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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Dec 07. 2020

나는 작가가 될거야

9살의 두번째 꿈

정신을 차려보니 12월이다.

아이가 만족스러워할 만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빠르게 비밀리에 준비해야 하는 12월.


잠자는 시간을 줄여도 피곤하지 않았으면 하는 소원이 간절할 만큼 바쁜 요즘이지만 ‘책쌤’이라는 타이틀도 ‘작가’ 타이틀만큼이나 좋다.


우리 집 아홉 살은 방송작가가 뭔지 모른다. 어느 날 유투브에서 노래 검색을 하다가 예전에 했던 프로그램이 올라와서 엄마가 했던 일이라고 얘기해줬었다.  며칠 뒤 아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엄마가 이거 만들었어요.


그때 같이 들었던 노래는 ‘라이언킹’.

뮤지컬 <라이언킹>의 출연자들이 나온 프로그램을 만든 건데, 졸지에 나는 라이언킹을 만든 대작가가 되어 있었다. 물론 그걸 믿는 건 우리 집 아홉 살뿐이었지만, 아무튼 그건 엄마가 만든 게 아니라며 설명을 해줘도 이해가 어려웠는가 보다.


어쨌든 엄마가 만든 거잖아.


부모의 직업에 대한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다.

아이의 친구는 엄마는 한국인, 아빠가 이탈리아분이다. 그 친구의 아빠는 큰 호텔의 제일 높은 요리사. 우리 집 아홉 살은 그 집에 종종 놀러 가서 5성급 호텔 최고 셰프가 만들어주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같이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난 내 아이의 라이프가 부럽다.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삶이어서.)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같이 밥을 먹는 자리에서 아이의 친구에게 “아빠가 요리를 잘하는 분이어서 좋겠다” 고 하니 그 아이는 자랑스럽게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 아빠는 요리  해요.
돌아다니면서 사람들한테  
음식 맛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에요.


아이들의 생각은 정말 기발하고 재미있다.



난 커서 작가가 될 거야.


그새 컸다. 낮에 문방구 가다가 아이가 한 말에 심장이 쿵.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는 나를 주인공으로 책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것도 시리즈로. 너무 영광이니 꼭 이루어달라고 부탁했다. 요즘 책을 많이 읽어줬더니 효과가 있기는 한가보다. 아이돌이 되고 싶은 아홉 살에게 또 하나의 꿈이 생긴 듯하다. 스쳐가는 꿈이 되지 않기를.


나도 쓰고 싶다 글.

바쁘다고, 고민하기 싫다고 미루다 보니 한 해가 다 갔다. 늘 특별한 것이 없으면서도 내년을 고민하게 되는 연말.

‘내년엔 1일 1 브런치 글을 쓰겠어!’라는 엄청난 계획도 생각은 해봤지만, 일단 2021년에 하고 싶은 일은 두 가지.

첫 번째, 말을 하기보다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 되기. 정말로. 진짜로.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두 번째는 몸도 마음도 지금보다 좀 더 잘 살기.


올해의 계획은? 없었다. 있다면... 힘들었던 올 한 해를 무사히 넘기는 것이 계획이었으려나? 그렇다면 계획대로 됐다.


아, 새해의 소원이 하나 더 있다. 온 지구의 소원! 코로나가 사라지기를...!

다시 일상을 찾는 2021년이 되기를.


내년에는 소소한 일상과 소소한 계획으로 작은 행복들이 쌓이기를 살짝 욕심 내 본다.



내년엔 몇 살이지?

하아.... 정말로 모르겠다.

(나이 잊고 산지 오래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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