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함에 있어 관점, 성향의 차이겠죠..?
퇴사를 한 지 1년 정도쯤 되었을 때 정부지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정부지원을 받기 위해 길지는 않지만 시간을 좀 할애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결론은 제가 하려는 사업 분야, 사업자 발급 시기, 성별 등 몇 가지 이유로 저는 정부 지원 자격 요건이 되지 않았습니다. 흔히들 눈먼 돈이라고들 말하는 정부지원금이 유독 저한테만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와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좀 고생스럽기는 했지만 몇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때보다는 안정이 되어 있고, 덕분에 더욱더 정부 지원과는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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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최근에 제가 일을 도와주고 있는 스타트업 회사를 통해 정부 지원이라는 녀석과 다시 한번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제가 지원받는 건 아니고, 일을 도와주고 있는 회사가 지원을 받은 겁니다.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 회사에서 몇 달 더 월급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스타트업 회사를 보면 제 상황과는 많이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정부지원 대상에 더 적합한 회사였던 거 같습니다.
1. 대표가 여자라는 점
2. 사업을 시작한 지 3년이 안 넘었다는 점
3. 사업 아이템이 정부 지원 담당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라는 점
거꾸로 이야기하면 제가 정부지원 사업을 지원하려고 했을 때는 남자라서 가산점을 받지 못했고, 사업자를 내고, 사업을 시작한 지가 7년이 넘었던 시점이라 지원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고, 제가 하려는 사업 분야는 정부지원 공지사항에 대놓고 지원 불가 사업 항목이라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거는 어쩔 수 없는 거였지만 아쉽고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
제 주변에 정부지원을 받는 대표님들을 보면 대부분 개발자가 아니라서 지원금의 상당 부분을 개발자 인건비로 나갑니다. 그에 반해 저는 개발을 직접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으면 인건비가 아닌 곳에 돈을 사용해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지원을 받지 못하니 소용없다는 점.
[둘]
자신의 사업이 아닌 지원금 자체를 노리고 매년 지원 사업 자격에 자신과 사업을 맞춰서 지원하는 사람/회사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지원 사업 기간이 지나면 해당 사업은 그대로 접습니다. 그렇게 해도 지원금을 다시 나라에 토해 낼 필요가 없으니까요. 이게 정부지원금을 눈먼 돈이라고들 말하는 여러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그에 반해 저는 진짜 제 20~30대를 걸고 사업을 하고 싶었고, 실제로 지금까지 그렇게 해오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 정부지원금이 있었다면 좀 더 쉽게 혹은 지금보다 더 좋은 상황이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내 세금이기도 한 정부 지원금은 자신의 사업보다는 지원금이라는 돈을 노리고 접근한 사람들한테 더 관대해 보입니다.
저도 저와 제 사업을 지원 사업에 맞출 수도 있지만 그게 사업인가요... 야근에 주말까지 일 하면서 회사에서 남의 일 하기 싫어서 퇴사를 했는데 기껏 퇴사해서 회사가 아닌 정부 지원금을 주는 사업에 나를 맞춘다? 제 기준에서는 정말 말도 안 됩니다.
게다가 지원금을 신청하고 선정까지 된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면서 보니 정부 지원금을 신청하는 그 순간부터 내 사업보다 정부 지원 사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를 해야만 했습니다. 지원 사업 결과가 좋지 않아도 토해 내지 않는 돈을 나라에서 받는 거는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너무너무 좋습니다. 하지만 그걸 받는 이유는 내 사업이 좀 더 잘 되게 하기 위함인데 그 돈을 받기 위해 내 사업에 소홀해지는 겁니다. 게다가 지원받은 돈은 사용할 수 있는 항목이나 금액, 시기가 제한이 있어서 내 사업에 맞춰서 "잘" 사용하기가 어렵고, 그 돈의 상당 부분은 개발자들의 인건비로 나가게 됩니다. 덕분에 저와 같은 계약직 개발자들은 몇 달 더 그 회사에서 월급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월급을 몇 달 더 받는 제 입장에서는 그만큼 더 일을 하니 잘못된 건 없고, 지원금을 받은 스타트업 대표님도 큰 불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단지 개발자를 몇 달 더 고용하기 위해 3개월, 6개월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내" 사업에 소홀하게 된다는 게 과연 맞는 건가 싶습니다. 사람의 성향, 관점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겠지만 내 사업을 하고 있는 제 성향/관점에서는 지금의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면서 정부지원금에 대한 미련이 싹 사라져 버렸습니다. 여전히 지원 자격도 안되기 때문에 지원도 할 수 없고,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문서 작성, 발표, (별로 도움도 안 되는) 교육, 내 상황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멘토링, 일관성 없는 기준이나 일정, 안내 등에 놀아나고 싶지도 않습니다.
사업을 한다고 내 돈, 내 시간 들여서 리스크 떠안고 큰 결정을 내렸는데 회사에서처럼 여전히 누가 시키는 대로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아니.. 적어도 저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정부 지원 사업 요건에 맞춰 문서 작성하느라 개발 공부를 하고 싶다던 대표님은 개발과 멀어진 지 오래입니다. 비싼 인건비 들여서 고용한 개발자들은 대표님이 결정한 일이 아닌 정부 지원 사업 담당자가 정해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담당자가 제시해 준 내용이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과 일치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는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단지 제가 그 입장이었다면 담당자가 제시해준 것들이 제가 하려는 것과 너무나도 잘 맞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업도 해보지 않은 개발자가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멘토링 하고, 매번 새로운 과제를 줍니다. 그리고 금방 할 수 있죠? 이럽니다. 자기가 하면 반나절이면 한다고... 이미 이런 말을 하는 것부터 담당자의 자질이 의심스럽습니다. 자기가 할 줄 알면 다른 사람들도 할 줄 알아야 되는 건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 멘토링을 하고 있다니...
하나부터 열까지 정부지원이라는 건 저와 맞질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