, 현재는 더 큰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부에서 웹 페이지 백엔드 개발을 배우면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회사 주식도 보유하고 있고, 연봉도 처음보다 많이 높아졌고, 회사는 기술을 인정받아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다닌 기간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만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연차가 크게 의미가 없으며, 신입으로 들어오는 직원들은 정말 실력들이 좋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 친구는 다니는 회사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보니 정말 성격 좋은 친구인데도 불구하고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기가 뭔가 어렵다고 합니다. 지금의 회사에서 본인의 역할이 계속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합니다. 그 친구 말에 의하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회사가 계속 성장해서 코스닥에 상장을 했을 때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팔아서 은퇴하는 거라고 하네요. 


어떤 상황/선택은 결국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확실히 예전보다 개발자에 대한 대우나 평가, 선호도가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그 열매를 취할 수는 없을 거고, 취한다 한들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떤 이유로 버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건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 줘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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