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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Jan 04. 2020

오늘의 호치민

오랜만에 골목을 헤매다

호치민 스타벅스.

불과 몇 년 전, 호치민에 스타벅스 1호점이 생겼을 때만 해도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야 했는데, 이제는 흔한 동네 커피숍.

늘 그렇듯 친구를 동네 스타벅스에서 만났다.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간만의 이야기를 나눴다.

커피를 다 마시고 지루해질 무렵...

"커피 한 잔 더 마실까?"

친구가 새로 찾아냈다는 골목 커피숍을 가기로 했다.

타오디엔의 어느 좁은 골목에 있는 커피숍.


언제나 그렇듯 친구는 길을 찾지 못했다. 택시 기사 아저씨도 길을 헤맸다.

초행길인 나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근처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우와~ 이 골목 너무 예쁘다!"

친구에게서 탄성이 쏟아진다.

나도 오랜만에 카메라 어플을 열어 사진을 찍었다.

형편없는 나의 솜씨로는 제대로 담을 수 없는 멋진 골목 풍경이었다.

다음에 혼자 찾아오라면 못 찾겠지...?


두 개의 골목을 헤매듯 구경하다가 결국엔 원래 가기로 했던 커피숍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것도 없을법한 골목에 숨어있듯 자리 잡은 커피숍.

주인은 한국분이었다. 

낯선 타국에서 이런 앳지 있는 골목을 찾아내고, 커피숍을 오픈할 수 있는 마음이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얌전한 옷은 입지 않을 거야! 자유롭게 입으려고. 이 옷 다 너 줄게"

라고 선언한 친구에게 냉큼 옷을 받으러 나간 자리였다.

친구는 뜬금없이 옷 취향이 바뀌었다더니, 오늘은 뜬금없이 트래킹을 가자고 했다.

고민할 이유 없이 "콜!"

시간은 돌아오는 토요일. 

"뭘 입고 가지?"

"뭐 그리 거창해. 그냥 운동화에 반바지!"


밥도 안 먹고 커피만 배부르게 두 잔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다음 주 토요일.

당일치기 트래킹.

일주일 동안 몸 만들어야겠다.

아무리 봐도 형편없는 구도와 색감. 정말 예쁜 골목이었는데... 멋진 햇살은 어디로 사라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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