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의 한 달
프랑스 여행을 준비하던 와중에 , 누군가 나에게 "투르 고성 투어는 안 하세요?"라고 했고, 난 그 말 때문에 이 곳을 여행하게 되었다. 투르가 어디인지 고성 투어는 무엇인지 1도 모르는 나였는데, 저 한마디가 나의 호기심을 엄청 자극했던 것 같다. 저 한마디 이후에 투르에 대해서 찾아보고, 고성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투르(Tours) 지역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컸다. 커도 너무 컸다. 그래서 사람들은 투어 업체를 이용해서 관광을 하는 편이었다. 아니면 렌트를 해서 다니거나. 그러나 나는 투어 업체를 이용하기에도, 렌트를 해서 다니기에도 돈이 없는 배낭여행자였다. 어떻게 해서든, 대중교통만을 이용해 투르 지역에 있는 멋진 고성들을 돌아보고 싶었다.
일단 1박 2일 동안 돌아보기로 하고 어떤 고성을 둘러볼 것인지와 그 고성의 위치는 어디인지, 교통편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았다. 수십 개의 고성 중에 5개를 골라냈고 어떤 루트로 가야 할지를 찾았다. 지금은 이렇게 간단히 적어내지만, 이 다섯 개의 성을 1박 2일 안에 가장 효율적이고 저렴하게 다니기 위한 루트를 짜는 일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검색 또 검색의 시간을 거치고, 검색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은 해당 지역의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해결하기로 했다. 정보가 비어있는 부분 때문에, 나는 플랜 B와 C까지 짜서 가야 했다. 꽤 열심히 준비해서 갔음에도, 우리는 1개의 성을 투어 도중에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양보다 질을 택한 우리의 선택은 탁월했다.
첫 번째 성, 쉬농소 성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예전에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세고비아 성을 봤기 때문에, "우와~"하는 감탄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만했다. 쉬농소는 쉬농소만의 엄청난 매력을 뿜어냈고, 난 또다시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것도 아주 여러 번.
두 번째, 앙부아즈 성에서는 재미있는 이벤트들을 많이 했다. 이곳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곳곳에 이젤 같은 것이 놓여 있었고, 내가 마치 화가가 된냥 그 앞에 앉아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어있었다. 또 전통 코스튬을 입은 마을 사람들이 등장해 고성 앞에서 춤을 추고 우리와 함께 사진도 찍어주었다. 사실 관광객 입장에서 이런 이벤트는 너무나도 특별했다. 그리고 작은 인형극도 했는데, 사실 이 인형극은 프랑스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중도 포기하고 성에서 나왔다. 분명 언어유희가 가득한 인형극이었는데(배우가 대사를 하면 우리 빼고 모두 웃었다.), 한마디도 못 알아듣는 우리는 웃을 수가 없었다.
세 번째 성은 이번 뚜벅이 고성 투어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샹보르 성. 그러나 아쉽게도 이 성의 뒷모습을 담지 못했다.(뒷모습이 앞모습의 5배쯤은 아름답다.) 사진은 앞모습. 내가 갔을 때 샹보르 성은 뒤태를 고치는 중이었다. 그렇지만 앞태도 화려하고 멋진 모습을 자랑했던 터라 이 전경을 눈에서 떼지 않고 보고 또 보고 했다. 사진도 찍고 또 찍었다. 사진을 찍고 몇 걸음 뒤로 가서 한 번 더 찍고 다시 몇 걸음 뒤로 가서 또 찍고, 이런 식이 었다. 그것도 모자라 멀찌감치 떨어진 잔디밭에 누워서 성을 계속 바라보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이 성을 떠날 때 우리는 아쉬움이 뚝뚝 떨어진 채로 발걸음을 뗐다.
마지막 성은 블루아 성. 블루아 성의 특징은 각각의 면이 다른 시대에 지어져 다른 양식을 갖는다는 점이다. 마지막 성이었던 만큼, 체력적으로 너무나도 피곤했다. 그렇지만 성에서 우리를 맞아주던 사람들의 친절함과 내 어깨의 무게를 덜어준 무료 짐 보관소, 그리고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분위기 덕분에 피곤함이 싹 가셨던 성이기도 했다.
이렇게 여기저기 힘겹고 피곤하고 그렇지만 즐겁게 쏘다니느라, 사실 이곳에서는 드로잉을 남기지 못했다.
대신 돌아와서 지인들에게 드로잉 선물을 하는 내 나름의 이벤트에서, 그 첫 번째 장소가 쉬농소 성이 되었다.
아름다웠던 그곳을 사진을 통해 자세히 관찰하고 또 그림으로 옮기면서 그때의 기억에 잠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선물했던 지인의 반응이었다. 안 그래도 오늘 너무 힘들었는데, 피곤이 싹 가셨다는 그 반응.
그 반응 덕분에,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뭉쳤던 어깨가 쫘악 펴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