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 Mar 13. 2024

날마다 밥을 짓는다

누룽지가 좋아서... 누룽지가 그리워서...

매일 밥을 짓는다. 매일 냄비밥에서 구수한 누룽지 냄새가 난다.

조금 번거로워도 냄비밥을 짓기 시작한 지 5년이 되었다.

전기밥솥에 있는 밥이 베트남의 더운 날씨 때문에 금방 상하기도 했고, 세 식구 먹는 양에 비해 밥솥은 너무 컸다. 아침에 한 밥은 오후가 되면 냄새가 났다. 베트남 쌀 특유의 냄새가 더 이상 참기 힘들어졌을 때, 고민없이 전기밥솥을 쓰지 않게 되었다. 어딘가 고장 난 것 같은데, 새로 사는 것도 힘들고 한국에 들고 가 고치기도 번거로우니 집안 어느 구석에 보관만 하고 있다. 언젠가는 고치리라는 생각과 함께.(전기밥솥으로 할 수 있는 게 밥만 있는 게 아니니까.)


요리 솜씨는 없지만 쌀밥만큼은 맛있게 먹고 싶어서 딱 한 끼, 또는 하루 먹을 만큼의 냄비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혼자 자취하던 20대 시절부터 누룽지가 먹고 싶어서 종종 냄비밥을 지어먹었기 때문에 번거롭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냄비밥은 좋은 게 더 많았다.


베트남 쌀이 한국 쌀보다 냄비밥 짓기 쉽다. 

냄비밥을 하면서 아직 설익은 밥을 먹어본 적은 없다. 물이 끓어 넘치면 약불로 줄이고, 끓어오르는 게 잦아들 때까지 뚜껑을 열어 두어도 문제없다. 밥 짓는 시간도 15-20분이면 된다.


누룽지를 먹을 수 있다.

난 누룽지가 정말 좋다. 전기밥솥에서는 먹을 수 없었던 바삭하고 고소한 누룽지를 냄비밥을 하면서 날마다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누룽지 냄새는 밥 짓기가 끝났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구수한 냄새가 시작될 때 불을 끄면 잘 지은 밥이 완성된다. 남편은 밥을 지을 때 타이머를 맞춘다는데, 그게 더 어려운 나는 여전히 감으로 시간을 맞춘다. 코 끝으로 누룽지 냄새를 기다린다. 그래서 가끔은 냄비를 태워먹기도 한다.


냉동실로 들어갈 밥이 없다. 

밥이 남으면 냄비째 냉장고에 넣었다가, 먹을 때 꺼내서 물을 한 스푼 정도 넣어주고 약한 불에 올려두면 다시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 그리고도 남으면... 찬밥으로 만들기 좋은 김치볶음밥을 만든다. 아이가 두 그릇쯤은 뚝딱 먹는다.


밥을 불 위에 올려놓고 계속 신경 써야 하지만, 시간이 길지 않으니 그 정도는 괜찮다. 손님상 차릴 일도 거의 없으니 큰 밥솥이 필요하지도 않다. 밥을 짓는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베트남에서 밥을 할 때는 한국 쌀보다 밥물 양을 적게 한다. 물이 많으면 넘쳐흘러 저절로 밥물이 맞춰지고, 부족하면 약간의 물을 넣어주면 된다.  그리고 15분 정도 불려준 후에 밥을 하면 부드러운 밥을 지을 수 있다. 저녁에 할 거라면 집에서 나가기 전에 쌀을 씻어서 불려두고, 아침에 지을 밥은 밤에 미리 준비해 두고 아침에 불만 올리면 된다.


더 맛있게 밥을 짓고 싶은 마음에 작은 압력솥이나 미니 가마솥, 좋은 냄비를 사고 싶을 때도 있지만, 아직까지 소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내가 살림 욕심을 비운 건 원하는 물건을 사기 어려운 베트남의 여건도 크게 한몫했다. 어쨌든 아직까지 냄비밥은 어느 냄비에든 맛있다.


쌀은 무슨 쌀을 쓰냐고? 약간의 찰기가 있는 현지에서 생산 한국 품종 쌀을 한국마트에서 산다.


후식은 망고. 요즘 망고는 정말 맛있다. 1일 1망고.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고백으로 딸에게 용기를 주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