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둔 반성일까? 푸념일까?
퇴사하고도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일찍 일어나고, 일을 하기 위해서 노트북 앞에 앉고, 계속 이것저것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정작 나는 반쯤 정신이 나가 있습니다. "넋을 놓고 있다", "멍 때리고 있다", "영혼 없는 기계 같다" 정도로 지금 제 상태를 표현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집중하기가 어려워지고, 나태해지고, 새로운 걸 시작하기 귀찮고, 하던 것만 하고 싶네요. 전형적인 나이를 먹어서 나타나는 증상이죠. 분명 겪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게 있지만 와... 진짜 나이를 먹으면서 나타나는 증상은 내가 겪고 있으면서도 놀라울 뿐입니다. 사람이 왜 이렇게 바보가 되어 가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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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처럼 뭔가 하나에 미친 듯이 집중하고 있기가 힘듭니다. 잡념도 많고, 다급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뭔가 해내야 된다는 압박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복합적입니다. 거기에 시간만 가고 있다는 당혹감 + 긴장감 + 절망감? 나이만 먹고 이뤄낸 게 없으면 내 존재의 이유가 뭔가 싶은 거죠 ㅋㅋㅋ 여전히 내 일로써 잘 되고 싶은 생각은 너무너무 크지만 지금의 제 상태를 고려해서 접근 방식이나 실행하는 방법 등을 바꿔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조건 내가 다 하려고 하지 말고,
급하게 뭔가를 진행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일하지 않고,
무조건 저지르지 말고,
등등등
변해가는 몸 상태나 생각, 집중력, 머리 회전 등을 고려해서 내가 하는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 한 번 돌아봐야 할 거 같습니다.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하면 적합한 표현인 거 같습니다. 한 없이 달려 나가면서 다 이겨낼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음... 지금은 고민부터 하게 됩니다. 안 되더라도 일단 해 보는 스타일이었는데 이제는 안 될 이유부터 찾고 있습니다.
가장 무서운 건 지금 제가 사업으로 하고 있는 일들이 현시점에서 더 이상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왜? 그 일 벌인 내 상태가 이 모양이니까!
무조건 열심히 하고, 막무가내로 달려 나가는 게 답은 아니라는 걸 뼈에 와닿고, 사무치도록 깨닫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지 꽤 됐습니다. 그래서 어느 시점부터 넋이 나가 있고, 멍을 때리고 있고, 영혼 없이 기계 같이 일 하고 있는 겁니다. 퇴사하고 4년... 방전된 느낌이 너무 강해서 일부러 스스로를 방치했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적이 없었고, 지금 내 상태로는 롱런할 수 없으니까 해 보지 않던 짓을 하고 있는 겁니다. 잠도 좀 일찍 자고, 내가 하던 일을 남에게 맡기고, 저녁에는 일부러 일을 하지 않고, 책도 읽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항상 연락이 와야지만 약속을 잡던 제가 먼저 주변에 연락해서 약속을 잡고 있습니다. 사람도 좀 만나고, 옷돈 좀 사고, 평소보다 돈도 좀 쓰고 그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하루에 잠깐씩 내가 해야 할 것들을 아주 조금씩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새로 해야 할 것들보다는 기존에 하고 있는 것들에서 무엇을 개선해야 될지를 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야 되나? 나중에도 할 수 있는 걸까? 이건 해야 되지 않을까? 계속 사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질문들도 스스로한테 던져 보고 있습니다.
그 질문들을 하다 보면 또 머리가 아파 옵니다. 하지만 일 하면서 받던 그것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일 친구들과 만나서 오래간만에 외박을 할 거 같은데 그것만 생각하면서 이번 주도 버틴 거 같습니다!
지금까지 너무 조급해하면서 살아왔던 거 같습니다. 덕분에 얻은 것도 있고, 해낸 것도 있는데 앞으로도 그런다? 일단 제 스스로 자신이 없고, 지금 상황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 같습니다. 좀 더 효율적이고, 현명한, 가끔은 악독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착하고, 순하고, 서로 좋은 게 좋은... 이런 것도 좀 버리고...
술도 좀 조절하고...
나이를 먹으면 먹은 만큼의 뭔가가 있어야 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