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들이 다녀온 공주여행
우리 과는 이번에 운이 좋게도 월요일, 금요일 공강이다. 월금 공강은 우리에게 꿀 같은 휴일을 이틀 더 안겨 주었다. 차도 있겠다. 시간도 있겠다. 우리는 월요일 공강을 이용해서 여행을 가보기로 했다.
처음에 우리가 가려던 곳은 경북 청도였지만, 의견 수렴 도중 공주로 여행지가 변경되었다. 갑자기 바뀐 일정 때문에 어디를 갈지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급하게 바뀐 여행지, 백지상태의 여행코스. 생각만해도 설레는 여행의 시작이다.
첫 번째 목적지는 공주 한옥마을.
이곳은 전주의 한옥마을과는 달리 대부분의 가옥이 지은지 얼마 안된것들이다. 오래된 건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한옥이 아니라 엉뚱한 곳에서 매력을 찾아냈다. 그네의자를 밀어주며 깔깔 거리기도 하고, 널따란 잔디밭에서 찍은 점프샷 덕분에 동기 동생의 엄청난 점프력을 실감하기도 하고, 더불어 순간포착된 그녀의 초싸이언(캐릭터 이름이란다. 이번에 알게 되었음.) 머리는 우리를 빵터지게 하기도 했다.
동생들은 작은 것 하나도 지나치지 않았다. 공방 앞에 붙어있는 예쁜 글귀판들 중 자신이 맘에드는 글귀판을 콕찍어 사진을 찍기도 하고, 그냥 지나갈법한 투호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던졌더랬다. 월요일 낮, 아무도 없던 공주 한옥마을은 우리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두 번째 장소는 공주 무령왕릉.
무령왕릉도 한옥마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잔뜩 기대했던 무령왕릉은 영구 비공개 조치로 들어갈 수 조차 없었고 그대신 우리를 반기고 있는 것은 두개의 전시관뿐이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웅진(공중의 옛 이름)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보여주는 설화 그려진 커다란 만화책 설치물이 보였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동기 동생들은 만화책 구연동화를 하기 시작했다. 한명은 곰, 한명은 사내, 한명은 나레이션, 나를 포함한 나머지 한명은 리액션을 맡았다. 즉석에서 시작된 구연동화 덕분에 우두커니 서있던 만화책 설치물은 살아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전시관 안에는 아이들이나 즐길법한 퍼즐도 있었다. 역시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동생들은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 재미있는 건, 퍼즐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는 점.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기에 동생들이 더 신이 나서 이것을 맞추었던 걸까? 중간에 꼬마가 와서 퍼즐을 망치려고 하자, 제발 우리가 퍼즐을 다 맞출 때까지 기다려달라며 부탁했다는...
마지막은 루치아의 뜰, 이라는 예쁜 찻집.
이 찻집은 주인 내외 두 분께서 직접 건축물을 짓고, 인테리어를 하고, 메뉴를 개발해서 그런지, 그 어느 찻집보다 독특했다. 찻집의 안쪽에 들어서면 낙서를 할 수 있는 벽이 나타난다. 그곳에 형형색색의 크레용이 놓여 있었다. 크레용을 집어 들고 벽에 낙서를 하고 있으니 내가 마치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다.
찻집 안의 인테리어도 눈길이 가지 않는 것이 없었다. 주인 내외분이 여행을 다니시면서 모으신 듯한 소품들,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자석, 아날로그 감성이 돋보이는 오디오, 찻잎이 들어있던 틴케이스, 느낌 있는 드로잉, 차를 내어온 찻잔까지, 모든 것이 우리의 마음을 빼앗았다.
이런 아늑하고 예쁜 공간에서 드로잉이 빠지면 역시 섭섭하다.
나는 이때다 싶어서 들고 온 드로잉 재료들을 꺼내 들고 아이들과 수다를 떨면서 찻집 한켠을 스케치북에 옮겨 담았다.
생각해보면 이번 공주여행에서 이렇다 할 특별함은 없었다. 그렇지만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냥 지나칠 법한 것들을 보고 재미를 찾고, 작은 것에 기뻐하고, 아기자기한 매력을 찾아내고. 우리는 그곳에서 우리만의 특별함을 만들어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