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그거 그거 그거....
"회사는 퇴근한다고 하잖아요. 음...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걸 뭐라고 하죠?"
앞자리 과장님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하교 말씀하시는 거예요?"
모를 리 없는 그 단어가 왜 그리 생각 안 났는지 모르겠단다.
어찌 그 분만의 일일까. 며칠 전만 해도 오랜 시간 알고 지내던 분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곤란한 일이 있었다. 그날 나는 왜 나서서 음료 주문을 대신 받겠다고 했을까.
허oo 아이스 아메리카노,
이oo 아이스 라떼 ...
??? 구아바 주스
"나는 구아바 주스"라고 말씀하신 분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멈칫하며 그분을 쳐다봤다. 내가 잘 못 들었다고 생각하셨는지 그분은 다시 한번 "구.아.바 주스."라고 짚어주셨다. 나에게 필요한 건 그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름이 빨리 생각나길 간절히 바랐지만,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이름이...(제발 이 순간에라도 생각나라)"
"구- 아- 바- 주스"
친절하게 또박또박 다시 메뉴 이름을 말해주셨지만, 죄송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순간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며, 성함을 다시 여쭤보았다. 이런 실례가 또 있을까. 주변에서 다들 이제 그런 나이가 된 거라고 괜찮다고 해주셨지만, 민망하고 죄송한 그 순간을 피하고 싶었다. 괜히 안 해도 되는 주문을 대신 모으겠다고 나서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는 후회를 하면서.
"너도 이제 나이를 먹는구나. 우리랑 비슷해졌어."
그날 따라 '나이 먹었다'는 이 말이 고마웠다. 내가 그분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 나이 탓에 그럴 수도 있다고 해주셨으니 말이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다 그런 거야."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는 어른들이 주변에 있어서 다행이다. 여전히 나에게는 좋은 어른이 필요하다. 좋은 어른들 덕분에 무거운 내 인생의 짐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
너무 걱정하지 않기
나를 갉아먹는 말은 한 귀로 듣지도 말고 흘려버리기
메모하기
요즘 어른들에게 배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