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의 한 걸음

인문폴리오 No.4

by 소소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이번 주의 인큐 미션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다. <군주론>이란 세 글자를 듣자마자 막막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인문 고전이라는 것은 아주 예전부터 알고 있지만, 그냥 교과서에서 한 줄로 익히고 넘어간 것이 전부이다. 흔히 마키아벨리라고 하면 "군주는 권모술수에 능한 자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자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는 악해도, 거짓말을 해도 상관없는 존재여야 한다니, 도대체 이런 소리를 하는 자의 책을 왜 현시점까지 '고전'이라고 일컫는지 잘 몰랐다. 사실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어렵고 막막하다는 생각에 내가 택한 차선책은 만화로 읽는 <군주론>! 이 것을 먼저 읽고 과제를 하면서 발췌독을 하면 더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도 매우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다. 전체적인 얼개를 이해하고 발췌독 하니 훨씬 쉽게 다가왔다.

자의로 시작 한 인큐에서 내 준 과제로 인해 타의로 알게 된 마키아벨리는, 내가 생각 한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군주론>에서 말하고자 한 본질도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과 다름을 깨달았다. 그는 너무나도 나라를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백성들도 사랑했다. 혼란의 정국에 빠져있는 이탈리아를 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사람이다. 물론, 어떻게 보면 그는 백성은 무지한 존재, 다.스.려.야 할 존재로 보는 것이 더 자명해 보이기도 한다. 여러 가지 점에서 <군주론>은 민주주의 공화국에서 살고 있는 21세기 인간인 내가 납득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신분사회가 당연히 여겨지던 시기이며, 공화국보다는 군주국이 보편적이었던 혼란의 시대에 살던 마키아벨리의 입장이 되어 그를 이해해보고자 노력했다. 또 현시점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몇 있었다. 군주를 적절하게 정치지도자로 치환시켜 생각해보기도 했다.


논의하고 싶은 구절 3가지

1. 어중간한 조치는 결단코 피해야 한다.

사실 책 속에서 이 구절이 의미하는 바는 이렇다.

여기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인간들이란 다정하게 대해주거나 아니면 아주 짓밟아 뭉개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들이란 사소한 피해에 대해서는 보복하려고 들지만, 엄청난 피해에 대해서는 감히 복수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려면 그들의 복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아예 크게 주어야 합니다. (군주론, 24p, 까치)

아주 짓밟아 뭉개버려야 한다니, 민주공화국에서 사는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구절이다. 독재자나 하는 짓이 아주 짓밟아 뭉개버리는 것 아닌가? 그야말로 공포 정치다. 그러나 사실 '여기'라는 것은 정복한 국가를 의미한다. 정복한 국가를 통치하기 위해서는 어중간한 조치는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복활동이 활발하던 그 시절을 감안해서 이해한다면, 납득이 어느 정도 가는 부분이 있다.

난 이 구절을 맥락을 빼고 문장 그 자체로 판단해보고 싶다. 군주란 우유부단하고 이도 저도 아닌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그야말로 결단력이 있어야 된다. 설령 어중간한 조치를 취하더라도 거기에는 어중간한 조치의 뚜렷한 목적이 존재해야 된다. 조치는 어중간할지라도 목적은 분명해야 된다는 소리다. 지금의 누구처럼 어느 하나 결정 못하는 지도자의 존재는 정국의 혼란과 민중의 분노만을 불러올 뿐이다.


2. 그들은 잃어버린 자유를 잊지도 않았고 결코 잊을 수도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책 속의 구절은 이렇다.

그러나 공화국에는 더 큰 활력, 더 많은 증오, 복수에 대한 더 강렬한 집념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들을 잃어버린 자유를 잊지도 않았고 결코 잊을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국가들을 파멸시켜버리거나 아니면 직접 그곳에 거주하면서 다스리는 것입니다. (군주론, 42p, 까치)

공화국을 점령하고 이들을 지배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논하고 있다. 지배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난 저 구절이 너무 맘에 들었다. 마키아벨리는 자유의 속성에 대해 명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동남아에서 코끼리를 길들이는 방법은 힘이 없는 아기 코끼리 시절부터 쇠사슬로 묶어 두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코끼리는 장성한 어른 코끼리가 되어 쇠사슬 따위는 쉽게 뽑아 버릴 수 있음에도 묶여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 쇠사슬이 아닌 느슨한 노끈으로 묶어 두어도 도망가지 않는다고 한다. 코끼리는 다 한 번도 자유를 겪어 보지 못한 것이다. 겪어보지 못한 자유는 코끼리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공화국에서 살지 않고 군주국에서만 살아온 백성들도 마찬가지다. 마키아벨리에 의하면 그들은 괴롭히지 않기만 해도 군주에 대해 만족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언급하 듯 공화국에서 살 던 자들은 다르다. 그들은 자유를 안다. 한 번 알아버린 자유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유의 가치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유란, 앞으로도 절대 잊을 수 없는, 가장 숭고하게 여겨야 하는 가치이다.


3. 군주에게 최선의 요새는 인민들이 그를 미워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군주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요새는 인민에게 미움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 요새를 가지고 있더라도 인민이 당신을 미워한다면, 요새가 당신을 구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민이 봉기하면 그들을 지원할 태세가 되어 있는 외세가 반드시 출현하기 때문입니다....(중략)... 그러나 요새를 너무 믿고 인민의 미움을 사는 것을 개의치 않는 군주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군주론, 150-151.pp , 까치)

15C에 살던 인물, 마키아벨리도 알았다. 자유민주주의가 존재하지 않았던 그 시절이다. 그런데 21세기에 살고 있는 수많은 정치지도자가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지도자들이 인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그가 설령 신분제를 기반으로 한 시대의 '왕'이라 할지라도, 어떠한 요새가 있더라도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없다. 현시점의 그 사람은 민주주의 시대에 공주님으로 살고 싶었던 걸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인민을 기만한 자의 말로가 어떻게 될지 끝까지 지켜보고 싶은 요즘이다. 과연, 자유와 정의란 것이 이 나라에 존재할지 확인하고 싶다. 지금 이 시점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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