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거실로 출근한다

역시 오피스가 필요해!

by 정은
KakaoTalk_20191005_201051503.jpg

거실에 마련한 1인 작업실에서 하루하루를 쌓아가고 있다. 아직은 매일의 출근이 즐겁다. 불러주는 데가 있으니 고맙고(그것이 비록 나 자신일지라도), 할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삶으로 변한 것 같아 때로는 마음마저 우쭐거린다. 조금 더 오버해서 맞은편에 앉아 같이 일하며, 회의도 하고, 조언해줄 사람이 누군가가 있다면 더 자극도 되고 좋지 않을까 하는 섣부른 욕심도 부려본다.

원래 집에서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작업실 덕에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해서 답답하지는 않다. 매일 밖으로 나가는 게 좋았다면 좀이 쑤셔서 벌써 때려치웠으려나? 작업실을 오픈하겠다고 마음먹고 가까운 커피숍에 가는 것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화장실 갈 때 노트북을 맡아줄 사람이 없다는 취약점과(버젓이 앉아있는데도 물건을 가져가는 여기는 베트남), 중간에 잠깐 쉴만한-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한다던가, 괜히 거실을 어슬렁거린다던가 하는-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생각을 접었다.

신기하게도 작업실 오픈과 함께 바빠졌다. 하나를 결심하고 나니 일이 늘어나고 있다. 오전에 작업실 일이 끝나면, 글을 쓰는 것과는 별개로 지인의 일을 도와주게 됐고, 논술 과외도 시작했고, 우리 집 아이 국어를 가르치면서 아랫집 아이까지 데려다 수업을 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이 작업실을 오픈하면서 진행됐다. 작업실에서는 아직 아무런 수익이 없지만, 부업(?)이 어느 정도의 수입을 가져다주고 있어 힘이 된다. 어느 일에서든 열심을 내니 본업도 덩달아 열심을 내고 있다. 일단 일은 저지르고 보는 게 맞다. 갑자기 바빠진 나에게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오피스가 있어야 된다니까.”


그렇다고 모든 일을 뚝딱 잘 해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10월이 되기 전에 보내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기획서는 여전히 수정, 보완 작업 중이다. 늘 해왔던 일인데도 아이를 키우느라 소홀히 했더니 예전 같지 않다. 뭔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솔직히는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다. 언제부턴가 스스로 결정하지 못 한 채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일이 많아진 내가 보였다. 가만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보니 자신감도,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주변에 많이도 물어봤다. 나 괜찮은 거냐고. 다들 괜찮다고 했다. 나는 안 괜찮은 것 같은데... 내가 옳은 걸까? 아니면 나에 대해 괜찮다고 말하는 그들이 옳은 걸까? 아무리 봐도 나는 괜찮지 않은데... '1인 작업실'은 나를 찾고 싶은, 숨을 쉬고 싶다는 몸부림의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작업실에서 마음껏 숨을 쉬고 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내 마음의 상태는 나아지고 있다. 에너지를 쏟아부을 곳이 생겼고, 자신감도 조금씩 채워지고 있는 것 같으니 아직은 그걸로 됐다.


자기 계발 책을 읽던 중 적성 검사를 해주는 사이트가 있다길래 그동안 나의 적성은 변했을까 싶은 호기심으로 검사를 해봤다. 수십 개의 질문 중 나를 멈칫하게 만든 질문 하나.

당신은 자격증이 몇 개 있습니까?

자격증은 하나도 없었다. 순간 고민에 빠졌다. 나는 그동안 자격증 하나 안 따고 뭐했지? 가진 것이라고는 일하면서 관심이 생겨 어느 대학교 언어연구 교육원에 다니면서 받은 ‘한국어 교사’ 연수 과정 수료증이 전부다. 내 관심 분야에 대해서 좀 더 노력해보기로 했다. 자격증이 삶을 잘 살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또 달리 생각해보면 관심 분야에 열심을 낸 결과일 테니 말이다. 작은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지만 세상을 향한 시선은 더 넓어진 듯하다. 자격증에까지 너그러운 관심을 가진 것을 보면. 요즘은 경제 관련, 재테크 관련 책에도 관심이 생겼다. 적성검사 결과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게 나왔다. 역시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작업실을 오픈하면서 일하는 시간 외에도 컴퓨터를 켜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집안일을 하고, 아이와 놀다가도 잠깐씩 와서 메모하고 있다. 순간 스쳐가는 생각을 바로 저장하지 않으면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더 이상 머리를 믿을 수 없는 나이가 되었기에 말이다. 부지런함만이 답이다.

작업실 오픈으로 가족들은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예전 같은 반찬이 식탁에서 사라졌다. 아무래도 거기까지는 여력이 닿지 않아, 1식 1찬으로 줄였다. 경제적이기도 하고, 식사 준비에 대한 부담도 덜하다. 그런데도 설거지를 할 때마다 의아하다. 도대체 왜 이리 쌓이는지. 주방 살림이 줄어들면 좀 나아질까? 작업실과 집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살림을 좀 덜어내야겠다.

오늘은 토요일. 추가 근무를 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엄마 일하러 갔다 올게" 할 수 없으니!


다음 편, 거실 작업실의 치명적인 문제!

작가의 이전글나는 매일 거실로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