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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Jul 29. 2021

코로나 세상에서 사회주의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합…하겠습니다.

코로나 통금. 세상이 조용해졌다.

사업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한 교육 파트너 친구가 있다. 나보다 몇 살이 어린지 몇 번을 들었는데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나이에도 관심 없는데, 남의 나이까지 기억하는 것은 너무 버겁다. 내가 유일하게 신경 쓰는 나이는 우리 집 어린이의 나이뿐이다. 아무튼 그냥 나보다 세 살쯤 어린 동생이라고 기억하니, 그 정도 선에 맞게 반말 반 존댓말 반 섞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다.


회의라는 거창한 핑계로 거의 매일 만났는데, 코로나 락다운으로 못 만난 지가 벌써 한 달이 되어 간다.

마지막으로 헤어질 때 장난스럽게 “2주 뒤에 만나”했는데, 요즘 호치민의 상황을 보면 올해 안에 만나는 것도 어려울 것 같다.


아쉽고 답답하니 자주 그녀와 카톡을 주고받는다.

초반에는 일 얘기를 많이 했지만, 어느새 대화는 “오늘 그 집 점심 메뉴 뭡니까?” “저녁 메뉴 좀 추천해 주소서”와 같은 생계와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긍정적이고 걱정이 없을까 싶은 그녀 덕분에 세상 근심 걱정 짊어지고 사는 나도 조금은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다.


아무리 불평불만해봐야, “언니, 그냥 받아들여요~” “조금은 불편한데 괜찮아요.” “좋아질 거예요.” 그냥 빈말로 하는 말들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알기에 부글부글 끓었다가도 “그렇지” 하고는 사그라든다.


그리고 어차피 답답한 현실에서 나 혼자 계속 힘들다고 얘기하다가는 우울의 늪에 빠져버릴 것 같아서  불평하는 말은 덜 하기로 했다. 아무리 초긍정의 사람이라도 부정적인 말만 던지는 사람이 좋을 리 없을 테니 말이다. 인간관계가 넓은 것은 아니지만, 소중한 관계는 잃고 싶지 않다.


“이젠 그냥 그런가 보다 하다고 받아들이려고..”

“잘했어요 언니. 그냥 대충 버티는 거죠.”


그렇게 말을 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호치민의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져 간다. 아침마다 기대감을 가지고 보는 호치민의 확진자 수는 어째서인지 자꾸 올라간다. 아침 발표 2000명대, 저녁 발표 2 천명대. 하루 확진자 수가 호치민에서만 4천명에서 6천 명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5월 초부터 전면 온라인 수업을 시작으로 5인 이상 모임 금지, 3명 이상 모임 금지가 되더니 지금은 2인 이상 모임이 금지됐다. 아무도 만나지 말고 집에만 있으라는 얘기다.

개인 이동 불가. 대중교통 불가. 식료품 외 배달 불가. 음식점 영업 불가. 식자재 구매나 긴급 상황이 아니면 외출 불가. 이틀 전부터는 저녁 6시부터 통금 시작.

그래도 확진자 수는 는다. 오늘이 정점이겠지 하는데, 매일이 새로운 정점이다. 한국도 확진자가 많아졌다지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비교가 불가능하다.

살고 있는 아파트는 봉쇄(코호트)될 수도 있다고 한다. 한 집이 1차 양성인데, 최종 검사 결과에 따라 봉쇄될 수도 있단다. 봉쇄가 아니어도 어디 나갈 데는 없지만, 봉쇄가 되고 안 되고는 심리적으로 다가오는 크기가 다르다.

주 2회 사용 가능한 마트 통행증도 나왔다. 코로나 세상에서 사회주의를 경험하고 있다


“좋아지긴 하겠니?”

“언니. 8월 말까지만 견뎌 봐요, 우리.”


마력 같은 그녀의 말에 또 “그래 봅시다!” 며 걱정을 또다시 스르륵 내려놔 버렸다.


다행히 이런 집콕에도 우리 집 어린이는 꽤 잘 지낸다. 이제 그만 정리할까 했던 레고를 다 꺼내서 요긴하게 시간을 보낸다. 거실에 놀이 텐트를 펼쳐두고는 방마다 자신의 아지트가 생겼다며 좋아한다. 가끔 어린이와 둘이 텐트에 들어가 영화도 한 편씩 보는 재미가 있기는 하다.


방학을 시작하면서 만든 주간 계획표도 알아서 잘 지키고 있다. 역시 스스로 만들게 해야 실천한다. 그렇다고 대단히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매일 피아노 연습하기가 있는데, 코로나로 멈추기 전 마지막에 배운 세 곡을 딱 한 번씩만 친다. 한 번 더 치면 손가락이 부러지는가 보다. 그게 어디냐며 어린이의 연주에 매일 물개 박수로 화답해주고 있다.


이미 많이 익숙해져 버린 집콕 생활이지만, 더 익숙해지기 전에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날이 오면 달려 나가서 남이 타주는 커피 한 잔을 제일 먼저 마시리.

코로나 집콕을 견디게 해주는 어린이의 공연이 매일 펼쳐진다. 티켓 강매는 당연하고, 공연 관람은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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