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soceo May 07. 2017

평생 빚을 부추기는 저축

매일 가만히 점심값 벌기 #9

저축의 역설

저축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이미지 투성입니다.


    - 종잣돈 마련을 위해서는 저축은 필수

    - 내 돈을 가장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

    - 원금 보장받으면서 이자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좋은 투자


등등등 정말 당연히 해야 되고, 그래야 집도 사고, 차도 살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다고 많은 분들이 생각을 합니다. 이 내용들은 제가 들은 것들도 있고, 대부분의 분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용들이라 아닐 수도 있지만 최소한 저만큼 저축에 대해서 좋지 않게 생각하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대부분 취업해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 당연히 저축해야 되고, 좀 더 나중을 위해서는 적금을 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하면 CMA나 펀드 등을 하시는데 펀드만 돼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대부분 저축이나 적금 이상은 생각도 하지 않는 거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들어볼 것도 없이 저축이나 적금은 원금에서 단 1원도 손해 볼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자도 주는데 원금도 보장되고, 게다가 필요할 때면 아무 때나 현금으로 인출도 할 수 있게 해주는 저축! 이 저축을 저는 지금부터 깔려고 하는데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어차피 제 생각이고, 제가 하고 싶은 말 하는 거니깐 읽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그냥 창 닫아 주세요! ㅎㅎ


제 기준에서는 저축하는 거 자체가 손해입니다. 뭐 '이자율이 낮아서, 혹은 이자율에 비해 물가 상승률이 더 높기 때문에 손해다' 이런 다들 아시는 이야기하려는 게 아닙니다. 물론 이 말도 맞는 말입니다. 은행에서 이자는 끽해야 1% 주는데 물가 상승률은 2%이면 당연히 그 자체로 손해입니다. 하지만 물가라는 건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거고, 내 물가만 오르는 게 아니고 모든 사람한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거라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저축되어 있는 내 돈 중 단 1원도 없어지지 않으니 된 거겠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손해입니다.


저축하면 은행만 좋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셨을 거 같습니다. 당연하죠. 은행은 가만히 있는데 돈이 들어오고, 그 돈으로 돈을 버니깐요... 음 이 말에 대해서 좀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분명 돈을 버는 쪽이 있으면 잃는 쪽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닐까요? 돈을 버는 쪽이 은행이면, 돈을 잃는 쪽은 어디일까요? 제 의도는 아실 테니 답변을 드리자면 바로 은행에 저축을 한 사람들입니다. 응? 은행에 돈을 주기는 했지만 원금 보장되고, 이자도 받는데 왜 저축한 사람들이 돈을 잃는다고 하는 걸까요? 


은행은 저축한 사람들의 돈으로 어떻게 돈을 벌 까요?

저축한 사람들한테 이자는 주지만 저축한 사람들한테 주는 이자율보다 더 큰 이자율로 대출을 줘서 그 대출을 받아간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이자를 받아냅니다. 그런데 웃긴 건 그 대출을 받아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저축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은행한테는 1% 남짓한 이자를 받고, 다시 그 돈을 빌릴 때는 1%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다시 은행에 주는 겁니다. 하지만 다시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은행이 더 높은 이자를 받아가지만 우리가 저축한 돈보다 더 큰 액수를 은행에서 빌려주니 당연한 거 아닌가?'


맞습니다. 만약 저축한 사람들이 자신들이 저축한 돈만큼만 빌려 간다면 당연히 예금자들이 받는 이자보다 더 큰 이자를 은행에 줄 이유가 없겠지만 집을 살 때와 같이 큰돈이 필요할 때 은행이 그 돈을 빌려주니  대가로 더 많은 이자를 다시 은행에 내는 게 맞습니다. 그럼 은행은 도대체 그 돈이 어디서 생기는 걸까요? 바로 예금자들이 저축한 돈에서 주는 겁니다. 그럼 만약에 저축한 사람들이 모두 대출을 받아 간다면 은행은 대출을 해줄 수 없겠네요? 저축한 사람들의 돈으로 대출을 해주는 거고, 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저축한 돈보다 더 큰돈을 은행에서 빌려갈 테니 은행은 당연히 그 모든 사람들한테 돈을 빌렬줄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예상하셨겠지만 대답은 No입니다. 은행은 좋다고 하고 대출을 해줄 겁니다. 그럼 도대체 돈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그에 대한 답은 일단 저축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대출을 받지는 않을 것이며, 나라에 별일이 없는 한 예금자들이 동시에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갈 일도 없을 겁니다. 열심히 일한 월급쟁이들의 돈을 저축으로 흡수한 후 돈이 필요한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돈놀이를 하는 곳이 은행인 겁니다. 심지어 한국은행이란 곳에서는 돈을 찍어낼 수도 있습니다. 자기들이 막 찍어서 돈 빌려주고 이자 받고...... 완전 이런 노다지가 어디에 있을까요? 


