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가 좋아서... 누룽지가 그리워서...
매일 밥을 짓는다. 매일 냄비밥에서 구수한 누룽지 냄새가 난다.
조금 번거로워도 냄비밥을 짓기 시작한 지 5년이 되었다.
전기밥솥에 있는 밥이 베트남의 더운 날씨 때문에 금방 상하기도 했고, 세 식구 먹는 양에 비해 밥솥은 너무 컸다. 아침에 한 밥은 오후가 되면 냄새가 났다. 베트남 쌀 특유의 냄새가 더 이상 참기 힘들어졌을 때, 고민없이 전기밥솥을 쓰지 않게 되었다. 어딘가 고장 난 것 같은데, 새로 사는 것도 힘들고 한국에 들고 가 고치기도 번거로우니 집안 어느 구석에 보관만 하고 있다. 언젠가는 고치리라는 생각과 함께.(전기밥솥으로 할 수 있는 게 밥만 있는 게 아니니까.)
요리 솜씨는 없지만 쌀밥만큼은 맛있게 먹고 싶어서 딱 한 끼, 또는 하루 먹을 만큼의 냄비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혼자 자취하던 20대 시절부터 누룽지가 먹고 싶어서 종종 냄비밥을 지어먹었기 때문에 번거롭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냄비밥은 좋은 게 더 많았다.
베트남 쌀이 한국 쌀보다 냄비밥 짓기 쉽다.
냄비밥을 하면서 아직 설익은 밥을 먹어본 적은 없다. 물이 끓어 넘치면 약불로 줄이고, 끓어오르는 게 잦아들 때까지 뚜껑을 열어 두어도 문제없다. 밥 짓는 시간도 15-20분이면 된다.
누룽지를 먹을 수 있다.
난 누룽지가 정말 좋다. 전기밥솥에서는 먹을 수 없었던 바삭하고 고소한 누룽지를 냄비밥을 하면서 날마다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누룽지 냄새는 밥 짓기가 끝났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구수한 냄새가 시작될 때 불을 끄면 잘 지은 밥이 완성된다. 남편은 밥을 지을 때 타이머를 맞춘다는데, 그게 더 어려운 나는 여전히 감으로 시간을 맞춘다. 코 끝으로 누룽지 냄새를 기다린다. 그래서 가끔은 냄비를 태워먹기도 한다.
냉동실로 들어갈 밥이 없다.
밥이 남으면 냄비째 냉장고에 넣었다가, 먹을 때 꺼내서 물을 한 스푼 정도 넣어주고 약한 불에 올려두면 다시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 그리고도 남으면... 찬밥으로 만들기 좋은 김치볶음밥을 만든다. 아이가 두 그릇쯤은 뚝딱 먹는다.
밥을 불 위에 올려놓고 계속 신경 써야 하지만, 시간이 길지 않으니 그 정도는 괜찮다. 손님상 차릴 일도 거의 없으니 큰 밥솥이 필요하지도 않다. 밥을 짓는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베트남에서 밥을 할 때는 한국 쌀보다 밥물 양을 적게 한다. 물이 많으면 넘쳐흘러 저절로 밥물이 맞춰지고, 부족하면 약간의 물을 넣어주면 된다. 그리고 15분 정도 불려준 후에 밥을 하면 부드러운 밥을 지을 수 있다. 저녁에 할 거라면 집에서 나가기 전에 쌀을 씻어서 불려두고, 아침에 지을 밥은 밤에 미리 준비해 두고 아침에 불만 올리면 된다.
더 맛있게 밥을 짓고 싶은 마음에 작은 압력솥이나 미니 가마솥, 좋은 냄비를 사고 싶을 때도 있지만, 아직까지 소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내가 살림 욕심을 비운 건 원하는 물건을 사기 어려운 베트남의 여건도 크게 한몫했다. 어쨌든 아직까지 냄비밥은 어느 냄비에든 맛있다.
쌀은 무슨 쌀을 쓰냐고? 약간의 찰기가 있는 현지에서 생산 한국 품종 쌀을 한국마트에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