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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Dec 03. 2021

문구점 나들이가 설레인다

외출 준비를 한다.

집에서 지내느라 소홀했던 씻기를 마치고 빨래를 걷는다. 마스크를 쓰는 덕에 간소화된 화장을 슥슥 빠르게 마친다. 그래도 오늘의 외출을 위해 공을 들인다. 일주일 동안 아이와 매일 같이 했던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금요일에 문구점 가자.


문구점마저 귀한 동네에서 멀리 차를 타고 다녀올 예정이다. 열 살 어린이는 문구점 갈 때면 눈을 반짝거리며 이것저것 만져보며 신중하게 고민한다. 나는 어린이의 귀여운 모습을 구경하는 문구점 쇼핑을 좋아한다. 벼르고 별러서 함께 가는 문구점 데이트의 이유는 커다란 사이즈의 보석 십자수를 사기 위해서이다. 동네 일곱 살 동생에게 배울만큼 유행에는 좀 뒤처졌지만, 한 번 해보더니 계속하고 싶어서 손이 간질거리는가 보다.

데이트 겸사겸사 여러 곳에서 물건을 사야 하기 때문에 이번 데이트에 남편은 제외시켰다. 남편과 같이 가면 자꾸만 빨리 사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온몸으로 지루함을 보여주니 가족 쇼핑 데이트에서 남편은 종종 아웃된다. 어쩔 수 없다. 평소에 좀 잘하지.


어제 아이와 함께 푼 국어 문제집에 ‘실용’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실용이란 말은… 음… 장난감 가게에서 본 고양이 로봇은 실용적일까? 이렇게 쓰는 거야.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게 얼마든 한 번 두 번 가지고 놀고 만다면 고양이 로봇은 실용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며칠 전 쇼핑몰에서 본 장난감 가게의 고양이 로봇이 계속 눈에 아른거리던 아이였다. 모든 물건의 실용성을 따지는 나에게 참 고마운 단어였다. 예쁜 것이 눈에 들어오는 열 살 어린이는 알고 싶지 않을 단어지만, 나는 덕분에 잔소리를 잔소리 아닌 척하며 할 수 있었다.


아직 열 살인 어린이에게 문구점에서 딱 하나만 고른다는 건 너무 냉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배워야 하는 소비 습관이기에 오늘도 ‘실용’을 외쳐보려고 한다. 어린 시절의 나는 배우지 못했던 경제와 소비, 돈에 대해 알려 주고 싶다.

하지만 말은 이렇게 해도 나 역시 늘 같은 마음이다. 좋은 지우개를 보면 하나쯤 쟁이고 싶다가, 꾹 참고 집에 오면 아니나 다를까 이래저래 쌓인 지우개가 열 개쯤 있다. 왠지 집에 있는 샤프는 수명을 다 한 것 같고, 노트가 있다면 뭔가를 많이 쓸 것 같다. 아이에게 들키지 않게 내려놓아야 할 마음이 너무 많다. 수업을 핑계로 슬쩍 살지도 모르겠다.




밤에 꿈을 꿨어.

친구들을 많이 만나는 .


꿈은 반대라고 했다

그래서 친구를  만나는가 보다


그럼 어제 꿈은

악몽이었나?


이건 꿈이야.


눈물 콧물 흘리며 코로나 자가테스트. 그만 하고 싶다. 그래도 빨간 한 줄이 주는 안도감이 있어서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눈 질끈 감고 면봉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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