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 Jun 14. 2021

일요일은 쉬려고 했는데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쉬기로 했다.

그러고 싶었다.

일요일이니까.

오랜만에 아무것도 없는 일요일이었으니까.

종일 온 식구가 친구네 집에서 두 끼나 얻어먹으며 놀다 왔다.


집에 돌아오니 내일이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아이를 재우고 밤 12시 넘어서까지 작업을 했다. 워라벨은 언제쯤 가능할지.



아이 : 엄마, 나 재워주면 안 돼?

나 : 오늘은 엄마가 바쁜데. 내일 같이 자자.

아이 : 알겠어.

나 : 아니다. 재워주고 일하면 되지. 재워줄게.

아이 : 아냐. 엄마 일해야지.



습관이다. 한 번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시작하면 화장실도 안 가고 몇 시간씩 앉아 있는 게 몸에 배어버렸다. 그래서 이렇게 아이의 부탁도 흐름을 끊고 싶지 않은 마음에 거절을 하곤 했다.


어째서였는지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내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요즘 아이를 보면 안쓰럽다. 종일 집에서 생활하는 게 얼마나 힘들까.


한 달째 학교도 못 가고, 친구들도 못 만나고 있는 아이를 더 이상 외롭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친구가 될 수는 없겠지만, 친구처럼 함께 놀고, 친구의 빈자리를 아쉬우나마 채워주는 그런 편한 엄마는 되고 싶다는 생각에 미련 없이 컴퓨터를 끄고 아이 옆에 누웠다.


아이와 수다도 떨고 장난도 치느라 작업을 마치는 시간은 많이 늦어졌지만 마음은 훨씬 편하다. 오늘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나 후회 없이 두 다리 펴고 잘 수 있을 것 같다.



아이 : 엄마, 엄마는 왜 이렇게 착해?

나 : 그건... 네가 좋으니까.



사실은... 이제야 철이 조금씩 드는 것 같다.

일요일. 일은 쉬지만, 육아는 쉬지 말아야겠다.


그런데, ‘육아’라는 표현은 열 살 아이에게도 어울리는 단어일까?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새벽 2. 어쩔  없이 내일의 미라클 모닝은 포기해야겠다. 아니면, 이대로 새벽을 맞이하는 건... 아니다. 그러기엔 내일을 감당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 오는 날 오토바이 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