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타고 낭만 여행
기차를 타기로 했다. 그것도 밤기차.
코로나가 터지고 꼼짝 못 하고 있다가 이번 어린이 방학 때 여행 가자고 계획했을 때부터 침대 기차를 타자고 한 건 나였다.
목적지는 베트남 호치민에서 냐짱(Nha Trang)까지.
침대 기차여행을 가기 전부터 어린이는 궁금한 게 많았다.
“침대 기차는 많이 흔들려?”
“소리는 어때? 츄츄? 이래? 아니면 칙칙폭폭 해?”
“한국 지하철처럼 선에 맞춰서 딱 들어오나?”
“2층에서 자는 것도 괜찮을까?”
기차, 그것도 침대가 있는 기차를 타고 간다니 어린이는 끝없이 무언가를 물었다. 기차 여행이 낯선 호치민 태생의 열한 살 어린이다. 지금보다 더 어릴 때 다녀온 기차 여행은 기억나지 않는가 보다. 하긴 나도 10년 전 여행이 기억나지 않으니 할 말은 없다. 유럽 여행 때 침대 기차를 탔었고, 베트남 처음 와서 냐짱 갈 때도 타봤는데 그 여행이 어땠는지 도통 기억나질 않는다. 그땐 타자마자 잠만 자고 내렸나?
호치민 기차역에서 표를 보여주고 기차를 타러 갈 때의 첫 느낌은 이랬다. “여기 북한?” 좀처럼 마주치지 못했던 진짜 베트남을 오랜만에 만난 듯했다. 우리를 냐짱까지 데려다 줄 낡은 기차. 사회주의 국가 특유의 모자를 쓴 역무원들.
그래도 기차 여행은 낭만이다. 3 식구지만 4인실 침대칸 표를 모두 샀다. 호텔방에 들어온 듯 방방 뛰며 1층과 2층을 오르내리며 신나 하는 어린이를 보며 빠르고 편한 비행기보다 기차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찻길 바로 옆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신기한 집들.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집이 흔들릴 것 같다. 소음은 괜찮을까.
오토바이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달리는 이 기차는 괜찮은 걸까. 새벽 4시 반에 냐짱 도착이라는데, 혹시 못 일어나서 하노이까지 가게 되지는 않을까. 늘 각자의 일상을 사느라 바빴던 세 식구가 감자 과자 하나를 뜯어먹으며 기차 안에서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자려고 누우니 밀려오는 현실도 있다. 딱딱한 침대. 어쩐지 찝찝한 침구류. 온도 조절 안 되는 추운 실내. 집에서 가져온 얇은 이불로는 역부족이었다.
새벽 4시 반에 내리면 호텔 체크인까지 어떻게 버티지?
내일 아침 비행기 타고 갔으면 편하게 시간 맞춰 도착할 텐데… 이 고생을…
그래도 기차는 낭만이다!
엄마, 이번에 나랑 하는 침대 기차 여행은
안 잊어버릴 것 같지?
응. 평생 기억할 것 같아. 고마워.
오랜만에 보는 수은 온도계. 실내 온도 23도.
이것저것 다 파는 이동식 매점 아저씨.
기찻길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집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