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해서만 관대한 게 아닐까?
제 집에는 TV가 없습니다. 성향 자체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고, 세상이 어떻든 그 상황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개인적인 성향의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 성향이고, 실제로 회사 생활을 하거나 사람들 사이에서는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한 성격으로 보이고 어떨 때는 마냥 쉬운 사람의 이미지로 비치는 거 같아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 주변 사람들로부터(TV가 없으니깐...)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너무 웃기고 어이가 없고, 말이 안 되고, 뻔뻔하고, 유치하고, 민망하고, 쪽팔리고, 정 떨어집니다.
누구나 잘못은 하고 실수도 하는 거지만 그러면 안 되는 사람이 있고, 위치가 있는 겁니다. 세상 누구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수 없고, 사소한 잘못 하나 없는 그런 사람 당연히 없을 겁니다. 하지만 막중한 책임을 지고 만인을 대표한다면 남들과 똑같아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도 할 수 있지만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그 선을 넘었다면 깨끗이 잘못을 인정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괴변과 뻔뻔함으로 어떻게 그런 행동들을 할 수 있는 걸까요?
이런 의문을 오늘 아침까지도 가지고 있었고, 제발 말도 안 되는 짓 좀 그만 하고 잘못을 인정하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말이죠... 남의 일이라고 이렇게 쉽게 생각해도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든 일이 30분 전에 생겼습니다.
저는 현재 사회생활 5년 차인 직장인입니다. 대학교 다닐 때는 소위 말하는 운동권 동아리에서 활동했습니다. 말이 활동이지 그냥 사람들과 어울리고 하고 싶은 것만 했고, 사회에 대해서 시국에 대해서 고민하는 그런 캐릭터는 아니었습니다. 주변에서도 운동권 동아리라고 하면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솔직히 주변 시선이야 생관 없이 제가 좋아서 열심히 활동했습니다(제가 하고 싶은 쪽으로만...) 근래에는 그 동아리가 곧 30주년이 되는지라 한번 사람들 다 모아보자고 몇몇이 뜻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나중에 그 모임에 합류했고, 최대한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임을 약속이나 장소, 정리, 공유 등 귀찮은 일들은 제가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2016년 여름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계획을 짜고 실행을 해보자는 의견을 모아 모임을 갖고 있는데 저번 달부터 슬슬 사람들이 한 명씩 모임에 참여하지 않고, 문자 답변도 없고 그러네요... 뭐 저도 회사 다니고 다들 바쁘니깐 그럴 수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오늘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동아리 활동할 때나 또 술자리에서는 운동권 동아리 선배답게 사회와 나라에 대해 걱정하고 우리는 그러지 말아야 된다고 이야기하고 현 시국을 비판을 하는데 정작 이런 작은 모임에서는 먼저 하자고 해놓고 답변도 없고 나오지도 않고, 누군가 해주길 기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네.. 아... 욕먹는 쪽이 욕하는 쪽이나 크게 다르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그렇게 나라를 생각하는 듯한 언행을 갖는 사람도 어쩌면 저 높은 곳에 가면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결론을 내버리니 같이 하자고 말은 했지만 연락이 잘 안되는 그분들의 행동이 그냥 이해가 됐습니다. 그러니 저 높은 곳에서 버티고 서 있는 저 사람도 그냥 똑같은 그저 그런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못하는 거지만 누굴 욕하고 비판하기 전에 본인부터 잘하고 있는지를 봐야 된다는 흔하디 흔한 그 말이 오늘에서야 더 와 닿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