그런데 이렇게 대출이 많이 이뤄지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게 되고, 그렇게 됨으로 인해 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한마디로 저는 가만히 은행에 만원을 저축해 놓았는데 사방에 돈이 막 풀리게 되면 저축해 놓았던 제 돈 만원의 가치는 예전만 못하게 돼버린다는 겁니다. 집 값을 예로 들어 볼게요... 집 값 바닥이다, 좀 있으면 대출 이자 오른다 등의 말로 현혹해서 대출을 부추겨서 집을 막 사게 만들어 부동산을 달구어 놓으면 집 값이 막 상승하게 됩니다. 그럼 저축해 놓았던 돈은 가만히 있는데 집 값만 오르면 내 돈은 그대로 있고 내가 은행으로부터 받는 이자는 코딱지만 하지만 집값은 엄청 올라서 상대적으로 제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겁니다. 결국 점점 내 집 마련의 꿈은 멀어져 가는 겁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는 몇백 원만 있어도 군것질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는 것처럼요.


은행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자면 은행들은 모든 예금자들이 동시에 모든 돈을 인출해가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예금자들의 모든 돈을 항상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특정 비율만큼만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빌려줘도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만약 나라에 '별일'이 생겨서 모든 사람들이 돈을 갑자기 인출해 간다거나 돈을 빌려간 사람들이나 기업들이 파산해서 돈을 못 갚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은행은 파산해야 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 어느 정도 선까지는 나라에서 그 은행을 살려줄 겁니다. 어떻게? 돈을 주는 거죠... 그럼 그 돈은 또 어디서 나오나 봤더니 당연히 국민들의 세금이죠...


우리는 저축하고, 은행에서 이자를 받고, 대출을 받고 다시 은행에 이자 내고, 열심히 일해서 또 이자 내고, 다시 빚내고, 다시 일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이 저축해서 은행에 돈을 주고 있습니다.

결국 뭘 하든 은행만 배불려 주는 꼴이 되는 겁니다. 게다가 은행은 정부라는 든든한 지원자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은행은 아마도 사람들이 다른 생각하지 말고 그저 열심히 일해서 저축하고, 자기들한테 대출받아가길 바랄 겁니다. 그 빚을 다 받으려면 5년, 10년이 걸리겠지만 은행은 돈 많고, 정부가 돈도 찍어주고, 어려우면 도와도 주며 무엇보다 이런 게임에서 시간은 은행 편입니다. 


요즘 핫한 인터넷 은행, 비대면 채널, 온라인 뱅킹 이런 거 은행들한테는 다 눈의 가시일 겁니다. 지금까지 쉽게 돈 벌어 왔는데 갑자기 경쟁자들이 막 나타나고, 자기들이 설치한 ATM이나 은행 지점 등이 없어도 되는 애들이라 경쟁하려니 막 힘들어지고 사람들도 은행에 오지 않고 모바일로 인터넷은행에 저금하니 아주 머리 아플 겁니다. 아 옛날이여 하고 있겠죠...


이래서 저는 도저히 저축을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뭐 특약이라 해서 굉장히 선심 쓰는 것처럼 2%, 3% 이자 주겠다고 하는데... 정작 또 그런 상품들은 보면 금액도 제한이 있습니다. 1,000만 원 투자해서 2%이면 아니 높게 해서 3%로 하겠습니다. 1,000만 원 3% 하면 1년 뒤에 30만 원 받는 건데 여기서 머 세금 떼고 뭐 하면 3%도 안됩니다. 그럼 뭐 한 27만 원, 28만 원쯤 준다는 겁니다. 1년에 28만 원... 한 달에 23,000원 받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 3% 주는 은행은 인터넷은행 말고는 없을 듯싶고, 실질적으로는 세금 떼고 하면 1%대 이자입니다. 1,000만 원 맡겨서 1년에 10만 원 받는 거고, 한 달에 채 만원도 받지 못하는 겁니다. 하루 밥 먹고, 커피 마시면 없어지는 돈입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지만 요즘 들어서 티끌은 모아봐야 티끌이다란 말이 생겼습니다. 말로는 월급쟁이 벗어나야지 돈이 없어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저축을 계속한다면 평생 그 이야기를 하며 살아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빚, 나쁜 빚, 레버리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