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는 마음이 들면 계란찜 먹자
그림일기를 시작한 건 한 없는 어두움 속에서였다. 그림은 나를 어두움에서 꺼내주었지만, 늘 반복되는 구도에 지칠 무렵, 나를 지치지 않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소소담 뒤에 숨어 있는 진짜 내가 사랑하는 음식 만들기와, 어찌 보면 부캐인 소소담이 사랑하는 그림 콜라보를 하면 어떨까 생각해서 시작한 이 연재, 음식과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길
오늘은 조용조용 소담 소담한 대화를 나누고, 선선한 바람에 (모기를 많이 물렸고), 따듯하고 정갈한 음식을 소중하게 나눈 날이었다. 문득 돌아오는 밤이 참 예뻤고, 누군가에겐 한없이 부드러워지는 나를, 몽글몽글한 모습의 나를, 나는 참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부드러운 무언가를 그리고 싶었고, 부드러움에는 복숭아, 뭉게구름, 폭신한 쿠션 등등 생각하다 역시 계란찜이 아니겠는가 생각했다.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은 날도 계란찜만은 다르다. 인스턴트 죽은 정 없고, 단아하게 차린 한식 한상은 마음과 몸이 아픈 날엔 스스로 준비하기에 너무 사치다. 달걀 두 알을 풀어 물 조금, 대파 송송 넣고, 전자레인지에 1분씩 2번 돌리고, 중간에 조금 저어주면, 어느새 부드럽고 어여쁘고 의젓하게 완성된다.
가끔 다정도 병이라지만 하고 되뇌면서도, 사랑이 많은 나를 무척 아낀다. 그래야만 한다 싶기도 하고,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싶다. 가끔 이런 마음은 너무 소중해 정말 소중히 살포시 일기장에 얹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꼭 오늘이 그렇다.
사랑만이 답은 아니더라도 미워하는 건 체질에 맞지가 않다. 흩날렸던 가라지보다는 차곡차곡 남아 있는 알곡을 마음에 담을 테야.
미워하는 마음이 들면 계란찜을 먹자.
몽글몽글한 마음을 다시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