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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Jan 09. 2020

오늘의 호치민:연말연시

방학 보내기 프로젝트

호치민의 센트럴파크

성탄절과 연말연시.

여행을 가는 호치민 지인들이 많았다.

가깝게는 베트남 국내 무이네로... 푸꿕으로...

외국으로는 방콕이나, 말레이시아, 싱가폴, 홍콩. 이번에 두바이로 여행 간 지인도 있지만, 대부분 호치민에서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여행지를 선호한다.  

순전히 내가 아는 사람들의 여행지로 이번 여행 트렌드(?)를 분석해보자면,

연말 여행지로 가장 많이 간 곳은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레고랜드>+싱가폴]이다.

레고랜드는 말레이시아지만, 싱가폴에서 가는 게 더 가까워 레고랜드와 싱가폴을 같이 묶어서 여행하는 게 효율적이란다.  

얼마 전에는 호치민에서 발리 직항이 생기면서 프로모션 행사를 해서 많이들 다녀왔다는데, 소식 느린 나로서는 그런 기회를 잡을 리 없다.


나는 호치민에서 가까운 국외 여행을 갈 때 호치민보다는 나은 곳으로 여행을 가는 편이다. 누군가 그랬다. 방콕으로 여행을 가는 이유는 구호물자를 구하러 가는 거라고. 전적으로 동의한다. 신혼여행 때부터 그랬으니까. 10년 전보다 훨씬 살기 좋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아쉬운 것들이 많다. 적응하며 살지만 해외로 갈 기회가 있다면 이왕이면 여행과 구호물자 수급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으로 여행지를 선택하고 있다. 그래도 쌀국수는 동남아의 나라들 중에서 단연 베트남이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이 번쩍 나는 카페스다. 얇디 얇은 컵이라 힘조절은 필수

이번 아이의 성탄 방학 2주 동안 우리 가족은 호치민을 벗어나지 않았다. 호치민은 커녕 동네를 벗어난 것도 두 번 정도일 뿐 대부분을 특별한 스케줄 없이 소소하게 보냈다. 다행히 지루하지 않게 종일 친구와 신나게 놀고, 영화도 보러 가고, 오랜만에 클라이밍도 하러 가고. 저녁마다 잠시 한국에 간 친구네 집에 고양이 밥 주러 가는 매일의 정해진 스케줄 덕에 우리 집 꼬마는 심심할 틈이 없었던 듯도 하다.


방학 첫날에는 거창한 포부와 방학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아이와 커피숍에 갔다. 달달하고 카페인 가득한 카페스다 한 잔을 마시며 아이와 방학 계획표를 의논하는 자리.

실질적으로 지킬 수 있는 방학 계획표(라고 생각한)를 아이와 의논해서 만들었지만, 2주 동안 제대로 지켜진 날은 없었다. 방학 기간 동안 책을 60권 읽으면 용돈을 주겠다고도 했지만, 아무래도 내 욕심이 컸나 보다. 아침에 2권, 오후에 한 권, 자기 전에 2권이면 쉽게 채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리저리 놀다 보니 계획과는 멀어졌다.

앞으로는 시간을 쪼개어 세우는 방학 계획표가 아닌, 방학 때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적는 계획표로 방향을 바꿔봐야겠다. 정말 현실 가능한 것들로... 아이 의견 85%, 내 의견 15%.


방학 동안 풀게 하겠다고 야심 차게 꺼내 둔 문제집들도 제대로 빛도 못 보고 고스란히 책꽂이로 다시 자리를 찾아갔다. 아디오스...  


방학 마지막 주말.... 나는 방전됐다. 감기를 짊어진 채. 나의 감기 소식을 들은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방학 엄청 알차게 보냈구나"

그럼 다행이고.  


방콕으로 여행을 다녀온 친구는 베트남에 비하면 선진국이어서 볼 것도 많았지만, 방콕 물가가 너무 비싸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음에는 캄보디아를 다녀와봐. 베트남이 선진국처럼 느껴질 거야."


어쩌면 방학을 알차게 잘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이가 아니라 엄마들의 사명감과도 같은 과제가 아닐까. 어쨌든 방학이 끝나니 좋다. 방학 때 찾아갈 할머니 집도, 비빌 언덕 없는 타국 생활에서 방학 내내 아이와 붙어있다는 건 꽤 힘든 노동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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