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면서 직원인 개인 사업자
요즘 상황이 좀 재미있습니다. 퇴사하고 사업을 시작한 지는 4년이 되었고, 직원 한 명 두고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이것저것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하는 것 중에 하나가 계약직 취업도 있습니다ㅋㅋ 나름 내 사업의 대표인데 남의 회사에서 직원으로도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관련 글 : 비 개발자 출신이 스타트업 회사의 대표이면 일어나는 일]
퇴사하고 사업이 어려워서 다른 회사에 취업을 한 게 아닙니다.
1. 일주일 이틀 출근, 일주일에 30시간만 일을 하면 됩니다.
2. 매일 같은 사무실에 있으면 하는 일이 지겨워집니다.
3.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4.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5. 다른 대표들의 일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습니다.
6. 고정적인 수익을 만들 수 있습니다.
7. 무엇보다도 내가 하는 일에 지장이 없습니다.
돈을 벌어서 매출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하려는 사업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심지어 남의 회사에 취업을 해서 돈을 번다는 건 애초에 퇴사를 하고 사업을 시작한 것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행보를 걷는 겁니다. 하지만 재택근무이고, 일주일에 출근 횟수는 2회, 총 근무 시간은 25~30시간만 채우면 됩니다. 내가 잠깐 취업을 한다고 해서 내 사업에 큰 타격이 되지 않고, 오히려 기술/인맥/기회/매출 측면에서 내 사업에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사업은 계속할 거고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단기간 느슨하게 다른 회사의 직원으로 엮이는 형태로 일을 하는 건 기회가 되면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http://www.podbbang.com/ch/1780825?e=24249052
개발자
제가 이런 식의 일을 할 수 있는 건 전적으로 개발자 경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계약직으로 일 하고 있는 회사가 입주해 있는 건물에는 여러 스타트업 회사들이 함께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회사들의 대부분은 사업 모델과는 상관없이 개발 작업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세상에서 웹과 앱을 통해 온라인에 접근하지 않고는 사업을 못 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코로나와 오미크론으로 인해 여러 사람의 모임에 제한이 생긴 와중에 개발 일은 재택근무로도 얼마든지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일도 많고,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적합한데 저는 마침 그런 개발 경력이 거의 10년 가까이 있고, 또 마침 퇴사자입니다. 개발자 몸 값이 괜히 올라가는 건 아니겠죠? 개발자도 점점 많아지겠지만 지금 당장은 일이 훨씬 더 많다 보니 전 세계의 기업들이 업종을 불문하고 개발자들한테 엄청난 몸 값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런 와중에 스타트업 회사에서 개발자를 구하는 건 더욱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제가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이었는데 혼자 일하다가 갑자기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하려고 하니 뭔가 집중이 되지 않아서 사무실을 나와 로비에 있는 책상에 혼자 앉아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앞에서 네 분의 대표님들이 대화를 하는데 개발자와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개발자 구하기가 어렵다
개발자 몸 값이 너무 높다
어렵게 고용을 해도 오래 다니질 않는다
평소에 제가 알고 있던 내용과 완전히 일치했습니다. 하지만 그분들과 제가 다른 점은 저는 개발자 경력이 있다는 점과 퇴사를 해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동시에 스타트업에서 직원으로도 일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간단하게 전직 개발자가 퇴사해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동시에 다른 회사에 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대표로서 개발자 구하기가 어렵다는 걸 알고 있고, 저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동시에 개발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이용해서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 다른 회사에서 개발 관리자로 일하며 인맥/기술/매출을 늘리고 있는 겁니다.
스타트업 회사로써 웹/앱 형태로 서비스를 출시함에 있어서 개발자는 무조건 필수입니다. 그런데 그런 회사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스타트업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개발자 몸 값이 올라가는 겁니다. 어렵게 개발자를 고용해도 오래 다니지도 않고... 더 대우해 주겠다는 회사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어느 정도의 개발 작업을 직접 할 수 있고, 다른 회사에 계약직으로 단기간 일하면서 월급이라는 매출도 만들 수 있으니 이거 자체로도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되더라고요. 퇴사라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고, 어렵게 결정을 한다고 해도 끊임없이 압박받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고정적인 수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수익이 있다고 해도 너무 편차가 심하니 사업을 하며 어떤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고, 유지 자체도 어려운 겁니다. 그런데 운 좋게 개발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내 사업을 유지하면서 월급이라는 고정적인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안 할 이유가 없네요.
http://www.podbbang.com/ch/1780825?e=24094752
게다가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며 만나게 되는 다른 회사의 대표님들에게 개발자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도 종종 들어오다 보니 제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도 해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에는 개발 전공이 아닌 데 개발을 하고 있는 혹은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몇 명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경력도 부족하고, 기술적으로 많이 부족하지만 개발자가 워낙 구하기 어렵다 보니 스타트업 회사에서는 비용을 들여 가르쳐야 하는 개발자라도 고용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개발자로 진로를 선택한 분들에게 이건 기회라고 말하면서 그런 다급한 스타트업 회사 하나 잡아서 돈 받으면서 기술도 배우고, 경력도 쌓으라고 말을 합니다. 이건 순전히 개발 업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경력도, 기술도 부족한 인력을 회사에서 고용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하지만 그런 부족한 인력마저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채용이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나는 전공이 아니다, 실력이 없다고 하면서 시간, 돈 들여서 공부하지 말고, 이런 스타트업 회사에서 돈 받으면서 기술과 경력을 쌓으시는 걸 너무너무 추천해 드립니다...!!!
카카오 채널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