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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Apr 04. 2022

침대 기차 타고 냐짱 여행

기차 타고 낭만 여행

기차를 타기로 했다. 그것도 밤기차.

코로나가 터지고 꼼짝 못 하고 있다가 이번 어린이 방학 때 여행 가자고 계획했을 때부터 침대 기차를 타자고 한 건 나였다.

목적지는 베트남 호치민에서 냐짱(Nha Trang)까지.

침대 기차여행을 가기 전부터 어린이는 궁금한 게 많았다.

“침대 기차는 많이 흔들려?”

소리는 어때? 츄츄? 이래? 아니면 칙칙폭폭 해?”

한국 지하철처럼 선에 맞춰서  들어오나?”

“2층에서 자는 것도 괜찮을까?”

기차, 그것도 침대가 있는 기차를 타고 간다니 어린이는 끝없이 무언가를 물었다. 기차 여행이 낯선 호치민 태생의 열한 살 어린이다. 지금보다 더 어릴 때 다녀온 기차 여행은 기억나지 않는가 보다. 하긴 나도 10년 전 여행이 기억나지 않으니 할 말은 없다.  유럽 여행 때 침대 기차를 탔었고, 베트남 처음 와서 냐짱 갈 때도 타봤는데 그 여행이 어땠는지 도통 기억나질 않는다. 그땐 타자마자 잠만 자고 내렸나?


호치민 기차역에서 표를 보여주고 기차를 타러 갈 때의 첫 느낌은 이랬다. “여기 북한?” 좀처럼 마주치지 못했던 진짜 베트남을 오랜만에 만난 듯했다. 우리를 냐짱까지 데려다 줄 낡은 기차. 사회주의 국가 특유의 모자를 쓴 역무원들.

그래도 기차 여행은 낭만이다. 3 식구지만 4인실 침대칸 표를 모두 샀다. 호텔방에 들어온 듯 방방 뛰며 1층과 2층을 오르내리며 신나 하는 어린이를 보며 빠르고 편한 비행기보다 기차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찻길 바로 옆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신기한 집들.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집이 흔들릴 것 같다. 소음은 괜찮을까.

오토바이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달리는 이 기차는 괜찮은 걸까. 새벽 4시 반에 냐짱 도착이라는데, 혹시 못 일어나서 하노이까지 가게 되지는 않을까. 늘 각자의 일상을 사느라 바빴던 세 식구가 감자 과자 하나를 뜯어먹으며 기차 안에서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자려고 누우니 밀려오는 현실도 있다. 딱딱한 침대. 어쩐지 찝찝한 침구류. 온도 조절 안 되는 추운 실내. 집에서 가져온 얇은 이불로는 역부족이었다.

새벽 4 반에 내리면 호텔 체크인까지 어떻게 버티지?
내일 아침 비행기 타고 갔으면 편하게 시간 맞춰 도착할 텐데… 이 고생을…

그래도 기차는 낭만이다!

엄마, 이번에 나랑 하는 침대 기차 여행은 
 잊어버릴  같지?

응. 평생 기억할 것 같아. 고마워.

오랜만에 보는 수은 온도계. 실내 온도 23도.

이것저것 다 파는 이동식 매점 아저씨.

기찻길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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