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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Jun 29. 2021

꼰대 엄마가 되지 말자

엄마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중요한 걸 배웠어요.


같이 수학 공부를 하고서 아이에게 들은 말이다. 그런데 영 찜찜하다. 아이를 재우고 나와서 다시 생각해봤다.


연산 문제는 잘 풀지만, 서술현 문제에서는 이해가 안 된다며 징징거리는 아이에게 최대한 웃으며 상냥하게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었다.

“이제 좀 알겠어?”


아이는 이해했다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내 입에서는 제멋대로 계속해서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니까 계속해서 문제를 푸는 거야. 그럼 구구단도 척척 나오고. 너만의 방법도 좋지만, 이게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니? 서술형 문제는 수학 풀이가 어려운  아니야. 이런 문제를 이해하는  독서야. 책은 이렇게 도움이 되는 거야… (많이 중략) , 같이 풀어보자.


엄마가 도와주면 이해가 잘 된다니 나 혼자 신이 나 버렸다. 그러다 아이가 이해 못하고 망설이는 부분에서는 흥분하기도 했다.


어쨌든 아이는 힘든 고비를 넘기고 문제를 다 풀었다. “다 했어.” 하고 아이가 연필을 내려놓을 때 멈췄어야 했는데, 또 그러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확인해보자며 세 문제를 더 풀고 아이를 놓아주었다.


답을 가르쳐주기보다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힘을 키워주고 싶다는 원칙은 있지만, 조급한 성격에 밀릴 때가 많다. 불안과 걱정 가득한 내 성격으로는 지키기 어려운 성격이다.


오늘 아침 아이의 온라인 수업 첫 시간은 ‘수학’이었다. 선생님, 친구들과 신나게 문제를 풀고, 적극적으로 하는 태도가 어제 나와 공부할 때와는 다르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어제 너무 다그쳤나 생각하고 있을 때 아이가 한 마기 했다.


아이 : 엄마! 나 오늘 수학 1등 했어.


‘거봐, 엄마랑 수학 공부하길 잘했지?’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참았다.


너무 어렵지만,  믿고 기다리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느긋하게 키우고 싶어서 보낸 학교라는 것을 잊지 말고, 초심을 잃지 말자고.


이번이 아이 생일은 락다운으로 가족끼리 조촐하게 보냈다. 아이가 아쉬워할  같아 쿠폰 선물을 준비했다. 그중에서 제일 좋아한 것은 마트 이용권도 아니고, 공부 패스권도 아니었다. <잔소리 금지 쿠폰>


이거 언제까지 써야 ? 여러  써도 되지?


서로를 위해서 내년 생일까지로 기한을 연장한고, 다회 사용 가능한 쿠폰으로 바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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