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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Oct 22. 2021

내 꿈이 나를

언제나 괴롭게 만들죠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만 올 해만 해도 벌써 세 번째다. 코로나가 내 삶에 얼마나 직격탄을 던졌느냐 하면 첫 회사였던 곳은 여행과 관련된 곳이어서 업계 자체가 크게 타격을 받았고, 두 번째 회사는 오프라인 행사를 주관하던 곳이어서 행사 자체가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두 번이나 좌절을 맛보고 나니 내가 회사에서 좋아하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뭘 하고 싶었는지를 자꾸 잊어버리게 됐다.

 그래서 찾은 것이 중 장기 아르바이트 두 개. 그러나 이것들도 코로나 2.5단계가 시행되면서 문을 닫거나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는 시간이 늘어났고 내 삶이 제대로 휘청였다. 휘청이는 와중에도 나는 살아가야 했고, 그래서 방법을 여기저기 찾았다.

 2.5단계로 바뀌고 누군가 잠깐의 휴식을 하는 와중에도 끝없이 일자리를 구하고,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러 다녔다. 면접은 보기만 하면 붙을 정도의 가벼운 면접이기도 하고, 생각보다 단계가 많고 복잡한 곳이기도 했다. 한 번은 그럴싸한 다단계 회사에 걸려 당혹스러운 일을 겪기도 했다.


 수 많은 시간을 지내다가 찾아온 것이 이번 기회였다. 올려놓은 이력서를 확인하고 인력업체에서 전화가 왔고, 적성에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택한 곳. 말 그대로 무난하게 별 다른 걱정 없이 본 것이 지금의 세 번째 직장이다.


 벌써 올 해만 세 번째 직장을 옮겼다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이제 한 군데 정착해서 일해야지 하는 걱정어린 말들.

 종종 이런 말들을 듣자면 나는 이 사람, 내 꿈이 뭔지 모르나? 하는 생각이 덥썩 든다. 분명 내 딴에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오며 내 꿈과 목표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내가 여러 가지 일을 옮겨 다니며 하는 것에 대해 안쓰럽게 생각하며 바라보는 표정들. 그들의 걱정과 염려, 다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여전히 내가 글을 쓰겠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유해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내 삶에 유해한 것. 나를 정착하지 못하게 하는 것.


 결국에 내 모든 현실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나의 꿈인데. 내 꿈이 나를 정착하지 못하게 해서, 내 주변 사람들을 슬프게 만든다면 내가 꿈꾸는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오진 않을까.  

 그들의 다정이 결국 나의 꿈을 죽게 만드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알고 있다. 언젠가 삶과 타협할 수도 있고, 나의 재능없음을 탓하다가 울어버리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지금도 적당히 타협점을 찾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든 할 수 있는 꿈이기 때문에 포기하는 순간.


  사실 위 까지의 글은 작년의 우울한 날들에 써 놓은 것인데, 지금 다시 읽어 보면 왜 이렇게까지 슬퍼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의 외골수적인 면이 어느 새 좀 더 단단해진 덕이다. 꿈이 나를 정착하지 못하게 해도 상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을 살아가면서. 오늘까지는. 내일이 되면 또 어제 했던 내 말은 개소리야! 하고 소리지르며 후회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일 년 후의 나는 또 저런 말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괜찮아 졌다.


 꿈이 나를 괴롭게 만들고 재능없음에 나를 울려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모든 과정 안에서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내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위해 살려고 노력할테니. 그리고 지금은 남들이 내가 행복하기를 바라주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다. 적어도 나는 내 삶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나는 이제 내 행복을 위해 사는 법을 배우고 있으니까.

 내가 여태까지 꿈꿔온 것이 이뤄지지 않아도 괜찮다. 꿈은 원래 이룰 수 없으니까 꿈이라고 이야기한 사람의 말처럼. 내 꿈은 내가 무엇이 되든 어떤 형태로든 마음에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꼭 이루지 않겠다는 선언은 아니지만. 조금씩 무엇이든 천천히. 오랜만에 글로 정리하는 마음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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