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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Mar 08. 2022

내 발목을 잡지 마라. 코로나!

코로나 격바라지

다시 열심히 일상을 찾으려던 나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남편의 코로나 확진. 한국도 아닌 베트남이라는 타국에서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었는데, 세상만사는 역시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무증상도 많다지만 남편은 호되게 코로나를 앓고 있다. 방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식사와 필요한 것들을 문 앞에 두고 문자로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남편의 확진으로 어린이는 학교에 등교하지 못했고, 아빠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던 어린이에게서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남편의 확진 다음 날 오전까지 멀쩡하던 어린이는 오후가 되면서 갑자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첫째 날은 39.8도. 둘째 날은 39.2도. 좀처럼 잡히지 않은 열에 병원도 가지 못하고 애만 태웠다. 오미크론까지 진단한다는 키트라는데 어린이의 결과는 계속 음성이다.

4학년이나 된 녀석은 몸이 힘드니 자기 옆에서 떨어지지 말아 달라고 엉엉 울고, 나라도 건강해야 두 사람을 돌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스크를 쓰고 최대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마스크를 쓴 채로 열이 떨어지지 않는 어린이 옆에서 이틀 밤을 지새웠다. 마스크를 쓴 채로 불편하게 어떻게 자나 싶었는데, 하루 종일 긴장하고 지친 탓인지 누운 그대로 잠이 들었다. 사람이란 그런 존재인가 보다.


3일째가 되자 36.4도까지 떨어졌다. 37.8까지만 떨어져도 정상 같았는데 36도를 되찾다니!!

행운의 숫자는 7이잖아.
근데 나한테는 행운의 숫자가 6이었어.

앞구르기 뒤구르기를 하며 노는 어린이의 모습에 안도감이 든다. 이젠 버텨낼 수 있겠구나.


해열제가 부족해서 주변의 도움으로 약을 받고, 먹을 것을 보내주는 지인들 덕에 힘든 상황에서도 해외 생활의 따뜻함을 풍성하게 느끼는 중이다. 아침마다 일어나면 카톡 창에 안부를 묻는 글들이 많다. 해외살이를 하며 많지 않은 인연 속에서 살아간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뭉클하다. 이번에는 또 어떻게 갚아야 하나…


이렇게 또 삶의 한 고비를 넘긴다. 많은 이들이 겪는 코로나 확진의 고통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빨리 지나가기를. 혹여 나도 걸릴 수 있으니 오늘도 비타민 한 움큼을 털어 넣어야겠다.


모두 무탈하기를.

오늘의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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