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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Feb 19. 2022

회사에서 사수가 없을 때 장점도 있을까?

사수가 없으면 힘든 건 당연하지만 장점도 있다?

회사에 입사하고 처음 1년과 퇴사하기 직전 2년, 즉 2년~4년 차에는 주로 혼자 파견을 나가서 개발 일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2년 차부터 3년 차가 될 때까지는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많은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남의 회사로 출퇴근을 했었습니다. 아직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내가 하는 게 무엇인지, 뭘 해야 하는지 판단도 할 수 없던 시점에 사수 없이 혼자 파견을 나가니 눈 뜨고 출근하는 순간부터 짜증이 확 나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퇴사자도 많았고, 많지는 않았지만 건강에까지 영향이 갔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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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일을 하라고 하면 당연히 하지 않겠지만 그때는 그렇게 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내 의지로 입사를 했고,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니 일이 힘든 건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였습니다. 못 견디겠다면 퇴사를 하면 되는 거고... 일단 퇴사를 하지 않았고, 일이 힘든 건 내가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회사에 다니는 이상 배우는 시기는 필요하니 그저 하루하루 어떻게든 버티고 또 버텨서 과장되기 전까지 다니다가 퇴사를 하고 지금까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고생스러운 건 팩트

과거의 일이니 미화시키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조건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힘들었던 건 힘들었던 거고, 퇴사 후에 도움이 된 건 도움이 된 겁니다. 


그렇게 고생하면서 개발 회사에 다닐 때는 개발 업계가 전반적으로 개발자들한테 대우가 좋지 않았습니다. 해외 쪽에는 고액 연봉자의 상위권에 개발자들이 많았는데 이상하게 우리나라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퇴사한 시점부터 꿈틀꿈틀 되더니 지금은 너도나도 개발자를 구하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고, 그런 환경 덕분에 개발 경험이 있는 저도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습니다. 퇴사하고 개발이 아닌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도 회사에서 얻은 개발 기술과 경험 덕분에 금전적/사업적으로 많은 기회를 잡고 있는 겁니다.


사수가 없었기 때문에?

개발 회사를 다닌 기간의 절반 이상을 혼자 일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하루하루가 정말 짜증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기간들을 잘 버티고 나니 어느 순간 기술/경험/경력적으로 남는 것들이 생기더라고요. 공부도 했지만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면서 일을 하다 보니 전공/비전공 학생, 석사, 박사, 신입들은 겪을 수 없거나 제한적으로만 겪을 수 있는 실질적인 뭔가를 제가 가지고 있게 된 겁니다. 기술적인 건 물론, 일정, 협의, 일하는 방법/꼼수, 노하우, 그리고 SI 업계의 생리와 분위기, 관련 인맥 등이 있겠네요. 그리고 개발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개발자라고 무조건 개발만 잘할 필요는 없다는 거, 실제로 코딩을 하지 않고도 개발자로 일하는 방법, 주 5일 일하지 않고도 평균 이상의 월급을 받을 수 있는 방법 등 퇴사를 한 지금까지도 너무나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들을 개발 회사에서 사수 없이 혼자 일한 기간 동안에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사수가 있었어도 배울 수 있는 것일 수도 있었고, 사수가 없었기 때문에 배우지 못한 것들도 있을 겁니다. 뭐 추측이니 사실만을 말하면 사수가 없었기 때문에 고생은 했지만 단기간에 더 다양한 것들을 더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얕게 배웠다는 단점은 있지만 다양하게 배웠기 때문에 퇴사를 한 지금까지도 개발 일로 좋은 기회들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여러 회사들이 개발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그 정도가 더 심할 겁니다. 돈 벌어서 개발자들한테 다 준다는 말을 할 정도입니다. 그렇다 보니 개발팀이라고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인원으로만 개발 작업을 하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개발자를 구한다고 해도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사수/부사수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도 어렵습니다. 그나마 경력이 있는 사수들은 혼자 일하거나 이직을 하는 거에 있어서 부사수들보다 어려움이 훨씬 덜 하겠지만 아직 개발자로서 기반을 탄탄하게 쌓지 못한 부사수들의 입장에서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쉽자 않은 회사 생활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시기를 어떻게 잘 버텨내고, 나름의 성과를 낸다면, 아니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해도 치열하게 과정을 만들다 보면 결국 그것대로 자신에게는 어떤 의미들이 생겨날 겁니다. 사수 없이 일을 하는 상황에서는 사수가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삽질을 하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내 멋대로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신입인데도 말이죠. 물론 대부분의 신입 개발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부담스러워합니다. 실패를 하거나 틀릴 선택을 자신이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월급을 받는 직장인의 장점 중 하나는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내가 속한 회사로부터 비난과 모욕을 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금전적/시간적으로 피해볼 게 없습니다. 실패해도 월급은 받고, 나는 새로운 것들을 배웠고, 경력이 쌓였으니까요. 이런 시간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경력자가 되고, 사수가 되면서 이직도 훨씬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솔직히 지금의 경력 개발자들은 압도적으로 좋은 IT 기업에 취업한 상태가 아니라면 굳이 어떤 회사에 정착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하는 시간 대비 높은 고정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곳이 많으니까요.


사수가 없어서 더 활개 치는 개발자

많지는 않지만 사수가 없는 상황을 더 좋아하는 신입 개발자들도 있습니다. 특히나 스타트업에서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부족한 자금과 인지도로 인해 개발자를 구하기 쉽지 않은 스타트업 회사들 입장에서는 경력이 부족한 신입 개발자들을 고용하기가 그나마 수월합니다. 경력 개발자는 지원도 많이 하지 않고, 지원을 한 분들도 요구하는 연봉이 너무 높아서 고용하기가 쉽지 않죠. 그러다 보니 신입 개발자 혼자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황을 오히려 기회라 생각하고, 더 선호하는 신입 개발자도 있다는 거죠. 왜? 돈 받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막 해볼 수 있으니까요...!! 만약 사수가 있고, 개발자들이 많은 큰 회사에 있었다면 신입 개발자인 나는 한정된 일,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하게 될 게 뻔합니다. 그리고 개발 기술이나 작업 방향에 대해서는 어떠한 영향도 끼칠 수 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회사에서는 나만 개발자이고, 적어도 개발 일과 관련해서는 내가 말하는 게 정답이며, 누구도 나 대신 개발 일정이나 기술을 선택해주지 않습니다. 개발 욕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해보는 것을 선호하는 신입 개발자들에게는 완벽한 무대가 되는 겁니다.


막 하는 거죠! 신기술을 활용해 보고, 유료 서비스도 사용해 보고, 평소 궁금하거나 관심 있던 것들을 검증도 해보고, 실패도 마구마구 해봅니다. 그렇게 해도 월급은 꼬박꼬박 들어오고, 일정대로 일이 진행되지 못한다고 해도 애초에 신입한테 과중한 역할을 맡긴 회사의 잘못일 뿐입니다. 회사를 나가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아무리 내가 신입이라고 해도 애초에 스타트업에 취업할 때 여기에 평생 다닐 생각으로 입사를 한 건 아닐 테니까요. 사수의 유무는 월급 받고 일하는 내 입장에서는 관여할 수 없는 일입니다. 사수가 있을 때만 장점이 있는 건 아니니 사수 없이 일을 하게 된다고 해도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관여할 수 없고. 바꿀 수 없는 것을 보고 불평불만을 할 게 아니고 그 상황을 나한테 유리하게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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