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나랑 놀아줘
아니나 다를까 눈을 뜨자 어린이는 자기가 낸 문제를 풀었는지 확인하고, 뒷장을 보고는 엄마의 문제가 한가득 쓰여있는 것을 보고는 눈곱도 떼지 않고, 화장실도 안 가고 풀기 시작했다.
바로 온라인 수업에 들어가면서 한마디 한다. "다 풀었어. 채점해 줘."
1. 나는 최근에 엄마를 보면
행복하다 / 좋다 / 사랑스럽다 / 안아주고 싶다
2. 나는 우리 엄마가 ___________________라고 생각한다.
3. 내가 엄마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은 _________________________
4.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을 숫자로 표현해 보시오.
5. 엄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색깔은?
나도 궁금한 아이의 대답이다.
1. 행복하다 / 좋다 / 안아주고 싶다.
(왜? 왜 사랑스럽지는 않지? 출제자의 의도는 아쉬움)
2. 최고
(너무 짧은 단답형의 대답이 좀 서운한데...)
3. 공부. 로블록스
4.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5. (형광 주황색)
결국은 공부도 놀이도 엄마와 하고 싶은 우리 집 유일한 어린이의 속마음이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이 계속되니 엄마가 친구 역할까지 해주길 바라는 어린이의 마음에 꼭 맞는 엄마가 되지 못해서 미안하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지만 때때로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조금만 나중에 하면 될 것을 일이 먼저일 때가 많은 것도 미안하다.
아이가 낸 문제에 나는 온종일 마음으로, 글로 반성문을 쓰는 중이다.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덕분에 행복하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지만, 나는 그냥 보통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