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가 회사에 다니면서 사업을 할 수 있을까
애초에 안 되는 건지 아니면 각 회사 재량에 맡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직장인은 회사에 다니면서 별도의 사업을 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을 겁니다. 된다고 해도 굳이 일부러 회사에 알려지길 원하는 사람은 없을 거고, 애초에 회사에 다니며 사업을 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기는 합니다. 어쨌든 저는 이게 되는지 안 되는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 다니면서도 제 사업을 했었고, 그렇게 회사를 다니다가 퇴사를 해서 사업만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사업을 하면서 다른 회사에 계약직으로 일도 하고 있습니다.
사업이 힘들어서?
돈을 못 벌어서?
절대 아닙니다. 단지 내 사업을 하면서 다닐 수 있는 회사를 소개받았고, 면접 자리에서 제 상황과 계획, 생각을 모두 대표님께 과감 없이 이야기를 했는데 대표님께서 그 내용에 대해 동의를 해주셨기 때문에 사업과 계약직 회사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겁니다. 만약 제가 말한 것 중에 하나라도 회사에서 동의를 해주지 않았다면 저는 당연히 그 회사와 엮이지 않고, 제 사업만 하는 걸 택했을 겁니다. 하지만 계약직이라고는 하지만 회사에서 월급을 주는 직원이 사업을 하고 있다는 걸 좋아할 대표는 없을 겁니다. 저라도 그런 직원은 굳이 뽑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 지금 제가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왜 이런 저와 계약해서 고정 수익을 주고 있는 걸까요?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7548/clips/116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회사에서는 경력 개발자가 필요했고, 저는 그런 경력 개발자였기 때문입니다. 현재 개발자 수요는 굉장히 많지만 대부분의 개발 인력은 엄청난 연봉을 제공하는 IT 기업에 흡수되고 있습니다. 당장 흡수되지 않은 개발자들도 흡수당하기 위해 계속해서 자신들의 실력과 스펙을 올리는 중이고요. 그러다 보니 인지도와 금전적으로 밀리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개발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아 진 겁니다. 그나마 신입 개발자는 경력직보다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는 있겠지만 낮은 인지도와 연봉의 회사 입장에서는 그 신입도 비전공인 경우가 많습니다. 개발 분야가 워낙 취업이 잘 되고, 국비 교육도 제공이 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전공의 취준생들이 개발 쪽으로 많이 넘어오고, 이런 분들은 비 전공이라는 불리함 때문에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으로 그나마 지원을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도 대부분 회사를 다니면서도 끊임없이 이직 준비를 할 겁니다. 비 전공자 신입 개발자도 이러한데 경력 개발자는 더 구하기 어려울 겁니다. 게다가 정부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인 경우에는 인력을 구하지 못하면 인건비에 해당하는 지원금은 만져 보지도 못할 수 있고, 다 떠나서 개발자가 없으면 일 자체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제가 사업을 하고 있고, 병행할 거고, 최우선은 내 사업이라고 말을 해도 스타트업 회사 입장에서는 동의할 수 밖에는 없었을 겁니다. 물론 저도 제 사업에 조금의 영향이라도 주면서까지 다른 회사를 다닐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제 상황에 대해서 동의를 해주지 않았다면 절대 다닐 생각이 없었습니다. 일단 면접을 보러 간 것도 일주일에 2회 출근, 주 30시간만 일을 하면 된다고 했기 때문에 지원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내용은 계획서에 명시했고, 대신 월급은 회사에서 제시한 액수를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정직원으로 개발 회사에 다녔을 때는 오전 9시 출근에 저녁 6시 퇴근이라는 건 믿지도 않았고, 해야 될 일이 많아서 그렇게 할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내 사업이 최우선이고, 제 모든 상황에 대해서 회사에 이야기를 했고, 회사는 그 내용에 동의를 했습니다. 게다가 주 2회 출근, 주 30시간 근무는 제가 제시한 조건도 아니고, 회사에서 먼저 언급한 내용이고, 저는 그걸 듣고 면접을 보러 온 겁니다. 철저하게 계약서대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계약을 했고, 제 사업이 최우선이기 때문입니다. 경력이 있고, 기술도 없고, 개발 전공도 아니었던 신입 개발자일 때는 회사에서 모든 주도권을 쥐고 있었지만 지금은 반대 상황입니다. 게다가 운이 좋게도 전 세계적으로 개발 구인 시장은 대호황입니다. 그런 조건들을 저는 활용해서 사업을 하고, 돈을 벌 뿐입니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80825/episodes/24343399
전에 올렸던 오디오 클립입니다. 어떤 것이든 기본적으로 아쉬운 쪽이 손해를 보고, 참고,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입 개발자였을 때의 제가 그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 넘게 회사를 다니며, 배우고, 익히고, 돈을 벌고, 경력을 쌓고, '말 빨'을 늘렸습니다. 게다가 개발 붐이라는 운까지 따라 줬습니다. 대기업한테는 여전히 안 되지만 신생 스타트업 회사한테는 계약 시 제가 유리할 수 있는 상황 정도는 됩니다. 게다가 회사를 다녀야만 수익이 발생하는 상황도 아닙니다.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니고, 내 사업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이미 수익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신입 개발자였을 때처럼 참고, 감수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할 것만 하고, 서로가 처음에 협의하고 합의한 대로만 할 뿐입니다. 그렇게 해주지 않거나 갑자기 내용이 바뀌면 저는 그저 그 회사를 그만두고 제 사업만 하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위의 오디오에서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내가 아쉬운 상황이 아니어야 합니다. 가령 이 회사 아니어도 내가 갈 때가 많거나 당장 취업하지 않아서 수익이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거나 혹은 회사에서 주는 월급보다 더 많은 수익이 있는 상태에서 추가 수익을 목적으로 입사하는 상태이면 됩니다. 그게 말이 되냐고, 그게 쉽냐고 반박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반응이 당연합니다. 쉽다고 한 게 아닙니다. 단지 그렇게 되어야만 회사 생활할 때 회사를 상대로 약자의 입장을 벗어날 수 있다고 저는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퇴사를 해서 사업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다시 회사라는 곳과 엮이는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위에서 말한 것처럼 현재 회사와 계약을 맺고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도 여전히 저는 사업이 우선이고, 계속 사업을 해야 하고, 그게 더 이득이기 때문에 제 상황만을 고려한 조건을 회사에 제시한 거고 회사에서는 동의한 겁니다. 그렇다고 하면 저는 충분히 회사라는 곳에 다시 엮일 의사가 생기죠. 제 사업에는 전혀 영향이 없고, 고정 수익이 생기고, 사람도 만나고, 새로운 기술도 알게 되고, 실제 사용도 해보고....!!! 남의 회사에서 일하지만 제 사업에 도움이 되는 거 투성인 계약입니다. 안 할 이유가 없고,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도 계속할 의향이 있습니다. 특정 분야에서만 사업을 하는 게 아니고 제가 할 수 있는 여러 분야에서 소소하게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이런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은 저와는 완전히 잘 맞습니다. 이럴 때마다 퇴사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