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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Dec 02. 2021

[어린이 테스트] 답을 받았습니다.

feat. 나랑 놀아줘

아니나 다를까 눈을 뜨자 어린이는 자기가 낸 문제를 풀었는지 확인하고, 뒷장을 보고는 엄마의 문제가 한가득 쓰여있는 것을 보고는 눈곱도 떼지 않고, 화장실도 안 가고 풀기 시작했다.

바로 온라인 수업에 들어가면서 한마디 한다. "다 풀었어. 채점해 줘."

1.    나는 최근에 엄마를 보면
       행복하다    /   좋다   /   사랑스럽다    / 안아주고 싶다

2.    나는 우리 엄마가 ___________________라고 생각한다.

3.    내가 엄마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은 _________________________

4.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을 숫자로 표현해 보시오.

5.    엄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색깔은?

나도 궁금한 아이의 대답이다.


1.  행복하다 / 좋다 / 안아주고 싶다.

   (왜? 왜 사랑스럽지는 않지? 출제자의 의도는 아쉬움)

2. 최고

    (너무 짧은 단답형의 대답이 좀 서운한데...)

3. 공부. 로블록스

4.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5. � (형광 주황색)


결국은 공부도 놀이도 엄마와 하고 싶은 우리 집 유일한 어린이의 속마음이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이 계속되니 엄마가 친구 역할까지 해주길 바라는 어린이의 마음에 꼭 맞는 엄마가 되지 못해서 미안하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지만 때때로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조금만 나중에 하면 될 것을 일이 먼저일 때가 많은 것도 미안하다. 

아이가 낸 문제에 나는 온종일 마음으로, 글로 반성문을 쓰는 중이다.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덕분에 행복하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지만, 나는 그냥 보통 엄마.



평행선



엄마, 나랑 놀자

이따가. 엄마 지금 바빠


오늘,

우리 엄마와 나는 평행선


나는 엄마를 따라가는데

평행선이라 만날 수 없다


수학 시간.

나는 평행선이 싫다.


엄마랑 아빠랑 내가 함께 만나는

삼각형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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