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차] 책장 정리하는 날

책장 다이어터

by 정은

평소보다 조금 부지런히 움직인 날이다.
아침 8시부터 회의를 하고, 집에 돌아와 오랜만에 반찬을 만들었다. 그리고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배고파"를 입에 달고 사는 아이를 위해 도시락도 쌌다. 그래봐야 집에서 먹는 도시락이지만, 아이는 깜짝 선물처럼 좋아한다. 그래서 가끔 준비해 둔다.


문득 거실 책장이 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 책을 꺼낸 후 아직 그대로인 채 방치된 책장이다. 건드리면 끝이 없을 것 같아 모른 척하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무질서함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 정리해 보자. 마음을 먹었으니 먼지 풀풀 나게 책장 정리를 시작했다.

자리가 없어 책장 위에 쌓아두었던 책들을 비슷한 종류끼리 묶어 다시 꽂고, 눈에 잘 띄었으면 하는 책들은 눈높이에 맞춰 배치했다. 책장 끝에 꽂혀 있던 철 지난 브로셔, 더는 필요 없는 자료 파일들도 모두 정리했다.


책장을 정리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책은 단순한 종이뭉치가 아니다. 그 속엔 내가 지나온 시간과 감정, 실패한 계획, 다짐, 그리고 잊고 있던 꿈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의 취항까지. 책을 열어보고, 머뭇거리고, 잠시 추억하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서재에 있는 가장 큰 책장에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 가득 들어차 있고, 내 책은 작은 책장 하나로 충분하다. 언젠가는 떠나게 될 베트남에 살면서 짐은 더 이상 늘리지 않을 생각이다. 그러니 책이 많다고 해서 책장을 더 사지는 않는다. 자꾸 늘리기만 해 봐야 관리만 어려워질 뿐이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은 전자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전자책으로 읽는다.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 아이들의 책이 늘어날 땐, 그만큼 안 읽는 책들을 정리한다. 내가 조금 더 부지런해지면 되고, 욕심을 조금 비우면 되는 일이다. 물론 그 ‘조금’이 제일 어렵지만 말이다.


어쨌든 우리 집은 책장도 늘 다이어트 중이다.

공간도, 마음도 마찬가지로.


[15일 차 버린 것]
-철 지난 브로셔
-필요 없는 종이 파일들
-냉장고 오래된 식재료
KakaoTalk_20250521_221656780.jpg 성격이 보인다. 높이도 맞아야 하고, 앞으로 튀어나오는 길이도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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