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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Aug 16. 2016

나의 가장 빛나던 시기

하고 싶은 것만 해서 철없던 때라 생각됐던 그때

싸이월드

한창 싸이월드를 하던 시기에는 일상의 사진, 동영상, 생각 등을 당연히 싸이에다가 공개 혹은 비공개로 작성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점차 싸이월드가 다른 SNS 서비스에 밀리기 시작했고, 결국 지금은 존재는 하지만 제가 알고 또 했었던 그때의 싸이월드는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하나 착각하고 있던 게 있었는데 싸이월드가 개편이 되면서 제가 작성한 글이나 영상들이 모두 삭제됐다고 생각했던 점입니다. 오늘 우연찮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싸이월드에 사진뿐만 아니라 글, 영상들도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익숙지 않은 인터페이스 때문에 제가 찾지 못해서 생긴 해프닝이었지만 저는 본의 아니게 저의 7~8년 전 모습을 거의 3년 만에 보게 됐습니다. 특히나 없어져서 너무 아쉬워했던 영상 몇 개를 너무 오랜만에 보게 되어서 보는 내내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그 영상에 분명 제가 나오고 있었지만 지금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영상 너머에 있는 휴학생

7~8년 전이었으니 재학 기간 도중 뜬금없이 휴학을 하고 과외하면서 밴드 생활을 하던 시기입니다. 대학교 친구들은 모두 학교 수업 듣고 스펙 쌓으면서 취업 준비를 할 때 저는 학교에서 공부할 필요성을 찾지 못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학교를 졸업하면 제가 살아갈 삶은 너무나도 뻔히 보였는데 그 모습은 제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원치 않는 삶을 위해 지금 하고 싶지 않은 걸 하며, 참으면서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월급쟁이로 살고 싶지 않았고, 그러니 좋은 회사에 취업하기 위한 대학교 공부는 저한테는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그때부터 취업 생각은 아예 버리고 학교 공부는 물론 스펙을 위한 어떠한 공부도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에 3~4일 정도는 과외를 했고 나머지 시간에는 밴드만 했습니다. 오늘 그때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본 겁니다. 영상에서 저와 함께 밴드를 했던 친구, 동생, 누나들은 지금 현재 제 옆에 있지 않고,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직장인이 되어 있으며 대부분 다시 음악 할 생각들은 못하고 있습니다. 영상에서는 다들 너무 즐거워하고 있었고, 잘 하지는 못했지만 모두 진지하게 밴드 생활에 임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당시에는 음악으로 먹고살자, 앨범을 내자, 유희열 음악 가요제에 나가보자 등 현실적으로 정말 힘든 이야기들을 술 마시며 진지하게 하곤 했습니다. 남들 학교 가고 출근할 때 밤샘 연습하고 집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때 같이 했던 친구들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함께 할 거 같았고, 그 친구들만 있으면 뭘 해도 외롭지 않을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모든 일상이 밴드에 맞춰져 있었고, 밴드를 위해서 돈도 벌고, 계획도 세웠었습니다. 영상에 저는 초췌해 보였고, 돈 적으로 부족하고, 미숙해 보였지만 뭔가 빛이 나고 있었습니다.


월급 받고 있는 직장인

지금은 돈 적으로 부족하지 않고, 음악도 계속하고 있으며, 원하면 더 좋은 장비를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또 개인 연습실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말도 안 되는 것을 목표로 음악을 하고 있지 않으며, 같이 있기만 해도 든든했던 그때의 친구들은 없고, 저와 같은 직장인들과 밴드를 하고 있지만 한 달에 한번 모임 갖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웃을 일은 거의 없고,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나올 계획을 열심히 짜고 있는 중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제 모습 중 대부분이 예전에 제가 원하지 않던 모습 투성입니다. 위에서 봤던 영상 너머에 있던 저는 함께 했던 친구들과 불화가 생기고, 현실적인 이유로 다시 복학을 하고 졸업해서 남들이 그러했듯이 저도 똑같이 취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5년 가까이 회사 생활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그냥 체념하고 생활할 법도 하지만 아직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족이 없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제가 가지 않았던 길들을 생각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회사 생활 조금만 해보고 다시 내가 하고 싶었던 걸 하자라고 생각을 했었는지, 그냥 일이나 하면서 살자라고 생각을 했는지 아니면 다른 생각을 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 계속 살면 나는 더 이상 없겠구나라는 생각뿐입니다. 


애매한 결정의 연속

솔직히 지금 생각했을 때 제가 제일 잘했던 선택은 휴학이었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휴학을 하지 않았던 것이 제일 후회됩니다. 그 당시에 주변 친구, 가족들은 모두 저를 걱정했지만 그 건 보통의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제가 선택해서 그랬을 겁니다. 보통 혹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는 선택이 틀릴 수도 있는 겁니다. 주변 사람들이 저를 걱정하고 있었지만 실은 그 당시에 저는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아마 그때의 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했던 선택이 틀리지 않은 것이라는 확신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끈기가 없었나 봅니다. 힘든 시련을 몇 번 겪더니 그냥 남들이 가고, 어느 정도  보장된, 검증된 길을 걷고 싶었나 봅니다. 분명 어느 시점에 후회할 거라는 걸 알았지만 당장 방법을 찾지 못해 방황하다가 지금의 제가 되기를 선택했었나 봅니다. 확실한 건 그 선택에 대한 결과에 만족하지 못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을 겁니다.


이번에는 확실한 결정을...

그래서 지금은 굉장히 더 신중해졌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벌써 뭔가 결단을 내렸을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지만 위의 경험들이 저를 좀 더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다르게 말하면 뭔가를 결정함에 있어 좀 소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온 건 확실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나중에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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