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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Jun 24. 2022

100원 이야기

주인은 누구였을까?

아이 : 엄마! 나 오늘 버스에서 100원 주웠다.
나 : 와~ 신기하네.
아이 : 어떻게 100원이 떨어져 있지? 이 버스를 타는 한국 아이는 나 밖에 없잖아.
나 : 그러네 정말. 누굴까?
아이 : 100원을 내가 발견한 것도 신기해.
나 : 혹시 네가 주머니에서 흘린 거 아냐?
아이 : 그럴 리가 없잖아.
나 : 신기하긴 신기하다.
아이 : 그치? 정말 놀라운 일이었어.

작은 일에도 어린이는 행복함을 느낀다.

100원을 버스에서 주웠다는 사실만으로도 애국심이 생기고, 자신이 특별한 아이라 여긴다.

하긴 한국에서 주웠다면 조금도 특별하지 않았을 100원이, 베트남 호치민에서는 특별했다.  


얼마 전 학생 한 명이 나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남미에서 온 같은 반 외국인 친구에게 받은 한국돈이라고 했다. 살펴보니 1980년대에 판매된 기념주화 세트인 듯했다. 학생은 돈의 값어치보다 한국과 아무 상관없는 친구가 어떻게 한국 돈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궁금해했다. 신기하긴 하다.


베트남은 한류의 인기도 높고, 한국인들이 많이 살아서 한국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간다. 매일 한국 마트에 가고, 종종 한국 식당에서 밥을 먹고, 만나는 대부분이 한국 사람이지만, 그래도 예상치 못하게 만나는 한국은 반갑고 설렌다.


수없이 스타벅스를 가도 직원과 영어로 얘기했는데, 얼마 전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해주는 한 마디에 설렜고, 지나가다가 광고판에서 만나는 박항서 감독님의 모습은 여전히 반갑다. 수업할 때도 아이들과 애국가를 부르거나, 태극기를 그릴 때면 뭉클한 마음이 올라온다. 그래서 한국의 국경일 관련 수업은 놓치지 않는다.


해외에 살다 보면 고국 사랑이 남달라 진다. 어릴  TV에서 <아리랑> 부르며 울던 이민자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감히  이해된다고는   하겠다. 그분들이 겪은 힘든 타향살이와 지금의 나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어린이는 버스에서 주운 100원으로 이번 여름방학 때 한국에 가면 무엇을 살지 고민하고 있다. 베트남 돈은 알아도 한국 돈에 대해서는 모르는 베트남 생활 10년 차에 접어드는 11살이다.

나 어릴 적에는 100원으로 학교 앞 떡볶이집에서 떡볶이를 사 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100원으로 무엇을 살 수 있을까? 베트남에서도 100원(2,000동)으로 사 먹을 수 있는 게 있을까? 베트남 물가도 이젠 예전같지 않다.


아이 : 나 오늘도 버스에서 뭔가 발견했어.
나 : (솔깃) 또 백 원?
아이 : 아니, 다른 거야.
나 : 그럼 천 원?
아이 : 아니. 종이별이 떨어져 있더라고. 어때, 예쁘지?

기대가 컸다. 베트남 호치민 외국학교 셔틀버스 안에서 100원을 줍는 일은 역시나 흔치 않은 일이다. 백원이 뭐라고 설렌다.

친구가 엄마한테 한국어 배우고 싶대.

언제든지 환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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