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아직까지는 개발자가 갑인 세상.. 뭔가 해보자!
퇴사하고 사업을 하면서 드는 생각은 엮이는 개인/기업 간의 관계에서 윈윈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겁니다. 누군가 비용/손해/위험을 감수해야 다른 누군가가 이익을 볼 수 있는 제로섬 게임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논리는 정말 많은 곳에서 적용이 되고 있을 겁니다. 스타트업 개발 관리자로 취업을 한 지 3주 차인 제 상황에서는 당연히 개발 분야에서 이런 상황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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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개발자로 일하고 있거나 저와 같이 퇴사를 해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과는 상관없이 개발 경력과 경험이 있다는 그 자체로 많은 기회가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계속 회사를 다니고 있는 개발자들에게는 워라벨 + 복지 + 연봉 상승의 기회가, 저와 같이 퇴사하고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외주/부업, 혹은 짧고 굵은 단기 프로젝트 등을 통해 사업의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 정도가 될 거 같습니다. 일이 없어서 취업이 어렵다는 말은 정말 대기업 만을 노리는 분들이나 하는 말입니다. 경력만 있으면 취업할 수 있는 개발 회사가 정말 많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워라벨도 좋고, 연봉도 열정페이/박봉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꽤 높습니다. 이런 걸 따져보면 굳이 대기업만을 노릴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물론 모든 걸 따져 보면 결국 대기업이 좋기는 하지만 연봉과 워라벨만을 고려해 본다면 대기업만이 답은 아닌 세상입니다. 게다가 코로나/오미크론으로 인한 재택근무까지...!! 정말 개발자에게는 거의 모든 조건이 다 갖추어진 이상적인 취업 시장입니다. 잘 차려진 밥상들 중에서 하나 고르기만 하면 되고, 별로다 싶으면 다른 밥상으로 갈아타도 됩니다.
이렇다 보니 개발자를 구하려는 회사, 특히나 대기업처럼 돈의 힘만으로 인력을 흡수할 수 없는 스타트업 회사 입장에서는 개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주 1~2회 출근, 제가 개발자로 일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연봉을 제시해도 요즘의 개발자들은 관심도 주지 않습니다. 어렵게 개발자를 구해도 관리가 쉽지 않고, 얼마 안가 더 좋은 회사로 이직을 해버리고 맙니다. 정말 경력 개발자가 갑인 시대입니다.
반도체, 자동차, 선박 회사로의 취업이 대세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이 분야를 포함한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곳에서 개발자를 구한다고 난리입니다.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일이 생깁니다.
1. 전공이 아닌 사람도 개발자가 될 수 있습니다
2. 회사에서는 일단 개발자로 일하겠다는 사람을 뽑아 놓고 가르치면서 일을 시킵니다.
3. 그런데도 구직자 입장에서는 조건이 나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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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러니 이제 너도 나도 개발자가 되려고 하니 얼마 안 가서 개발 분야도 다시 구직자가 아쉬운 시장이 될 겁니다. 국영수사과처럼 코딩/프로그램 개발도 사교육이 대세가 되겠죠. 그럼 뭐 이제 "국영수사과코" 혹은 "국영수사과개" 이런 용어가 생길 수도 있겠죠.
개인의 입장에서 그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은 개발자의 시대라는 겁니다. 개발 전공을 했다면, 현재 개발자라면, 개발하다가 퇴사를 했다면, 그리고 사업을 한다면 지금의 파도를 어떻게든 잘 타고 뭐 하나를 이뤄봐야죠! 연봉일 수도 있고, 회사 대표일 수도 있고, 디지털노마더나 파이어족일 수도 있습니다. 신문 기사나 엄마 친구 아들의 이야기였던 걸 내가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개발이라는 경력과 기술을 이용하면 어쩌면 얼마 남지 않은 개천에서 용 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거 같기도 합니다. 개발 기술로, 특히 내가 그걸 직접 할 수 있다면 일개 개인이어도 나보다 더 큰 회사나, 동네가 아닌 전국, 나라, 전 세계를 상대로 뭘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당연히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겁니다.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 모니터만 보면서 이렇게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요? 게다가 "정말 한 마디로 끝내주는 것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인터넷에 무료로 배포되어 있습니다. 그걸 내가 사용만 할 수 있다면, 거기에 돈을 사용할 의향까지 있으면 게임 오버입니다. 인터넷과 노트북으로 못할 것이 없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 경험입니다.
이것을 개발자들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개발자고 모든 걸 다 안다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개발자가 가진 개발 경력과 경험 덕분에 모르는 것들도 시간을 할애하면 결국 어느 정도는 알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눈앞에 황금이 있어도 그게 황금인지 모르고, 어떻게 해야 돈이 되는지 모르면 돌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걸 잘 찾아서 내가 필요한 곳에 응용할 수 있으면 월급과 출퇴근에 내 삶을 팔 필요가 없습니다.
[관련 글 : 6년 넘게 출퇴근을 하며, 내 시간과 능력을 돈과 교환했던 직장인]
개발 회사에서 일하다가 퇴사한 지 4년이 되었는데 제가 사용했던 기술과 경험들이 빠르게 구식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더 좋은 기술들이 계속해서 나오다 보니 제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것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만에... 이렇게 내가 할 수 있는 기술은 점점 수요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경력과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기술이 아닌 관리/설계/커뮤니케이션 등으로도 개발 구인 시장에서 여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일이 많고, 개발자 수요가 많기 때문에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 일을 하며 저는 또 개발 현장에서 새로운 것들을 겪으며, 배울 수 있습니다. 그것도 돈을 받으면서..!! 당연히 경쟁력이 조금씩 또 쌓이게 되겠죠? 그러면서 내 사업을 하며, 배운 것들을 적용하고, 매출이 늘고... 늘어난 매출로 고용을 하면 나는 또 그만큼의 시간을 벌게 되고, 그럼 그 시간에 또 다른 무언가를 하겠죠. 제 나름의 소소한 플라이 휠입니다. 누구는 나만의 파이프 라인이라고도 표현하는 거 같더라고요.
이런 게 계속 반복되면 할애하는 시간 대비 효율이 점점 좋아지겠죠? 쉽게 말하면 일하는 시간은 줄어드는데 수익은 늘어난다는 겁니다. 이런 걸 계속 유지하고 발전해 나가면 그게 경제적이 자유를 얻는 거고, 디지털 노마더가 될 수도 있는 거고, 파이어족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회사를 다니더라도 회사에서 벗어날 고민만 할게 아니고, 실질적인 뭔가를 해봐야 되는 시대인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